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등

[2009글로벌리포트]미국- 경제위기 진원지 오명 벗고 변화 중심지로‥

곡산 2009. 1. 2. 20:32

[2009글로벌리포트]

미국- 경제위기 진원지 오명 벗고 변화 중심지로‥

기사입력 2009-01-01
“위기에서 변화로, 그리고 다시 기회로….”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발 금융위기와 뒤이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올해 경제는 한 치 앞을 예단하기 힘든 국면을 맞이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불변의 진리가 경기 회복을 낳고 새로운 도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희망으로 세계 각국은 사상 초유의 변화와 산고를 감내하고 있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의 진원지로 꼽히고 있는 미국은 올해 새 정부 출범이 가져올 ‘변화’를 통해 오늘의 위기를 미래의 기회로 바꾸겠다는 희망의 끈을 동여매고 있다. 금융·자동차 산업 등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따른 산업 효율화와 새 일자리 창출을 정부에 주문하는 동시에 스스로 적극적인 체질개선과 신기술 개발투자에 나서 재건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또 세계 각 지역에서는 내수진작을 위한 경기 부양과 일자리 창출 등 정부대책과 글로벌 경제위기의 연착륙을 위한 국제 공조에 대한 기대감도 적극 나타냈다. 전자신문 글로벌리포트 필진의 시선에 비친 각국의 새해 분위기와 전망을 담았다.<편집자주>

<미국>

# 보스턴=이재형 롬앤드하스 연구원(공학박사), yijh00@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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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미국은 지난해 이미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직업을 잃었다. 올해에도 또 다른 100만명의 사람들이 직업을 잃을 것이란 예측이 있다. 상당수 미국인은 예상할 수 없는 실직으로 인해 당장 다음달 집세나 모기지 대금도 내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심한 경우 난방비도 마련하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하는 이도 있다.

이처럼 경제 한파를 피부 깊숙이 느끼고 있는 미국인과 오바마 신정부의 올해 최대 화두는 민간소비 지출과 밀접하게 연관된 일자리 창출과 유지로 귀착될 전망이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과제라고도 발표했던 오바마 정부는 향후 2년간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거나 유지하려는 목표를 제시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재정적인 활성화 방안을 확대할 계획이다.

◇시장 1위 업체의 지배력 강화=경제위기는 시장지형에도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HP와 델, 인텔과 AMD, MS와 야후처럼 시장 1∼2위 업체는 가격 경쟁력과 안정성, 현금성 등의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과 지배력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올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강력한 단기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업계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해 말 에너지 효율이 높은 공공건물 건축 등 대규모 공공사업에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하는 신뉴딜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중심에는 태양광·풍력 등 그린 에너지 관련 사업이 자리 잡고 있어 이와 관련된 업종의 기업들에 호기가 될 전망이다.

[그림] 미국 실업률 통계 추이 <출처: 미 노동부. 가로축: 시기, 세로축: 실업률 (%)>

#쿠퍼티노=서기영 인터메틱스 수석이사, jsuh@intematix.com

◇실체 파악과 세계 공조가 관건=매일 아침 출근길에 벤처기업들의 주차장이 텅 빈 모습을 보면 경기침체의 심각성이 발 아래까지 와 닿는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실리콘밸리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벤처캐피털협회에서 최근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2009년 벤처회사에 투자할 횟수는 2008년과 비슷할지 몰라도 금액 면에서는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데 92%가 동의했다.

문제는 현재 금융위기의 실체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아 파악이 쉽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따라서 대책 마련에도 시간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연관된 사안이기 때문에 수많은 경제 정상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잇따라 회의를 열고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결론이나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 온 뒤를 준비한다=노벨상을 수상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콜롬비아대 교수는 “월가에 좋은 것이 반드시 모두에게 좋은 것은 아니며 대기업에 대한 정부자금 투입으로 경기를 자극한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trickle-down)’ 경제는 모두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방법으로 거절돼왔다”고 말한다. 현재 자동차 빅3사를 겨냥한 지원방식에 대한 경고기도 하다. 이곳의 벤처투자가들은 올해 유럽·중국·인도 등의 자본 투자가 줄어들고 나스닥 신규상장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비관적인 소식의 대열 속에서도 1∼2년 뒤 기회를 조준하고 있는 기업들은 신재생에너지, 차세대 신기술 등의 연구개발(R&D)과 신규사업 채비에 나서고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로스앤젤레스=류태영 USC 인터랙티브미디어 디비전 석서과정, tryu@usc.edu

◇서부, 동부와 다른 위기대응=전 지구적인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 산업계는 현재 뒤이어 찾아올 경기침체와 소비위축에 맞서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특히, IT 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는 미서부 지역은 자동차·금융 산업 붕괴의 충격에 곧바로 노출된 대부분의 동부 지역과는 다른 위기대응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미 눈앞에 닥친 위기를 정부 주도의 구제책에 기대 헤쳐나가고 있는 동부와 반대로 이 지역 IT·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인원 감축과 인수합병 등 다양한 자구책을 거쳐 다가올 위기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금융위기에 따른 급작스러운 대응이라기보다 이전부터 추진돼온 로드맵의 자연스러운 수행 과정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물론 소비위축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해 기존 구조조정 계획을 좀 더 신속하게 실행에 옮기는 동기 요인이 되고 있기는 하다.

◇변화에서 회복, 그리고 기회로=이곳 산업계는 콘텐츠의 온라인 유통, 신속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소규모 아이디어 위주 프로젝트 등을 통해 얼어붙은 소비자의 주머니를 여는 동시에 비용절감 효과를 꾀하고 있다. 지난해의 키워드가 갑작스러운 금융위기와 정권 교체로 야기된 일종의 거대한 ‘변화’라면 올해는 이 같은 변화에 따른 비용을 최소화시키고 안정화를 일구는 ‘회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기회로 이어진다. 올 상반기는 투자 위축과 대규모 감원이라는 위험 요인이 더 크겠지만 하반기 들어서는 지난 연말과 상반기를 통해 다져진 체질 개선의 토대에 5년, 10년 앞을 내다보는 중장기 전략계획들을 실행에 옮길 것으로 기대된다.

#실리콘밸리=송영길 엔컴퓨팅 창업자 및 운영책임자, young@ncomputing.com

◇달라진 실리콘밸리의 분위기=연일 사방에서 들려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이 이곳 실리콘밸리의 중심부를 흔들고 있다. 수많은 벤처의 본사·연구소가 모인 이곳의 집값은 사실 올여름까지만 해도 ‘나홀로 강세’를 보이며 서브프라임 사태를 월가의 무리한 돈놀이 정도로 돌려 세웠었다. 하지만 최근엔 주갇일자리·주택대출금·연금 등으로 대화의 주제가 급격히 바뀌었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사업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수단이 ‘레이오프’를 통한 대폭의 인건비 및 사업축소다. 더욱이 신제품 수요를 충족해주던 월가의 투자은행과 금융회사들이 위태로워지면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무기한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어려움이 더욱 늘고 있다. 10년 넘게 미국을 오가고 있지만 소비지향적인 미국인이 요즘처럼 저축하고 위약금까지 물며 휴가를 취소하는 현상은 본 적이 없다.

◇내성과 리더십 제고의 계기=올해는 경쟁자의 실패가 나의 기쁨이 되는 상대적인 경쟁시대가 아니라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폭우 속 아프리카 밀림에서 길을 헤매는 절대 생존게임의 시기가 될 것이다. 그동안 일시적인 불경기에 진정한 내성을 갖추지 않고도 가벼운 대응책으로 잘 버텨온 미국은 이번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아 모든 분야의 구조재편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고 견뎌낸 미국인은 과거에 없던 큰 경쟁력과 내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교훈을 체화하는 미국인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결국 이번 위기를 다시금 자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제고하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실리콘밸리=오관석 주니퍼네트웍스 엔지니어, kwan.oh@gmail.com

◇오바마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다=미국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맞았다. 올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이라크 전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고 오바마 정부 출범으로 인한 기대도 크다. 그야말로 절망과 희망이 뒤섞여 있는 상황이다. 불과 40년 전만 해도 미국에서는 백인과 흑인이 식당과 화장실을 같이 쓰지 못한 곳이 많았다. 오바마 당선인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사람이다. 오바마는 행정 경험은 많지 않으나 오히려 기존 정치 세력에 의존하지 않는 참신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올해의 화두는 ‘변화(change)’가 될 것이다. 오바마의 선거 슬로건이기도 했던 이 말은 이라크 전쟁 종식과 경제 위기 타개 등 미국 내 일어날 많은 일을 한마디로 축약하고 있다.

◇자동차산업, 위기가 곧 기회=미국 자동차 산업은 매우 힘들다. 수백억달러 지원금이 발표돼 향후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산업이 미국 자동차 산업이다. 미국에서 똑같이 만든 차인데도 미국 회사와 일본 회사의 근로자당 비용은 거의 두 배에 달한다. 지금이 이러한 비효율성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뿐만이 아니다. 그동안 곪아온 월스트리트, 즉 금융 산업도 이번 위기를 통해 제대로 돌이갈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전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약점을 도려낸다면, 미국 재건은 가능해 보인다. 특히 오바마는 중앙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구세대 정치인보다 더 부담 없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미국인은 기대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송영길 엔컴퓨팅 창업자 및 운영책임자, young@ncomputing.com

◇달리진 실리콘밸리의 분위기=연일 사방에서 들려오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장이 이곳 실리콘밸리의 중심부를 흔들고 있다. 수많은 벤처의 본사·연구소가 모인 이곳의 집 값은 사실 올여름까지만 해도 ‘나홀로 강세’를 보이며 서브프라임 사태를 월가의 무리한 돈놀이 정도로 돌려 세웠었다. 하지만 최근엔 주갇일자리·주택대출금·연금 등으로 대화의 주제가 급격히 바뀌었다.

실리콘밸리 기업은 사업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는 시점에 가장 먼저 떠올리는 수단이 ‘레이오프’를 통한 대폭의 인건비 및 사업축소다. 더욱이 신제품 수요를 충족해주던 월가의 투자은행과 금융회사들이 위태로워지면서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무기한 지연되거나 무산되면서 더욱 늘고 있다.

◇정글 속 카멜레온처럼=올해는 경쟁자의 실패가 나의 기쁨이 되는 상대적인 경쟁시대가 아니라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폭우 속 아프리카 밀림 속에서 길을 헤매는 절대 생존게임의 시기가 될 것이다. 주변 색깔에 맞추는 빠른 적응력으로 몸을 보호하고, 먹이가 보이면 재빨리 낚아채는 카멜레온의 속도전으로 비즈니스를 재구성해야만 한다. 사람을 최대의 비용항목으로 취급하는 실리콘밸리의 큰 기업들은 비록 레이오프를 통해 몸집을 줄여나가는 것을 적응력으로 삼겠지만, 보다 작은 벤처는 경험과 노하우가 많은 인력을 비용이 아닌 고정 자산으로 봐야 한다. 고정 자산은 어떻게 쓰는지에 따라 그 효과나 생산성이 달라지므로 조직 내 리더십 그룹의 역할과 조직원의 단결이 절실한 시점이다. 그리고 끝으로 고객을 직접 만나야 한다. 생존과 기회는 고객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