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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바게뜨 신규 출점 권고 수용한 지 100일 ‘눈치’보는 SPC…‘해외 진출’로 살길 찾아

곡산 2013. 12. 2. 08:35

파리바게뜨 신규 출점 권고 수용한 지 100일 ‘눈치’보는 SPC…‘해외 진출’로 살길 찾아

비즈니스 포커스

국내 출점 제한으로 활력을 잃었던 파리바게뜨는 연구·개발과 해외 진출로 새로운 먹을거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사진은 파리바게뜨 중국 베이징 더플레이스점


SPC그룹의 올해 1분기 행보는 파란만장했다. 지난해 겨울 무렵부터 ‘파리바게뜨와의 한판 승부’를 선언한 대한제과협회와 팽팽한 대결 끝에 SPC그룹은 한 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 2월 20일. 조상호 S PC그룹 총괄사장이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을 방문해 제과점업의 중소기업 적합 업종 지정에 따른 거리 및 출점 제한 권고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반성장위원회는 지난 2월 프랜차이즈 형태의 빵집과 식당 등 16개 업종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했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는 중소기업의 사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업종을 지정해 대기업의 진출을 막는 제도다. 프랜차이즈형 제과점업은 점포 신설을 전년 말 점포 수의 2% 이내로 제한하고 인근 중소 제과점에서 도보로 500m 이내는 출점을 자제한다는 내용이다.

3월 5일. SPC그룹의 계열사 삼립식품이 빵 가격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열흘 만에 이를 철회했다. 66개의 적자 품목에 대해 리뉴얼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려고 했다가 일부 품목의 중량과 내용이 그대로인 점이 밝혀지자 이를 시인하고 원상복구한 것이다. SPC그룹의 대응은 신속했다.

가뜩이나 ‘골목 상권을 침해하는 골리앗’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데 ‘꼼수 인상’, ‘서민 물가 압박’ 등에 대한 비난 여론이 더해질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4월 24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5억7200만 원을 부과받았다. SPC그룹의 파리크라상이 가맹점 사업자에게 점포 이전과 확장을 위한 인테리어 공사를 강요하는 등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이유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법 위반을 이유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5월부터는 학교 매점 사업에서도 손을 떼기로 했다. SPC그룹의 모기업인 삼립식품은 미래 고객 확보를 위해 지난해부터 고등학교 매점 가운데 18개의 매점에 1년 단기 계약 형식으로 빵을 공급했으나 약 30개가 넘는 기존의 중소 유통 벤더들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SPC그룹 측은 일련의 사태에 대해 시종일관 “조심스럽다”는 입장이었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관계 당국이나 업계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PC그룹은 파리바게뜨, 파스쿠치 등의 브랜드를 거느린 ‘파리크라상’, 샤니빵으로 유명한 ‘삼립식품’,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비알코리아’ 등을 계열사로 거느린 기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주)파리크라상은 2012년 12월 말 기준 158개의 직영점과 3383개의 가맹점이 보유하고 있다. 1945년 ‘상미당’이란 동네빵집으로 출발해 지난해 연매출 3조원을 웃도는 SPC그룹은 최근 2~3년간 공격적으로 점포 수를 확대했다.


SPC그룹의 모태인 삼립식품의 1968년 당시 서울 가리봉동 공장 전경


“대형 프랜차이즈가 사회악?”

2011년 기준 국내 제과점의 수는 총 1만6000여 개로, 이 가운데 파리바게뜨가 3095개(19.3%), 뚜레쥬르가 1281개(8.0%)다. 대한제과협회는 지난해 말부터 업계 1, 2위인 SPC그룹의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의 신규 출점을 비판했다. 하지만 CJ푸드빌 측이 곧바로 대한제과협회의 가맹점 확장 자제 요구를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대한제과협회 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대한제과협회와 파리바게뜨’의 대결 구도로 옮겨가게 됐다.
 
대한제과협회에 따르면 파리바게트는 20 09년 이후 최근 3년여간 1300여 개의 가맹점이 더해져 현재 총 3000여 개의 가맹점으로 늘어난 상태라고 했다. 파리바게뜨가 가맹 사업을 개시한 1988년 이후 21년 동안 늘려온 가맹점 수를 최근 3년 동안 집중적으로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대한제과협회 측은 바로 이러한 과정에서 파리바게뜨가 공정한 경쟁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협회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잘 운영 중인 골목 가게에 가서 파리바게뜨로 상호를 바꾸라고 요구하고 업주가 이를 거절하면 근거리에 파리바게뜨를 입점할 것이라고 압박하는 방식으로 가맹점을 늘려 왔다”는 것이다.

SPC그룹 측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과 함께 뚜레쥬르는 CJ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은 반면 상대적으로 파리바게뜨는 SPC그룹의 전체 매출 80%를 차지하는 주요 사업이라 신규 출범 금지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했다. 또한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가맹점주들도 자신의 돈을 투자해 가게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라고 반박했지만 논쟁이 더욱 치열해지자 지난 2월 동반성장위원회의 권고를 전격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SPC그룹은 “국내 제빵 산업 발전을 위해 방안을 모색하고 해외시장으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SPC그룹에 따르면 권고 수용 이후 5월 현재까지 신규 출점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룹 관계자는 삼립식품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이 1.5%에 그치는 등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했다.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파리크라상의 지난해 매출액은 별도재무제표 기준 1조6213억 원으로 전년도 1조5733억 원 대비 3.1%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3년간의 영업실적을 보면 지난 2010년 31.06%의 높은 매출 증가율을 기록한 이후 2011년 19.86% 등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양이라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해외 진출’이 답, ‘역량’에는 의문

골목 상권을 살리기 위해 대기업의 성장을 ‘규제’하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경제학자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찬반 여론이 엇갈리고 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동네 가게로 시작해 이제 중견기업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는데 경쟁력이 높다는 이유로 규제를 받게 되면 성장이 둔화된다’고 밝혔다. 반면 ‘공정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유장희 위원장은 대승적 차원에서 권고 사항을 따라준 기업에 고마움을 표하며 골목 상권의 자생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임영균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신규 출범을 제도로 막는다고 동네 빵집이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과연 제빵업 시장에서의 경쟁이 불공정했는지에 대해 엄격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미국의 스타벅스나 서브웨이도 점포 확장으로 연방공정거래위원회(FTC)를 비롯한 당국의 감시가 엄격해지고 다른 사업주와의 갈등이 심화되자 그 타개책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 SPC그룹 또한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직영점 체재로 해외 사업을 운영 중이기 때문에 국내처럼 가맹점 사업을 활발히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SPC 또한 해외에서 활로를 찾을 계획이다. 현재 140여 개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는 2020년 세계 3000개 매장을 열어 해외 매출 2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파리바게뜨가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해외 진출 시 ‘직영 체제’를 고수하는 부분에 대해서 일부 전문가들은 ‘개인 점주가 운영하는 가맹점보다 직영은 매출 증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SPC그룹은 미국 LA 등 한인 밀집 지역 등에 매장을 냈다가 현지 교포 상인들의 ‘밥그릇을 뺏는다’는 항의도 여러 차례 들은 터라 신생 지역 발굴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SPC그룹은 지난 2월 한국 이슬람교중앙회(KMF)로부터 ‘할랄(halal) 인증(무슬림이 먹을 수 있는 제품)’을 받아 동남아와 중동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김민주 기자 vit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