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장수브랜드②]2세대 종합 조미료 CJ ‘다시다’

곡산 2017. 9. 19. 14:02
[장수브랜드②]2세대 종합 조미료 CJ ‘다시다’
천연 재료로 ‘쇠고기 맛’ 건강 지향 제품 개발 적중
세계의 맛으로 비상
2017년 09월 14일 (목) 17:13:30김승권 기자 kskpox@thinkfood.co.kr
광복 72년, 산업화 30년을 거치며 우리 식품산업은 수많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중에는 반짝했다가 사라진 제품도 있지만 30년 넘게 꾸준히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는 제품도 있다. 식품 하나가 수십 년, 길게는 40년을 넘게 소비자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면 이는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국가 ‘브랜드’이기도 하다. 본지에서는 시간이 지나도 소비자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는 장수 식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따라하려 하지 말고 천연재료로 건강지향적인 것을 개발하라.”

故 이병철 삼성 회장 특명에 육수가 기막히다는 서울 내 음식점을 모조리 뒤졌다. 주방장에게 슬쩍 국물 맛의 비결을 묻기도 했고, 종업원에게 선물까지 공세하며 육수를 받아오기도 했다. 시장조사와 개발에 꼬박 2년이 걸렸다. 그렇게 1975년 11월 ‘다시다’가 탄생했다. 이는 당시 사원으로 개발에 참여한 문동상 전 CJ제일제당 상무(2000년 퇴직)의 회고다.

올해 출시 42년을 맞은 다시다는 조미료 시장점유율 81.4%(작년 기준, 링크아즈텍)로 부동의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작년 매출은 약 3000억 원(B2B 포함)이며, 매년 2만5000톤가량의 물량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국내 조미료의 역사는 1956년 대상의 전신인 동아화성공업이 개발한 ‘미원’에서 시작됐다. 사탕수수 원당을 미생물 발효시켜 만든 발효조미료다.

1세대 조미료로 불리는 미원은 1970년대 중반까지 20여 년간 국내 조미료 시장의 성장을 주도했다. CJ제일제당(당시 제일제당)이 1963년 대항마로 ‘미풍’을 출시했지만 결과는 뼈아픈 실패였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새로운 판을 짜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발효조미료가 아닌 종합조미료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것. 쇠고기, 생선, 양파 등 천연원료를 섞어 가장 이상적인 혼합비를 찾아 끊임없이 실험했고 결국 원재료와 부재료의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액체 원료를 분말로 만들어냈다. 2세대 종합조미료 시대의 시작은 연 것이다.

  
△다시다 변천 모습. (왼쪽부터)1975년 다시다, 2001년 된장 다시다, 2016년 쇠고기 다시다.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다시다는 ‘식탁의 해결사’로 불리며 빠르게 시장을 잠식했다. 특히 당시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비싼 쇠고기로 국물을 낼 수 없었던 서민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출시 2개월 만에 생산량을 초기 20톤에서 200톤으로 늘릴 만큼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전파됐으며, 기존 화학조미료와는 완전히 다른 천연조미료를 표방해 입지를 다졌다.

TV광고 효과도 한몫했다. “그래, 이 맛이야” 모델로 나선 배우 김혜자의 멘트는 유행어가 됐다. 여기에 1987년 국민 생활수준이 향상되며 다시다는 어머니의 손맛을 표현한 ‘고향의 맛’ 캠페인으로 제품의 콘셉트를 더욱 견고히 했다.

혀에서 느껴지는 일차적인 맛을 넘어 고향의 맛을 낸다는 ‘맛의 상징화’를 통해 소비자 향수를 자극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국민 배우 김혜자 ‘고향의 맛’ 광고로 선풍적 인기
작년 매출 3000억으로 1위…액상 제품으로 다변화
일본 몽골 등 수출…미국선 프리미엄 제품으로 변신 

  
△다시다 제품 출시 초기 지면 광고

김혜자는 25년간 다시다 모델을 활동하며 한 제품에서 국내 최장수 모델에 기록될 만큼 ‘고향의 맛’ 콘셉트 광고는 획기적이었다.

이제 다시다는 ‘세계의 맛’을 추구하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다시다 명품골드’를 론칭하고 프리미엄 제품 확대 판매를 꾀하고 있다. 일본은 2014년부터 순항을 시작했고, 몽골에서는 ‘쇠고기 수프’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한 지난 2015년에는 액상 제품인 ‘다시다 요리수’ 3종을 내놓고 브랜드 진화를 꾀했다. 오는 2020년까지 ‘다시다 요리수’를 500억 원대 브랜드로 육성하고, 액상 조미료 시장에서도 1위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장수 제품이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한국인 입맛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인들의 식문화 연구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