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식품불신 증폭시킨 늑장 대응…왜?

곡산 2008. 10. 21. 23:01

식품불신 증폭시킨 늑장 대응…왜?
문어발식 관할 신속성 제로…안전관리 일원화 시급
7개 부처 분산 사각지대 자초
국감서 쟁점 부상…의원 다수 공감

이번 국감에서 가장 큰 이슈는 멜라민 파동이다. 멜라민 파동은 국민들에게 준 충격이 너무 커 쉽게 가라앉은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잊을만 하면 매번 반복되는 식품관련사고와 정부의 늑장대응, 미흡한 행정 조치등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여론이 나빠지는 것을 의식, 초강도 대책안을 마련 시행에 나섰고 발표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불신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인 것 같다. 이에 식품업계는 중국의 업자들이 범죄를 저질러 국내에 식품업계와 소비자 모두가 피해지임에도 명쾌한 정책이 마련되지 않아 기업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이려니와 매출이 급감,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잦은 식품사고와 거기에 따른 정부대책은 늘 사후약방문격이었다.

국민들은 자구책으로 유기농식품을 먹어야 하는가 전전긍긍하는 사이 수입식품안전관리대책안 마련이 늦어지자 ‘그럼 대체 무엇을 먹어야 한단 말인가’라는 국민들의 한탄이 터져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정부가 안전방지대책을 내놓았지만 수입식품 안전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는 식품관리 업무가 농림수산식품부와 식약청으로 이원화돼 있어 정부의 신속한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고 판단, 식품관리업무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식품안전관리 업무의 일원화 문제에 대해 짚어봤다.


식품안전관리 무엇이 문제인가?
 
식품산업안전관리 업무는 유통 전·후 단계로 두 기관에 이원화돼 있다. 따라서 이번 멜라민 사태와 같이 유제품 원료가 들어간 식품 파동이 발생하면 식약청은 문제 제품의 신속한 수거와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생산 단계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약청은 유통중인 치즈를 수거·검사·안전관리 하려 했지만 유통 전까지의 사전정보들은 농식품부에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9월22일 ‘식품안전관리기본법 시행령’과 ‘식품위생법 전면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선진국 수준의 식품안전관리 기반이 마련돼 소비자 신뢰를 높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 멜라민 검출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를 완전히 무색하게 했다.
 
현재 국내 식품 안전관리 기능은 식약청과 농식품부 등 7개 부처 20여개 법률에 분산돼 안전 사각지대를 자초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크게 가공식품은 식약청이, 농·수·축산물은 농식품부가 각각 맡고 있다. 그러나 가공식품 중 축산물 함량이 50% 이상이거나 유지방 함량이 6% 이상이면 농식품부가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선진국의 식품안전 관리는 독립기구를 통한 일원화가 대세다. 영국은 광우병 파동 이후 식품기준청(FSA)을 설립해 운영 중이고 유럽연합(EU)도 유럽식품안전청(EFSA)에 식품안전관리에 대한 전권을 주고 있다. 덴마크와 아일랜드, 캐나다도 독립기관을 운영 중이며 미국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개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간의 기세싸움 갈등 양상
 
부처간의 갈등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농림부와 복지부와의 기세싸움은 새로운 양상에 접어들었다.
 
최근 한나라당과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비공개 당정협의를 통해 식품안전업무를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복지위원회 의원들까지도 식약청으로 일원화해야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농업계는 크게 당황하는 분위기다. 식품산업 진흥과 안전관리업무가 이원화될 경우 ‘식품과 농업간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이란 기대가 물거품이 될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다.
 
농업계는 정부가 과거 농림부와 해양수산부(수산어업분야)를 통합하면서 부처 명칭을 농림수산식품부로 결정한 데는 식품을 농업의 테두리로 끌어들이려는 목적이 있었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농업과 식품을 연계해 농업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취지에 맞게 식품안전업무도 농식품부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산업 진흥과 안전관리업무가 이원화될 경우 일괄관리 미흡과 업무 효율성 저하로 각종 식품안전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농업계가 우려하는 사항이다. 농약·중금속오염, 항생제 과다 사용 등 대부분의 식품안전사고 원인이 생산 및 가공과정에서 발생해 재배·사육·가공단계까지의 일괄관리가 필수적이란 이유에서다.
 
수의과학검역원·농산물품질관리원·식물검역원·수산물품질관리원 등 산하 식품안전 관련기관들을 단일기관으로 합쳐 농식품의 안전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려하던 농식품부도 한나라당과 복지부의 움직임에 크게 놀라는 눈치다. 자칫 부처간의 힘겨루기로 비쳐지지 않도록 아직까지 이렇다할 입장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지만 내심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우선 멜라민 파동을 해결해놓고 진정으로 어느 방안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위하는 근본적인 대책인지 철저하게 따져 식품업무 일원화 문제를 논해야 된다”고 말했다.
 
전재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30일 “식품안전 관리업무는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일원화되는 게 맞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산업 진흥은 농식품부가 더 잘할 수 있으나 식품안전 관리는 식약청이 중심이 돼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장관은 또 “식품안전산업을 진흥하는 곳에서 맡겠다는 데 대해서는 아무도 수긍하지 않을 것”이라며 “농식품부의 주장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겠다”고 밝혔다.
 
전 장관의 발언은 전날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이 식품의 생산·유통뿐 아니라 안전 관리 업무까지도 농식품부가 총괄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힌 데 때해 반박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장태평 장관은 지난 29일 “식품생산을 책임지는 데에서 안전 문제까지 같이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이제 이런방향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 국감 보건복지부에서 한나라당 안홍준 의원은 “식품안전 관리가 8개 부처에 분산돼 있다보니 이번 멜라민 파동에서 보듯 초등 대처에 많은 혼선을 불러왔다” 며 “관계부처는 하루 빨리 식품안전 관리체계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식품안전관리 일원화의 선진 사례로 영국의 식품기준청, 덴마크의 수의 식품청, 아일랜드의 식품안전청을 들면서 이를 우리나라의 실정에 적용한 3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신 의원은 “선진 사례 분석 결과 대체적으로 의약품 분야는 보건 부처 소속의 의약품 전담 위원회나 청으로 이관하고, 식품안전 업무는 독립된 청이나 보건부처 소속의 청으로 일원화의 취지를 고려할 때, 현재 식약청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일원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의약품 분야와 식품안전 분야를 독립해 하나의 독립된 처 또는 부를 신설, 식약청 중심의 '식품안전관리 일원화'를 주장했다.
 
이처럼 현재처럼 복지부와 농식품부으로 나눠 식품안전체계가 혼선을 빚고 있다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전재희 장관은 "식품행정 일원화는 지난 정부부터 추진돼 왔지만 어려움이 있으며, 식약청 중심으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9일 국감에서도 복지부 정하균의원(친박연대)은 “내 생각에는 농림부보다는 식약청 쪽으로 일원화를 시키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고 강조했다.
 
이에 식약청장은 “저도 식약청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상임위원회와 협의해서 곧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소비자연합회 조장용 서기관은 “일원화에 찬성은 하지만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며,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굳이 일원화를 한다면 식약청으로 일원화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소비자들을 위한 방향은
 
식품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지나치게 깊이 헤아리려는 식약청의 태도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방법이 됐든 업계와 정치권으로부터 완전히 독립된 식품안전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진정성을 가지고 사전예방의 원칙에 입각한 생산단계부터 소비까지 전 과정에 대한 위험 평가와 제거, 그리고 정보 공개를 비롯한 논의만 무성한 각종 제도의 도입, 부처간 행정 일원화, 이것이 바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대응책이 아니라 대응책을 ‘실현’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때다.
이종근 기자 : tomaboy@thinkfood.c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