식품열전

[장수브랜드①]농심 새우깡

곡산 2017. 9. 15. 07:50
[장수브랜드①]농심 새우깡
바삭한 식감에 해물 맛 과자…스낵시장 열어
2017년 09월 07일 (목) 22:53:19김승권 기자 kskpox@thinkfood.co.kr
광복 72년, 산업화 30년을 거치며 우리 식품산업은 수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중에는 반짝했다가 사라진 제품도 있지만 30년 넘게 꾸준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제품도 있다. 식품 하나가 수십 년, 길게는 40년을 넘게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이기도 하다. 본지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장수 식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농심 ‘새우깡’의 작년 누적판매 봉수는 약 78억 개에 달한다. 매출은 737억 원으로 단일 제품 매출 중 꼬깔콘(871억 원), 포카칩(844억 원)에 이어 3위다. 소맥 과자 중에선 독보적 1위이며, 국내 최초 과자라는 타이틀까지 보유하고 있다. 출시 46년을 맞아 불혹을 훌쩍 넘긴 새우깡은 이제 하나의 브랜드로 또 다른 날개를 펼치고 있다.

새우깡이라는 네이밍은 농심 신춘호 회장에 의해 탄생했다. 본인의 어린 딸이 ‘아리랑’을 ‘아리깡, 아리깡’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착안해 새우와 깡을 결합한 ‘새우깡’으로 지은 것. 깡보리밥이라는 고유 음식 이미지도 함께 전달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새우깡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1960년대만 해도 군것질거리로 스낵류는 생소했다. 신 회장은 전통 간식인 ‘옥수수 뻥튀기’ ‘쌀 뻥튀기’ 등 바삭한 식감을 국민들이 좋아한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어 원료를 튀기면 충분히 상품화할 수 있다고 판단, 새우깡 개발에 들어갔다.

왜 새우였을까? 당시 해물 스낵은 자체만으로도 새로움을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새우는 전북 군산, 전남 영광 연안 등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많이 잡히므로 안정적인 원료 수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은 쉽지 않았다. 농심 연구원들은 밤을 새워가며 연구에 몰두했지만 소금 조절 문제 및 반죽 문제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개발에 사용된 밀가루 양만 4.5톤 트럭 80대 분에 이를 정도라고 한다.

모두 지쳤을 때 한 연구원의 역발상이 빛을 발했다. 일반적으로 과자 반죽은 기름에 튀기지만 가열된 소금의 열을 이용해 튀겨내는 파칭(Parching)법을 창안한 것이다. 새우와 밀가루를 섞어 반죽한 뒤 롤러로 얇게 밀고 이것을 새우깡 특유의 빗살무늬로 잘라 뜨겁게 달궈진 소금에 올려 구워냈다. 새우깡의 탄생인 것이다.

소금에 굽는 신공법 창안…국산 원료로 고급화
75개국에 수출하는 효자상품…작년 매출 730억
“손이 가요~” CM송 여전…문구·패션으로 변신도

  
△올해로 출시 46년을 맞은 새우깡은 농심 전체 스낵 매출 중 25%를 책임지고 있다.

새우깡은 생산과 동시에 무섭게 팔렸다. 지방영업소에서는 선금을 들고 찾아오는 도소매점주들로 성시를 이뤘는데, 당시 서울 대방동 공장에는 물건을 가져가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온 트럭들로 장사진을 이뤘다고 한다. 첫해 생산량이 20만6000박스였지만 그 이듬해에는 20배가 늘어 425만 박스가 생산됐다.

새우깡 성공 비결에는 좋은 원료는 맛에 반드시 반영된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새우깡에는 장항, 군산 등 서해안에서 잡히는 생새우가 봉지당 평균 4.06마리씩 들어간다. 여기에 신안군 천일염과 드레싱을 뿌려 고급 과자를 구현했다.

새우깡은 현재 전 세계 75개국에서 매년 900만 달러 상당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면류가 주력인 농심이지만 새우깡은 농심 전체 스낵 매출의 25%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1990년대부터는 패키징 기술이 대폭 개선되며 트렌드를 반영한 디자인으로 조금씩 모습을 바꿔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패션브랜드 에잇세컨즈와 협업한 의류 45종을 선보이기도 했다. 새우깡 로고가 박힌 의류 45종은 티셔츠, 스커트, 에코백 등 다양하게 구성됐으며, 향후에는 문구 브랜드 등으로도 확대할 예정이다.

  
 △70년대 새우깡 인쇄 광고 모습

또한 새우깡은 방송 CF에서도 수많은 화제를 낳았다. 1971년 출시 후 첫 제작한 새우깡 CF에는 희극인 故김희갑씨가 출연했다. 가수 윤형주 씨가 작곡한 “손이 가요 손이 가 새우깡에 손이 가요” CM송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사용되며, 광고음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이후 송해, 유효정, 이재룡, SES, 이종석 등 20여 명의 스타들이 새우깡 광고모델을 거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