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동준 기자] 껌을 팔던 회사에서 재계 5위 그룹이 되기까지 걸린 시간은 50년. 롯데그룹은 한국인의 일상에서 없으면 안 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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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총괄회장의 젊은 모습. 사진 롯데그룹 |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辛格浩) 총괄회장은 1922년 10월 4일 경남 울산 삼남면 둔기리에서 5남 5녀 중 맏이로 태어났다.
신 총괄회장은 문학도의 꿈을 품고 일제강점기인 1942년 일본행 관부 연락선을 타고 도일했다. 낮에는 신문과 우유배달을 하고 밤에는 상급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주경야독 생활을 했다.
이런 신 총괄회장의 역량과 성실성을 지켜본 일본인 하나미쯔(花光)는 5만엔을 그에게 투자했다. 신 총괄회장은 투자금으로 선반(절삭공구)용 기름 제조 사업에 나섰다. 하지만 미군의 폭격으로 두 차례나 공장이 전소됐다.
그는 실패에 굴하지 않고 도쿄 시내에 ‘히까리(光) 특수화학연구소’를 차리고 선반용 기름으로 비누를 제조해 큰 성공을 거둔다. 1년도 채 안 돼 융통한 5만엔을 모두 갚고 고마움의 표시로 투자한 일본인에게 따로 집 한 채를 사줬다.
신 총괄회장은 다음 사업 아이템으로 껌을 선택했다. 1947년 당시 미군이 일본에 주둔하자 군수품인 껌이 인기를 끌었다. 그는 남미산 천연수지로 껌을 만들어 큰 히트를 쳤다.
이 같은 성공으로 1948년 6월 자본금 100만엔, 종업원 10명의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한다.
롯데는 신 총괄회장이 문학도의 꿈을 가진 청년 고학생 시절 밤새 읽었던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여주인공 이름 ‘샤롯데’에서 따왔다.
롯데는 껌 이후 내놓은 초콜릿도 연이어 성공을 거뒀다. 이후 롯데는 캔디, 비스킷, 아이스크림, 청량음료 부문에도 진출했다.
일본에서 사업이 안착하자 신 총괄회장은 고국에 기업을 설립하기로 결심했다. 평소 기업보국의 가치를 경영신념으로 가진 그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이듬해 재일동포 법적 지위 협정 발효 등으로 한국 진출 길이 열리자 즉각 투자에 나섰다.
그는 1967년 4월 자본금 3000만원으로 롯데제과를 한국에 설립했다. 당시 국내 최초로 멕시코 천연 치클을 사용한 껌을 선보였다.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후레쉬민트 등이 연달아 대박 치면서 ‘껌이라면 역시 롯데껌’이란 CM송을 많은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1970년대 들어서는 국내 최대 식품기업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1974년과 1977년 칠성한미음료, 삼강산업을 인수해 각각 롯데칠성음료, 롯데삼강을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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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12월 17일, 롯데쇼핑센터 개점 테이프 커팅. 사진 롯데그룹 |
식품 사업 이외에도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을 설립해 관광과 유통산업의 현대화 토대를 구축했다.
신 총괄회장은 평소 “부존자원이 빈약한 우리나라는 기필코 관광입국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의 결단으로 1973년 지하 3층, 지상 38층, 1000여 객실 규모의 당시 동양 최대의 특급호텔인 롯데호텔이 소공동에 문을 열었다. 롯데호텔 완공에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와 비슷한 수준인 1억5000만달러가 들어갔다.
1979년 소공동에는 롯데쇼핑센터(현 롯데백화점 본점)이 오픈했다. 당시 지하 1층부터 지상 7층으로 기존 백화점의 2~3배에 달했다.
석유화학 산업으로도 진출했다. 신 총괄회장은 1978년 평화건업사(현 롯데건설), 1979년 호남석유화학(현 롯데케미칼)을 각각 인수했다.
그룹의 전반적인 사업구조가 갖춰진 1980년대에는 고속 성장했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도 1989년 문을 열었다. 이 시기 그룹이 처음으로 10대 기업에 진입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핵심전략 사업군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호텔롯데와 롯데쇼핑의 전국 체인화 및 관련 업태로 신규 사업을 진행했다. 편의점(코리아세븐 인수), 할인점(롯데마트), 온라인쇼핑(롯데닷컴), SSM(롯데슈퍼)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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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5월 21일,롯데 신동빈 회장이 우즈베키스탄 수르길 가스전 화학단지 완공식에 참석해 임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사진 롯데그룹 |
2000년대 들어서는 신 총괄회장의 차남 신동빈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신 회장은 2004년 그룹 정책본부장(부회장)에 취임해 주요 인수·합병(M&A)을 지휘했다.
신 회장은 우리홈쇼핑(롯데홈쇼핑, 2007년), 대한화재해상보험(롯데손해보험, 2007년), 두산주류BG(롯데주류, 2009년), GS리테일 백화점·마트 부문(2010년), 하이마트(롯데하이마트, 2012년), 현대로지스틱스(롯데글로벌로지스, 2014년), KT렌탈(롯데렌탈, 2015년) 등을 인수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현재 롯데그룹은 지난해 기준 매출액 92조원에 국내외 임직원 12만5000명이 일하는 재계 5위 대기업 집단으로 성장했다. 신 총괄회장이 국내에 롯데제과 설립 당시 첫 해 매출액 8억원에 비하면 50년 새 11만5000배 늘어난 셈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각 사업부문별로 옴니채널, AI 기술 도입 등 4차산업 혁명 대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할 방침”이라며 “그룹사 간 사업연계를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동준 기자 naiman@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