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많은 고령친화식품, 다품종 소량 中企 유리
초고령사회 日, 실버푸드 육성위해 정부가 나서 표준화·법률 정비
고부가 기능성식품이란 영양소를 공급하는 기능 외에 특별히 건강에 유익한 효과가 있는 식품을 말한다. 기존식품에 첨단기술을 융복합해 면역성 증대, 질병의 예방 및 회복, 신체리듬 조절, 노화억제와 같은 기능을 극대화한 식품이다. 고령화 추세,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감에 따라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고부가 기능성식품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분야가 고령친화식품이다. 고령친화식품은 면역기능 저하, 식욕감퇴 및 소화기능의 저하, 근력 저하, 저작 장애 등 각종 노인성 질환에 취약한 고령자를 대상으로 질병 예방 및 치료, 노화억제 및 영양과 건강 상태 유지에 도움을 주도록 특별히 고안된 식품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병원의 환자식과 비슷했다면 최근에는 편리성, 질감, 맛, 영양, 포장, 분위기까지 노인들의 취향에 맞췄다는 게 특징이다.
전도유망 ‘고령친화식품’…다품종 소량생산으로 中企 유리
고령친화식품은 일반적으로 건강기능식품, 전통발효식품, 특수용도식품으로 분류한다. 건강기능식품은 일상 식사에서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 혹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만든 식품을 의미한다. 전통발효식품은 미생물의 작용을 통해 제조된 식품으로 알코올 발효, 젖산 발효, 단백질 및 당질 분해 등을 이용해 새로운 맛으로 창조된 음식을 말한다. 김치, 된장, 젓갈, 장아찌 등이 대표적이다. 특수용도식품은 일반식품 가운데 정상적으로 섭취, 소화, 흡수 또는 대사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되거나 손상된 노인을 위해 특별히 가공된 식품이다.
평균수명이 늘고 노인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고령친화식품 시장 잠재력이 크다. 중소기업청이 발간한 ‘중소기업 전략기술로드맵 2016~2018’을 보면, 2013년 1034억달러였던 고령친화식품시장은 2018년 1450억달러까지 커진다. 연평균 7%에 달하는 성장세다. 국내시장의 성장 잠재력도 만만찮다. 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2년 6조4016억원이었던 국내 고령친화식품의 시장규모는 2020년 17조6343억원으로 늘어난다.
시장이 가진 잠재력에 비해 진출기업 및 제품 수는 아직 미미하다. 특히 현재 출시된 국내 제품 다수는 특수의료용 식품인 영양보충식이나 경구 투여용 제품이고, 씹고 삼키는 기능 저하나 식욕·소화능력 감퇴 등을 보완하는 고령친화식품은 부족하다. 다품종 소량생산 업종이란 고령친화식품 특성에 따라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이 유리하다.
특히 고령친화식품 특허가 가장 많은 국가가 한국이라는 점 그리고 세계 선도기업이 아직 없어 한류영향 등으로 해외시장 선점도 노려볼 만하다. 기술로드맵에 따르면 2015년 기준 고령친화식품의 세계특허 총 1만1296건 가운데 한국이 6292건(56%)을 보유, 가장 많은 특허를 가지고 있다. 국내특허의 내국인 출원비율도 90% 이상으로 압도적이다.
기회 요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국내에는 고령자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식품에 대한 기준이나 규격이 없는 탓이다. 또 제품 생산에 필요한 가공 기술과 유통망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해당 제품의 종류와 관련 정보를 얻을 곳도 없다. 정확한 수요를 세분화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비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곳도 부재하다.
정부가 실버푸드 육성하는 日…정부가 나서 시장 키워야
가까운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보다 30년 앞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개호식품(介護食品, 고령자가 먹기 쉽도록 연하고 걸쭉하게 만든 식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후지경제 조사에 따르면 2010년 978억엔, 2011년 1036억엔이었던 개호식품시장은 2015년 5933억엔으로 확대됐다. 2010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최근에는 일본의 대표적 편의점 브랜드인 ‘패밀리마트’가 총 13개 점포에서 판매(지난해 10월 기준)되는 개호식품을 올해까지 도쿄 등 주요 도시 병원에 인접한 200개 점포에서 판매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일본은 지난 2015년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21%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했다. 또 구매력이 높은 ‘단카이세대(團塊世代,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부머)’가 신고령층으로 등장함에 따라 향후 관련 시장은 꾸준히 커질 전망이다.
일본은 2002년부터 50여개 고령친화식품 제조기업을 회원사로 한 ‘일본개호식품협의회’를 발족, 지난 십여년간 실버 푸드와 관련된 인증 절차를 만드는 등 엄격한 관리체계를 구축해 왔다. 예컨대 기업별로 달랐던 시니어 식품 규격을 표준화하고 매뉴얼을 통해 관리했다. 또 각 식품별 ‘부드러움’ 정도를 1~4단계로 수치화해 제품 앞면에 잘 보이도록 표기했다. 고령 소비자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식품의 정확한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지난해 2월부터는 ‘스마일 케어식’을 도입해 특수 기능시설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 수요자도 개호식품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 무겁고 비싼 개호식품 이미지를 지워버렸다.
일본의 개호식품산업은 국내 고령친화식품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의 계획과 추진력이 큰 역할을 했다. 산업의 성장성과 잠재적 수요를 파악하고 개념을 세웠으며, 관련 제도와 규격을 통일하는 등 개호식품산업 성장을 위한 기반을 조성했다.
일본의 경우와 같이 한국정부도 고령친화식품 산업과 관련한 법률을 정비해야 한다. 노인들의 신체특성과 기호, 식습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기업의 식품 신소재 R&D역량도 지원해야 한다. 연구개발 투자비중이 다른 산업보다 높고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제품과 유통 및 서비스 등을 포괄하는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연구센터를 꾸릴 필요도 있다. 기술로드맵은 “나고야의정서 시행으로 인해 원료 분쟁이 심화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원료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학명이나 유전자 정보 등의 데이터를 담은 생물자원DB와 소비자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 등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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