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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질의응답식의 딱딱한 채용 면접과 달리 각 기업 특성과 미디어의 다양성에 따라 이색적인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
최근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기존 질의응답식의 딱딱한 채용 면접과 달리 각 기업 특성과 미디어의 다양성에 따라 이색적인 채용이 이뤄지고 있다. 특히 SNS에 채용 공고를 게재하거나 자신을 표현한 자기소개서 영상을 제출하게 하는 등 기업을 알릴 수 있는 동시에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자의 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이런 채용 방식은 스펙이 아닌 지원자의 창의성, 잠재력 등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채용 기준이 모호하고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을 오히려 가중시키는 행위라며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젓가락 면접, 미각 시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역량 평가 화제성 있는 소재로 채용공고 제시해 구직자들 눈길 끌어 채용 기준의 모호성, 막막한 취업 준비 등 부정적 인식도
◆ 기업특성 살린 이색 채용 지난해 9월 말, 제주항공은 '2017 신입·경력직 객실 승무원 채용인원의 20%를 SNS 인스타그램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일명 ‘재주캐스팅’으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1분30초의 영상을 제주항공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후 진행되는 방식이다. 제주항공에 따르면 이 방식은 스펙과 자기소개서에 드러나지 않은 지원자의 재주와 능력, 열정을 세밀하게 파악하기 위해 마련됐다. 또한 기업이 빠르게 성장함에 있어 조직이 관료화되고, 혁신 동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재를 찾는 등 기존 틀을 깨보자는 취지로 이런 채용 방식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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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말, 제주항공은 '2017 신입·경력직 객실 승무원 채용인원의 20%를 SNS 인스타그램으로 뽑겠다'고 밝혔다. |
샘표식품은 2017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젓가락 면접'이라는 이색면접을 실시했다. 2013년부터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에서 진행했던 '젓가락 교육'을 면접 전형에 도입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식문화 예절 중 하나인 '젓가락 사용법'을 비롯해 식문화 예절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번 젓가락 면접은 콩·메추리알 나르기, 깻잎 떼어내기 등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는 모습을 관찰하고 이를 평가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외에도 샘표식품은 2000년부터 요리면접을 실시하는 등 식문화를 대표하는 회사의 특성에 맞는 채용을 도입해왔다. 요리면접은 4~5명이 한 조를 이뤄 주어진 재료를 활용해 요리 주제와 메뉴를 정하고, 팀워크를 이뤄 요리를 만들고 이를 발표하는 전반의 과정을 통해 창의력, 팀워크, 리더십 등을 심사한다.
식품 전문 기업인 SPC그룹 또한 '소금 농도 맞추기', '샘플과 똑같은 맛 찾기' 등의 기업의 특성을 살린 채용 면접을 진행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는 지난해 하반기 '푸드 MD' 채용에 한해 토익, 출신학교, 자격증, 어학연수 등의 자격사항 대신 '혼밥족'을 위한 '편의점 도시락 메뉴 기획서'로 서류전형을 실시했다. 면접도 간단한 인성 질문 후 '도시락 요리 테스트'와 자신의 도시락을 홍보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선발했다. 설립한 지 오래되지 않은 신생 벤처기업인 스타트업(start-up)에서는 주로 현장에서 직접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모바일 카메라 앱 '나인 캠'을 서비스하는 '팬타그램'은 면접 때 사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진과 카메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지원자와 함께 직접 출사를 나간다. 숙박 애플리케이션 '여기어때'에서는 면접 시간을 내기 어려운 경력직 지원자를 위해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지원자 회사 근처 커피숍 등으로 직접 찾아가 면접을 진행한다.
◆ 새로운 패러다임의 채용공고 미디어의 다양성에 따라 독특한 채용공고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은 채용 설명회장에 올 필요 없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게끔 실시간 인터넷 방송인 '아프리카 TV'를 통해 채용공고를 냈다. 2시간 동안 진행된 이 방송은 스마트폰 ‘아프리카TV’ 앱을 통해서도 참여가 가능했으며, 방송 중에는 실시간 댓글로 채용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실제로 이랜드 채용팀이 이틀간 실시한 온라인 생방송 채용설명회는 누적 접속자수 1만4000여 명, 최대 동시 접속자수 1300여 명을 기록했다. 특히 모바일로 접속하는 취업준비생들의 비중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채용 설명회의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인사팀 채용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진행되는 채용 설명회와는 달리 현업에서 실무를 하고 있는 직무 선배가 함께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들려주는 것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스타트업의 경우,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과 견줄만한 경쟁력을 갖추고자 독특한 방식의 채용공고를 낸다.
온디맨드 셀프 프린팅(On-Demand Self Printing) 대표 브랜드 비즈하우스는 최근 인기리 종영한 드라마의 명대사를 패러디해 채용공고 포스터를 제작했다. “그대는 운이 좋았다. 마음 약한 사장을 만났으니”, “난 암만 생각해도 비즈하우스가 내 첫 직장이 맞는 것 같거든요. 사랑해요!”, “첫 직장이다” 등의 패러디 포스터가 나왔다. 재치가 넘치는 이번 채용공고는 지원자의 독특한 매력과 열정을 파악함과 동시에 기업 문화와 팀 소개, 원하는 인재상 등을 재미있게 소개하기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기업 가치관에 부합하는 인재를 뽑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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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디맨드 셀프 프린팅 대표 브랜드 비즈하우스는 최근 인기리 종영한 드라마의 명대사를 패러디해 채용공고 포스터를 제작했다. [비즈하우스 홍페이지 캡쳐] |
핀테크 스타트업 코인원은 채용행사에서 콘돔을 사은품으로 들고 나왔다. 핀테크 기업에 있어 안전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피임 도구를 사은품으로 갖고 나온 것이다. 배달 서비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 형제들은 지난해 개발 엔지니어를 모집할 당시 ‘디자인 경영’ 철학을 살렸다. 지원자 전원에게 ‘다 때가 있다’는 문구가 적힌 때수건을 증정해 지금이 우아한 형제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때(시기)인 만큼,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를 센스 있게 전했다.
◆ 이색 채용의 득과 실 스펙이나 문서 형식의 자기소개서에서 보이지 않는 지원자들의 역량을 고려한다는 점에서 이색 채용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취업·인사 포털 사이트 잡코리아에서 진행한 (2016년 10~11월, 구직자 713명, 인사담당자 205명 대상) '이색 채용'에 대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색 채용 방식 선호도' 질문에 '이색채용을 선호한다'고 답한 구직자들은 34.5%였다. 이들은 '스펙보다 인성이나 능력을 더 어필할 수 있다'(61%)는 점에서 이색채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어 ▲식상하지 않아서 좋다(31.6%) ▲기존 방식보다 공정하다고 생각한다(29.4%) ▲나에 대해 더 잘 소개할 수 있다(29.4%) 등 순으로 선호하는 이유를 밝혔다. 인사담당자들은 '창의력·잠재력을 더 잘 평가할 수 있다'가 56.6%로 이색채용의 장점을 꼽았다. 다음으로 ▲직무나 업무 성향에 맞게 맞춤형 채용 방식을 고안할 수 있다(45.9%) ▲지원자를 좀 더 자세히 평가할 수 있다(43.4%) ▲지원자와 소통이 더 용이하다(23.4%)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색 채용에 긍정적인 반응보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구직자들이 더 많았다. 구직자 37%는 '선호하지 않는다'로 답했다. 그 이유로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서'가 60.4%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심사 기준이 모호한 것 같아서'가 44.8%로 뒤를 이었다. 취업 준비생 김 모(30)씨는 “지금껏 기업이 요구하는 스펙을 쌓느라고 2년 반 정도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스펙이 아닌 다른 것을 요구한다”며 “스펙에 들인 시간이 너무 아깝기도 하지만 기업이 요구하고자 하는 역량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기업들 또한 이색 채용의 단점을 몇 가지 꼽았다. 그 중 '특이한 모습만 부각하는 지원자가 많다‘가 58%로 가장 많았고, ▲평가하기 쉽지 않다(47.8%) ▲기존 방식에 비해 시행착오가 크다(38%) 등이 제시됐다. 이에 인사 전문가들은 “이색적인 요소를 부각하다 보면 마케팅적으로는 이슈화될 수 있지만 본연의 인재 채용의 의미가 퇴색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업은 이런 부분을 잘 설계해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혜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