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3만개 시대 명암…주7일 일해도 점주 몫은 월 250만원 | |
기사입력 2016.05.04 13:52:22 | 최종수정 2016.05.04 17:14:23 |
3만767개.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위드미 등 편의점 5사의 올 1분기 기준 총 점포 수다. 직영점을 제외해도 3만595개에 달한다. 1989년 5월 서울올림픽선수촌에 국내 첫 체인화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이 문을 연 후 27년 만에 쌓은 금자탑이다. 프랜차이즈 업종 중 치킨집(약 3만6000개)에 이어 가장 많은 점포 수를 자랑한다. 동네 골목마다 1~2개씩 들어찬 편의점의 인기 비결과 포화 우려를 짚어본다. ■ 편의점의 어제와 오늘 1인 가구 증가 힘입어 연 18%씩 성장 1990년대는 편의점 사업에 진출한 가맹본부들이 운영 시스템을 선진국으로부터 막 도입한 시기였다. 당시 우리나라의 가구 형태는 4인 가구가 50% 이상으로 압도적이었다. 대형마트나 슈퍼마켓에서 어머니가 장을 보는 식으로 가정 내 생필품 소비가 이뤄졌다. 유통업계에서 편의점 위상이 낮았던 건 당연지사. 24시간 영업 외에는 가격이나 접근성 면에서 별다른 강점을 갖지 못했다. 첫 흑자전환 업체가 등장한 것은 편의점 1호 출점 8년 만인 1996년에서였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를 맞으며 편의점 성장세는 다시 주춤한다. 내수 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초고금리로 인해 점주들 출점도 제동이 걸리면서 1998년에는 전년 대비 점포 수가 겨우 6개(0.3% 성장) 늘어나는 데 그쳤다. 매출은 1조1153억원에서 1조645억원으로 전년 대비 4.6% 감소했다. 이후 편의점들은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 1999년부터 점포 리뉴얼, 전산시스템 보강에 이어 공공요금 수납, 현금인출기(ATM) 설치 등 각종 생활 서비스도 시작했다. 덕분에 2000년에는 점포 수와 매출이 전년 대비 20.8%, 22.9%를 기록하며 다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2001년부터 국내 편의점 산업은 고도성장기로 진입했다. 편의점 등장 12년 만에 3000호점을 돌파했고 점포 수와 매출도 36.9%, 45.8%나 성장했다. 국내 유통 업태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었다. 이후 2010년까지 편의점은 해마다 1000~2000개씩 늘어나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비결은 가구 형태의 빠른 변화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4인 가구는 1995년 50%에서 2005년 27%로 10년 만에 반 토막 났다. 반면 편의점 주 수요층인 1인 가구는 같은 기간 12.7%에서 20%로 급증했다. 높은 접근성과 소포장, PB상품 등으로 무장한 편의점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2010년대에 접어들며 편의점업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롯데가 점포 1500여개에 이르던 바이더웨이를 인수, 세븐일레븐과 통합 운영하면서 CU(당시 훼미리마트), GS25와 함께 ‘빅3’ 구도를 형성한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세가 주춤할 것”이란 업계 외부 관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3개 업체 간 시장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되며 신규 출점이 더욱 가속화된 것. 2011년에는 점포 수가 4284개나 순증하며 역대 최고 증가 기록을 갱신하기에 이른다. 과하면 탈이 나는 법. 2013년은 프랜차이즈 산업 전반에 혹한기였다. 가맹본사와 가맹점 간 갑을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부의 출점 규제가 잇따랐다. 24시간 운영 강제, 위약금 폭탄으로 인한 편의점 점주 자살 등의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졌다. 가맹본사들의 무리한 확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상생 정책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다. 해마다 2000~4000개씩 증가하던 점포 수도 2013년에는 300개 순증에 그쳤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그때는 정말 회사가 망하는 줄 알았다. 폐점을 원하는 점주들은 무조건 위약금 없이 폐점을 진행하고 직영점으로 전환하며 전사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편의점 시장 성장은 지속됐다. 역시 1인 가구 증가세가 지속된 덕분이다. 지난해 1인 가구는 27%를 기록, 4인 가구 비중(20%)을 넉넉히 제쳤다. ‘가장 일반적인 가구 형태’가 20년 만에 4인 가구에서 1인 가구로 뒤바뀐 것. 여기에 편의점 도시락 등 PB상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편의점은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0~2014년까지 15년간 점포 수 기준 편의점 연평균 성장률은 18%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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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이지 않는 편의점 포화 논란 “60~70%는 그저 먹고사는 수준” 최근 편의점업계 이슈는 단연 ‘1만개 점포를 누가 먼저 달성하느냐’다. 점포 수 차이가 근소한 CU와 GS25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은 창업설명회가 평일에 매일 열리는 유일한 프랜차이즈 업종이다. 예비창업자가 2명만 참석해도 창업설명회를 진행한다. 그만큼 가맹점 개설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편의점 5사는 올 들어 브랜드별로 하루 평균 2~4개씩, 전체 11개 안팎씩 점포를 늘리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빠르면 오는 6월 1만개 점포 브랜드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점포 수가 늘어난다 해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쟁 과열로 인한 점주 수익성 악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 편의점 1곳당 인구 수는 1995년 2만8380명에서 2005년 5420명, 지난해 1700명 안팎(업계 추정치)으로 급감하는 추세다. 1800명 안팎으로 추정되는 일본보다 인구수 대비 더 포화됐다는 분석이다. 점주 수익성 악화는 폐점과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편의점 1곳당 평균 종업원 수는 경영주와 가족 종사원을 포함하면 6.8명, 아르바이트생만 세면 4.3명에 이른다(2014년 말 기준). 점포 한 곳이 폐점하면 약 7명의 실업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편의점이 3만개라면 총 20만명, 아르바이트생만 13만명의 고용 문제가 걸려 있는 셈이다. 점포 개발 담당자는 “과거에는 편의점을 하면 ‘돈을 모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생계형이 대부분”이라며 “가맹본사도 점주 순이익이 250만원만 넘을 것으로 보이면 점포 개설을 진행하는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점주 순이익 250만원은 점주가 매일 8시간 근무하고 나머지는 아르바이트생을 쓴다고 가정했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주말 없이 일해도 웬만한 중소기업의 사원이나 대리급 보수를 버는 수준이라 볼 수 있다. 점주 근무 시간(하루 8시간×30일)을 아르바이트생으로 대체해 풀오토(점주는 전혀 근무하지 않는 운영 형태)로 돌릴 경우 최저임금(6030원)을 적용해도 최소 150만원 이상의 인건비가 추가로 소요된다. 이 경우 점주 순이익은 100만원 이하로 낮아진다. 편의점 창업 비용이 점포 보증금과 권리금을 포함해 총 1억5000만원이라면 연간 투자 대비 수익률은 8%(1200만원/1억5000만원×100)가 채 안되는 것. 이마저도 본사 측이 창업설명회에서 얘기하는 ‘희망적인’ 상황이다. 본사가 창업을 유도하기 위해 다소 과장을 섞어 설명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훨씬 낮아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 10개라면 1~2개는 잘되고, 6~7개는 그저 먹고사는 정도며, 1~2개는 점주 인건비도 안 나온다고 보면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편의점을 하나만 운영해서는 생계형을 못 벗어나기 때문에 2개 이상 다점포를 경영하는 점주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게다가 알고 보면 편의점 운영에 드는 숨은 비용도 적잖다.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점주는 “분기별로 정산해보면 상품로스(분실)가 최소 10만~20만원씩 발생한다. 이 정도면 그나마도 점주가 매장 관리를 잘한 경우다. 상품로스는 모두 점주 책임이어서 보상받을 길이 없다. 또 도시락 등 일일배송 상품의 마진이 높긴 하지만 발주를 잘해야 한다. 과다하게 발주했다가 유통기한까지 안 팔리고 남으면 브랜드에 따라 점주가 모두 떠안거나 50%만 보전받는다. 10~15% 통신사 할인 비용도 점주가 일부 부담해야 한다. 이를 다 감안하면 실질 수익률은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칠 수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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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의점 어떻게 변모할까 “온·오프라인 잇는 플랫폼 역할 예상” 그럼에도 업계는 한목소리로 “아직은 시장 포화 상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1인 가구와 직장인 여성 증가, 고령화 등이 진행되며 근거리 소용량 쇼핑에 대한 수요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도시 개발로 인한 입지 확장과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소자본 창업 수요 증가도 편의점 시장 확대를 견인할 것이란 기대다. 실제 편의점 증가세 못잖게 편의점당 매출 지표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긴 하다. 고객 1인당 1회 구매액(객단가)은 2013년 4182원에서 2014년 4282원, 지난해에는 4500원 안팎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담뱃값 인상과 도시락 등 PB상품의 매출 증가 덕분이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은 올 들어 매출 증가율이 최고 200%에 가까울 만큼 급성장하는 데다 마진율이 높고 모객 효과도 뛰어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양호승 GS리테일 편의점 도시락 MD는 “최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중요시하는 고객 트렌드에 맞춰 알뜰하면서 맛과 품질이 특출난 도시락을 선보이려 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출시한 김혜자 명불허전도시락(3400원)은 출시 한 달 만에 100만개 넘게 팔렸다”고 자랑했다. 앞으로 편의점은 어떻게 변모하게 될까. 역시 1인 가구 등 인구 구성 변화와 모바일 쇼핑 트렌드를 눈여겨볼 만하다. | ||||||||||||||||||
CU 관계자는 “일본은 최근 편의점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플랫폼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스웨덴은 고객이 앱으로 출입과 구매를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무인 앱 편의점을 선보이기도 했다”며 “CU도 지난 4월부터 자동발주시스템인 ‘스마트 발주’를 도입하는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점포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GS25 관계자는 “도시락, 김밥, 샌드위치, 커피 등 간편 먹거리 성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또 ‘나만의 냉장고’ 앱이나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상품을 수령하는 등 O2O 서비스와의 연계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세븐일레븐은 도시락카페나 국내 편의점 평균 대비 4배(약 80평)에 해당하는 초대형 점포 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가정이나 회사까지 도시락 또는 상품을 배달해 주는 일본의 ‘세븐밀’ 서비스를 도입, 향후 전국적으로 배달 서비스를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미니스톱과 위드미도 고령층에 특화된 저염식·저칼로리 식품 등 실버 상품군 확대를 통해 고객층을 확장해나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편의점 성장 가능성에 더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편의점은 그간 다른 제조업체의 ‘상품’으로 매출을 발생시키는 전통적인 유통업에서 이제 처음으로 (직접 만든) ‘PB제품’에 의해 성장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은 수익성이 여타 상품보다 높을 뿐 아니라 모객 효과가 뛰어나 전체 매출 증가를 이끌고 있다”며 “도시락 매출이 증가하면서 신규 출점이 늘어나고 폐점은 줄어들고 있다. 편의점의 성장성은 갈수록 더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인터뷰 |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상근부회장 ▶편의점 사회 인프라 기능…10년 내 4만개 될 것 Q 편의점 3만개 시대가 갖는 사회적 함의는 무엇인가. A 편의점이 단순 소매점이 아닌, 사회 인프라적 기능을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금융·택배 서비스는 물론, 재난 구호 역할도 한다. 지난 1월 제주도 폭설로 비행기가 결항되자 공항에 발이 묶인 시민들한테 인근 편의점에서 생수를 공급한 게 대표적인 예다. 여성 안심 귀가, 청소년 지킴이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이제 막 시작했다. 향후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오프라인 창구 역할도 맡을 전망이다. Q 인구 대비 편의점 수가 일본보다 많다. 편의점 포화 우려가 상당한데. A 단순 수치로만 포화 상태를 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중요한 건 수익성이다. 지난해 담뱃값 인상과 도시락, 신선식품 등 PB상품 매출 증가로 점주 수익성이 높아지고 있다. 1인 가구 증가 등 소비 행태 변화 흐름도 편의점에 유리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우유 제품 판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Q 국내 편의점이 앞으로 어떻게 더 발전할까. A 개인적으로 향후 10년 안에 편의점 4만개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본다. 그간 담배 매출 비중이 높았는데 앞으로는 다양한 PB상품이 개발되면서 매출 구성비가 다양해질 것이다. 가령 일본은 고령화가 진행되며 ‘개호(노인 간병)’를 위해 노인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편의점도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현재 40~50대가 노인층이 되면 편의점 이용 인구가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보다 더 성장 여력이 있다고 본다. [노승욱 기자 inyeon@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56호 (2016.05.04~05.10일자) 기사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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