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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이후 최초의 ‘히트 헤어 제품’을 만들어 판 이 청년이 태평양그룹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회장이다. ABC포마드의 인기에 힘입어 태평양화학공업은 비약적 발전을 거듭해 국내 1위 화장품회사로 우뚝 섰다. 1980년대에는 생활용품과 녹차사업에도 진출해 한때 2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그룹으로 성장했다. 2003년 작고한 서 회장의 뒤를 이은 ‘2세 경영인’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 겸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이다. 1993년부터 회사 경영에 나선 서 사장은 구조조정을 지휘하며 그룹의 내실을 다지는 데 역점을 뒀다. 태평양그룹은 야구단과 농구단, 패션, 증권, 보험사업 등에서 손떼고 핵심 분야인 화장품 사업에 집중했다.》
“세상을 메이크업 하라” 美의 창조자들
화장품 생산 63년… 국내 1위 넘어 2015년 ‘글로벌 톱10’ 비전
2006년 6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태평양그룹은 투자회사인 ㈜태평양 밑에 아모레퍼시픽을 비롯한 6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태평양그룹의 전체 매출액은 약 1조6680억 원이다. 이 가운데 화장품과 생활용품 등을 생산하는 아모레퍼시픽이 매출 1조3570억 원, 영업이익 2486억 원으로 그룹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 글로벌 기업 준비하는 ‘2세 경영인’
서경배 사장은 1987년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화학에 과장으로 입사해 차근차근 경영수업을 밟아 나갔다. 1993년 ㈜태평양 기획조정실 사장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경영을 하기 시작했다.
서 사장은 틈만 나면 ‘글로벌 톱 10’을 강조한다. 아모레퍼시픽을 국내 1위의 화장품기업을 넘어 2015년 매출 5조 원의 세계 10대 화장품기업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중국과 미국, 프랑스 등 세계 11개국에 15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미국의 패션·화장품 전문지인 WWD로부터 세계 20위 화장품기업에 꼽혔다.
서 사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소명은 ‘아시안 뷰티(Asian Beauty)’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본토와 대만, 홍콩 등 아시아시장에서 글로벌기업으로서 기반을 닦은 뒤 화장품을 통해 전 세계에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기업의 핵심 가치를 모은 ‘아모레퍼시픽웨이’를 선포했다. 개방, 혁신, 친밀, 정직, 도전 등이 서 사장이 강조하는 아모레퍼시픽의 핵심 가치다.
○ 독립성 책임성 강화 위해 각자 대표 체제로
아모레퍼시픽은 부문별로 독립성과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6월부터 각자 대표체제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권영소, 배동현, 심상배 부사장이 서 사장과 함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권영소 아모레퍼시픽 영업·마케팅총괄 대표이사 부사장은 2004년 시판 브랜드 숍인 ‘휴플레이스’를 도입했고 2002년에는 ‘라네즈’의 홍콩 진출을 주도하면서 추진력을 인정받았다. 권 대표는 한 달에 절반 이상을 전국 각지의 영업 현장을 방문하는 데 할애할 정도로 고객 목소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배동현 아모레퍼시픽 지원총괄 대표이사 부사장은 1981년 입사 때부터 재무·경리팀에서 일해 온 재무통이다. 그룹의 전사적 자원관리(ERP) 도입과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숫자로 된 모든 경영실적을 빈틈없이 외우는 등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경영자로 알려져 있다.
심상배 아모레퍼시픽 생산·연구총괄 대표이사 부사장은 고객만족(CS) 경영과 6시그마 등 혁신 활동에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글로벌 사업을 뒷받침하기 위해 현재 경기 오산시에 친환경 공장 및 물류센터 조성과 450억 원을 투자한 경기 용인시 제2연구소 건립을 이끌고 있다.
○ ‘아름다움’ 한 우물 판 ‘태평양 사람들’
이들 외에도 태평양그룹을 이끄는 핵심 경영자들은 대부분 태평양그룹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경영자까지 오른 ‘태평양맨’들이다.
이우영 태평양제약 대표이사 사장은 붙이는 관절염 치료제 가운데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케토톱’을 만든 주인공이다. 1978년 입사 이래 22년간 연구에만 전념하다 2001년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다.
지난해 1월부터 에뛰드를 맡고 있는 양창수 대표이사 부사장은 아모레퍼시픽의 백화점 부문 영업 출신이다. 평사원이 한 달간 CEO가 돼 직원들의 복지 및 문화제도에 권한을 갖는 ‘명예CEO’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서민철 아모스프로페셔널 대표이사 상무는 ‘고객 섬기기’를 몸소 실현하고 있다. 미용실용 헤어제품을 공급하는 회사 특성에 맞게 전국의 영업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는 ‘필드형 CEO’로 꼽힌다.
김재선 퍼시픽글라스 대표이사 부사장은 에뛰드와 장원의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이 회사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설록차의 원료를 생산하는 장원은 김영걸 대표이사 상무가 이끌고 있다. 김 대표는 1980년 입사 후 줄곧 녹차 관련 연구직으로 근무해 왔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지난해 1월 다원(茶園)을 운영하며 녹차 원료를 생산하는 이 회사의 CEO에 올랐다.
최형근 ㈜태평양 전략경영실 상무는 재무와 회계, 세무, 법무 등 경영 전반을 두루 꿰고 있는 재무·회계 전문가다. 신중한 스타일로 태평양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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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메가 브랜드 육성 우리 손에 달렸다”
영업-기술분야 부사장 3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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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은 2015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을 올리는 메가 브랜드 10개를 만들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최근 밝혔다. 이 가운데 절반은 세계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해외사업과 기술, 마케팅 분야에서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부사장 3명이 아모레퍼시픽의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이상우 국제부문 부사장은 1981년 입사 후 줄곧 해외영업만 맡아 왔다. 본인 스스로 1년 중 자동차보다 비행기를 타는 날이 더 많다고 얘기할 정도다. 27년간의 해외영업으로 유창한 영어 실력과 서양식 매너가 몸에 배어 있다. 후배 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운 편이다. 중국 현지에서 인지도가 없었던 라네즈 브랜드를 현지 진출 6년 만에 백화점 120여 곳에 입점시켜 화장품업계를 놀라게 했다.
이옥섭 기술연구원 부사장은 기능성 화장품이라곤 영양크림밖에 없었던 1996년 당시 국내 처음으로 주름 개선 화장품인 ‘레티놀’ 제품을 선보인 주역이다. 본인 이름으로 출원한 특허만도 49건이고 국내외에서 발표한 논문도 25개나 되는 학구파 임원이다. 화장품회사 최초로 대학 간 산학협동을 진행하는 등 국내 화장품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해선 마케팅부문 부사장은 CJ제일제당과 빙그레를 거쳐 1998년 아모레퍼시픽으로 영입된 마케팅 전문가다. 지난해 4700억 원어치의 매출을 올린 한방화장품 ‘설화수’를 대표 브랜드로 키운 주인공이다. 국내 단일 브랜드로 이만한 매출을 올린 화장품은 설화수가 유일하다. 최근 휴대전화를 본뜬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도 이 부사장의 아이디어다. 50대의 나이에도 자사 염모제로 앞머리를 염색하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직접 발라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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