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사

[머니S토리] 라면 원조, 다시 부활할까

곡산 2017. 4. 3. 23:16

[머니S토리] 라면 원조, 다시 부활할까

#. 지난 3월21일. 코카콜라 평창 출정식. ‘통합적 수자원 관리 프로젝트 협약식’을 위해 모인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유독 눈에 띈 인물은 김정수 대관령 삼양목장 대표다. 그는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의 부인이자 삼양식품 총괄사장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이 자리에 나타난 이유는 평창동계올림픽 때문. 코카콜라가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해 수자원 보호에 나설 것을 밝혔고, 첫 대상지가 삼양목장 소재지여서다. 

#. 삼양목장과 평창동계올림픽. 어쩐지 낯설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은 그동안 김 대표가 보인 행보와도 일치한다. 김 대표는 과거 최문순 강원도지사 주재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특구 개발 투자기업 초청간담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원도 업무보고 자리, 유일호 부총리 주재의 산악관광 및 지역경제 활성화 평창간담회 등에 빠짐없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삼양식품의 이건식품문화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평창지역 나눔 실천에도 앞장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양식품이 그리던 큰 꿈, 관광사업의 밑그림이 순조롭게 그려지는 듯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강원도 특히 평창과 관련된 공식석상에 많이 등장했다”며 “몇년 전부터 삼양목장 개발을 통한 식품·레저그룹으로의 도약을 위해 올림픽만 목 빠지게 기다린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김 대표가 참석한 코카콜라 평창 출정식이 끝난 뒤 몇몇 언론에서 대관령 삼양목장을 삼양식품의 관광사업과 연계해 바라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창올림픽 수혜주’, ‘부활 신호탄’ 등 삼양식품의 재도약 중심엔 늘 아시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삼양목장이 있었다.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삼양목장 전경. /사진=뉴스1 권혜민 기자 @머니S MNB, 식품 유통 · 프랜차이즈 외식 & 유망 창업아이템의 모든 것

◆ ‘제2 도약’…부활 시동걸자 찾아온 불운

하지만 회사 측 입장은 달랐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평창올림픽이 특별한 호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궁극적인 목표는 삼양목장 개발사업을 통한 제2 도약이 맞지만 현재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발목을 잡은 건 규제프리존 특별법이다. 대관령지역은 백두대간보호법상 백두대간보호지역, 산지관리법상 보전산지, 국유림법에 의한 국유림, 산림보호법에 따른 산림보호 구역 등으로 지정돼 복합규제를 받는 지역이라 개발이 쉽지 않다.

지난해 7월 이 일대에 대한 중첩규제완화가 결정되면서 삼양식품도 한줄기 빛을 보는 듯했으나, 같은해 말 터진 최순실 게이트로 상황이 급변했다. 최씨 일가가 평창동계올림픽 이권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올림픽 관련 법안들은 추진동력을 잃고 쓰러졌다. 동시에 그룹 숙원이자 미래 성장동력이던 삼양목장 관광 활성화도 위기를 맞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45년 전부터 삼양목장을 운영했지만 각종 규제로 성장하지 못했다”며 “3년 전 평창올림픽 특구종합계획에서 일부가 자연순응형 휴양·체감지구로 지정됐지만 개발엔 한계가 있고 일부 시설 개보수 정도만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계획대로라면 삼양식품은 이곳에 약 500억원을 투자해 체험형 복합관광단지를 조성할 예정이었다. 목장 체험마을, 숙박시설, 쇼핑센터, 레스토랑을 갖춘 관광단지에 관광객이 직접 젖소의 젖을 짜거나 요리를 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더한 세부 사업계획도 이미 마련해 놓은 상태다. 현재 연간 50만명 수준인 관광객이 2018년 1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청사진도 내놨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관령 삼양목장 개발은 라면시장 경쟁에서 벗어난 새로운 기회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외부 평가를 받았다”면서도 “하지만 추진될 만하면 장애물이 생기고 겨우 비켜가면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나 불운의 상징이 됐다”고 말했다.

◆ 불닭볶음면 대박났지만… 신사업 잇단 차질

‘라면 원조’인 삼양식품은 현재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 3위로 내려앉았다. 매출 비중의 85%를 차지하는 라면사업의 부진으로 신성장동력이 절실하다.

최근엔 그나마 사정이 낫다. ‘불닭볶음면’이 중국·동남아 등에서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실제 지난해 1·2분기 각각 20억원, 70억원이던 불닭볶으면 수출액은 3분기부터 240억원으로 10배 이상 늘었고 4분기엔 320억원을 기록했다. 해외매출이 급증하면서 삼양식품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5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253.5%나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삼양식품의 이런 흐름을 단기적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단일품목에 의존해 호실적을 거두긴 했지만 그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어서다. 특히 사드 배치로 중국 내 반한감정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해외 매출의 45%를 차지하는 중국 내 매출이 역효과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인기를 끌다 고꾸라진 나가사끼짬뽕처럼 히트제품이 장수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해외 매출 때문에 반짝 재미를 봤다고 해도 동종업계 타사대비 영업이익은 여전히 좋은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면 한 종목에 의존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해답은 사업다각화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물론 삼양식품이 그동안 사업다각화 노력을 안한 건 아니다. 2010년 8월 면요리전문점 호면당을 인수한 데 이어 시리얼시장에도 진출했다. 2011년 9월엔 제주우유를 사들였고 2014년엔 크라제버거를 인수해 햄버거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2015년엔 삼양식품 모기업인 내추럴삼양을 통해 냉동식품 전문업체를 인수했다.

하지만 일부 사업체는 적자폭이 매년 늘어났고, 대부분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실패로 끝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월엔 새아침 냉동공장에 불이나 창고 1500평가량이 전소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식품의 두 축은 하나는 식품과 목장개발”이라면서 “지금 상태론 목장개발은 가능성이 없어서 장기사업으로 본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건 식품으로 4월 초에 신제품도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지파동(1989년)과 부도사태(1998년) 등 크고 작은 우여곡절을 겪어온 비운의 삼양식품이 새 성장동력을 잡고 부활할 수 있을까. 내리막길을 걷던 삼양식품의 반전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 본 기사는 <머니S>(www.moneys.news) 제4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