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신제품개발의 실패로부터 교훈과 시사점을 얻어 이를 성공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신제품개발의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사후평가와 안전한 학습문화 구축이 중요하며 실패를 성공으로 승화한 사례를 이야기(Storytelling)로 만들어 조직내 인식의 변화를 이끌 필요가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선진 기업을 빠르게 catch up하는 추종자(Fast follower) 차원을 넘어 독창성을 발휘하여 근본적인 혁신의 주도자(Innovative leader)가 되어야 한다.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에 끊임없이 도전해서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기업이 시장을 리드하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패로부터의 학습은 성공의 토대
혁신적인 신제품개발처럼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일은 단 한번의 시도로 성공에 이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애물과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실패학의 창시자인 하타무라 요타로는 새로운 일이나 미지의 분야에 도전할 때 99.7%는 실패하고 성공하는 확률은 0.3%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창의적인 시도를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것은 성공하는 것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훨씬 높다.
따라서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신제품개발 과정과 활동에서 나타나는 실패로부터 교훈과 시사점을 얻어 이를 성공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노동 재해의 발생 확률에 관한 법칙으로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 미국의 손해보험회사에 근무했던 하인리히가 사고나 재해에 대해 실증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제시한 법칙으로 큰 재해 1건의 이면에는 29건의 가벼운 재해가 있으며, 또한 그 뒤에는 식은 땀이 흐를 것 같은 사례가 300건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그림 1 참조>).
실패에 대해서도 하인리히 법칙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어떤 조직에서 신문의 기사거리가 될 만한 큰 실패가 있었다면 그 배후에는 반드시 작은 실패가 29건은 존재한다. 또 그 이면에는 실패라는 형태로 나타나지는 않더라도 조직구성원이 식은 땀을 흘릴만한 체험이 300건은 있다고 보아야 한다.
아무리 작은 실수라도 가슴이 철렁했다면 실패의 전조로 받아들이고 그 원인을 반드시 밝혀내어 대책을 마련·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고 큰 실패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실패했던 신제품개발 사례를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교훈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학습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신제품개발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고, R&D 투자로 인한 위험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제품개발 프로젝트를 사후적으로 리뷰하고 학습하는 기업의 경우 신제품개발의 성공률을 30~50% 정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기업들은 신제품개발의 실패로부터 교훈과 시사점을 얻고자 하는 의지나 노력이 미흡하다(<표 1> 참조). 그 결과 동일한 실수와 실패가 반복되고 매년 막대한 R&D 비용이 낭비되는 경우가 많아 기업의 생존이나 성장·발전에 큰 걸림돌이 된다.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 만들기
신제품개발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그림 2> 참조).
● 사후평가(Post-launch review) 도입
신제품개발의 실패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상황을 고려하여 사후평가(Post-launch review)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사후평가는 보통 신제품개발·출시 후, 성과를 추적하여 실패의 주된 원인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제품개발 프로젝트에 타산지석의 유용한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실시한다. 예를 들어, 인튜이트(Intuit)은 정기적으로 사후평가 제도를 운영하여 신제품개발 과정에서 나타났던 수많은 실수들을 문서화하여 구성원간에 공유하고 있다.
사후평가 제도 운영 방식에는 2가지가 있다. 첫째는 제품개발 프로젝트 완료 후 별도의 시간을 내어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모두 모여 프로젝트 리더의 주관하에 자발적으로 사후평가를 하는 방식이다. 제품개발 프로젝트 진행과정 중에 잘못한 것은 없었는지, 더 잘 했어야 하는 것은 없었는지를 스스로 엄격하게 점검하여 교훈과 시사점을 찾는다.
예를 들어, 도요타는 제품개발 완료 후(또는 신제품개발 출시 후) 프로젝트팀 스스로 ‘Hansei’(일본어로 자기반성을 의미)라는 사후평가 미팅을 한다. 이 미팅을 통해 신제품개발의 교훈과 시사점을 얻고 이를 고객이 만족하는 최고의 차를 개발하는데 적극 활용한다. Hansei에서는 제품개발 진행과정 중에 잘못된 것은 없었는지, 더 잘 했어야 하는 것은 없었는지를 엄격하게 검토한다. 이 미팅은 실패에 대한 자기반성 차원을 넘어 내적인 자기 성찰에 더 가까우며 이 과정을 통해 팀에서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깊이 반성하고 교훈과 시사점을 찾아 다음 신제품개발 프로젝트에 반영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수립한다. 도요타 구성원들은 Hansei를 그만둔다는 것은 곧 학습을 그만둔다는 의미로 생각하며, Hansei에서 자신의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동료들 앞에서 다시는 동일한 실수를 하지 않고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한다.
2010년에 도요타는 제품 결함으로 인한 안전사고 발생, 대량 리콜 사례로 창사 이래 가장 큰 경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Hansei와 같은 실패로부터 교훈을 배우는 학습시스템은 도요타가 위기를 극복하고 옛 명성을 회복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방식은 공식적으로 평가팀을 구성하여 보다 객관적이고 체계적으로 사후평가를 실시하는 것이다. 이때 사후평가 대상은 많은 실패가 있었고 실패로부터 얻는 학습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6개월~1년 이내의 신제품개발 실패 사례가 바람직하다. 이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에는 객관적인 평가팀을 구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테 평가팀원이 갖추어야 할 요건으로는 풍부한 경험, 객관적인 입장 견지, 고객 지향성, 기본적인 분석능력과 인터뷰 스킬 등이 필요하다. 특히 모든 사후분석은 고객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실패한 제품을 사용했거나, 만족을 느끼지 못한 고객들과의 인터뷰는 꼭 이루어져야 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고객과의 새로운 관계구축이 이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경우에는 프로젝트 리더의 주도하에 프로젝트팀 자체적으로 사후평가를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사후평가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스스로 프로젝트를 반성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패 원인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과 시사점의 도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선별적으로 평가팀을 구성하여 보다 체계적으로 사후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효과적인 사후평가를 위해서는 실패 내용과 상황이 정확히 분석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실패의 내용은 시간의 경과와 함께 변질·축소되거나 크게 부풀려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신제품개발에 참여한 당사자가 의사결정할 당시의 관점에서 실패의 원인 분석이 이루어 지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한 당사자가 그 때 무슨 생각을 했고, 어떤 심리상태였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확한 분석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는 실패한 당사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듣는 것이다. 여기에서 누가 어디에서 어떠한 실패를 했다라는 객관적인 정보에서는 감지할 수 없는 실패의 진상을 파악할 수 있다.
● 안전한 학습문화 구축
신제품개발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절대로 특정 연구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거나 책임을 묻지 않는 안전한 학습문화(Safe learning environment)가 조직 내에 구축되어야 한다. 만약 안전한 학습문화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실패 사례를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며, 실패의 원인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도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우리 기업의 경우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조직문화가 지배적이고 잘못이나 실수를 인정하기보다는 은폐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안전한 학습문화를 구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기업은 실패의 원인 규명과 책임 추궁을 나누어 생각하는 풍토가 잘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실패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아 사실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전에 실패한 프로젝트의 책임자에게 “큰 일을 저질렀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라고 비난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당사자에 대한 처분이 결정되면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처럼 생각하여, 더 이상 실패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실패는 해결되지 않고 반복된다.
물론 실패의 당사자에 대한 책임 추궁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실패를 막을 수 없으며 오히려 실패를 재생산할 우려가 있다. 중요한 것은 실패가 왜 일어났는가라는 원인 규명과 실패가 재발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구체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 경영진의 솔선수범
안전한 학습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CEO, CTO 등 경영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경영진은 구성원들에게 신제품개발의 실패를 통해 교훈을 얻고 성공의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동시에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인튜이트(Intuit)의 공동설립자인 스콧 쿡(Scott Cook)은 ‘신제품개발의 실패로부터 끊임없이 배우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CEO가 먼저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구성원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실패를 솔직하게 말하고 교훈을 배운다’고 강조하였다. CEO는 신제품개발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관련 책임자나 연구원을 야단치고 벌하기보다는 “야, 신나는 일이 생겼구나! 우리는 이 실패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늘 구성원들에게 질문하고 행동으로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의 CEO들은 실패를 배움과 성장 기회로 활용하자는데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솔선수범하는 면에서는 크게 부족하다. 왜냐하면 실패를 분석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고통스러운 일이고 단기성과주의를 뛰어넘는 경영진의 개방적인 사고와 과감한 결단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3M의 경우 매년 열리는 전사 차원의 기술포럼(Technical Forum)에서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심도 있게 토의하고 평가한다. 3M 내에서는 ‘제품은 사업부에 소속되어 있지만 기술은 특정 사업부가 아닌 기업 전체의 것이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실패의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에 관한 의견을 동료들간에 자유롭게 교환하며 유용한 도움을 주고 받는다. 또한 3M은 연구원들이 신제품개발의 실패 경험이나 원인을 솔직히 이야기하고 공유하면 내부적으로 철저히 보호해 주고 절대로 처벌하지 않는다. 혼다자동차 역시 매년 제품개발 프로젝트에서 가장 처절한 실패를 한 연구원을 뽑아 약 100만 엔을 지급하는 ‘올해의 실패왕’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실패를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두려움 없이 도전하도록 연구원들을 적극적으로 격려한다.
● Storytelling의 적극 활용
경영진은 신제품개발의 실패를 성공으로 승화한 사례를 이야기(storytelling)로 만들어 ‘우리 기업은 학습하는 조직’임을 전구성원들에게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 조직에서는 “안전한 학습 환경이 불가능해, 작동하지 않을 거야” 라는 구성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
3M은 신제품개발의 실패가 성공의 씨앗이 된 사례들을 이야기로 만들어 널리 전파함으로써 모든 구성원들로 하여금 실패를 무릅쓴 과감한 도전, 성공을 향한 열정과 끈기를 고취시키고 있다. 3M의 대표적인 사례인 포스트잇을 살펴보자. 1970년 강력한 접착제를 개발하려던 신제품개발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났다. 접착력이 너무 약해 어디에도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3M은 이 제품이 다른 부문에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사업부 연구소들과 관련 기술을 공유했다. 그 결과는 4년 후 사무용 테이프 사업부의 화학 엔지니어인 아더 프라이에 의해 포스트잇이라는 획기적인 신제품개발로 이어졌다.
교회의 성가대원으로 활동했던 아더 프라이는 주일마다 그날 부르기로 예정된 찬송가 페이지에 미리 종이쪽지를 끼워두곤 했다. 그러나 이 쪽지가 찬송가에서 잘 빠져나가 별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1974년 어느 일요일, 프라이는 이 종이쪽지에 아주 약간의 접착력만 있다면 종이쪽지가 빠져나갈 일도 없고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기 때문에 찬송가도 훼손되지 않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는 이 아이디어에 4년 전 실패한 접착제 기술을 멋지게 접목하였는데 그것이 바로 출시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세계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포스트잇이다.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기업이 1등 기업
신제품개발의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교훈과 시사점을 찾는 일은 어느 기업에게나 번거롭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특히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실패를 감추는데 익숙한 조직문화 속에서는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신제품개발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CEO나 CTO 등 경영진의 적극적인 후원과 안전한 학습문화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이러한 환경 구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신제품개발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을 구축하는 것은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신제품개발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조직 구축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이 더 큰 성공과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CEO를 비롯한 모든 경영자들은 자신이 책임지고 있는 조직이 실패 그 자체보다 실패를 반복하거나 실패로부터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하며 높은 목표에 도전할 경우 반드시 수반되는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솔선수범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될 때만이 우리 기업들이 실패의 경험을 조직의 자산으로 축적할 수 있으며, 세계가 두려워하는 1등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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