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식품이물]세계 각국의 식품 중 이물 규정과 대처 | ||||
국내 ‘불검출’ 고수…외국은 일부 불가피성 인정 선진국 건강·안전 위해물질로 한정 박기환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 | ||||
우리나라의 식품 공전은 ‘이물 불검출’ 원칙을 고수하고 있지만 선진국은 이물을 100% 제거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다발적이거나 인체에 위해를 끼치는 경우 리콜 또는 판매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2001년 영국 네슬레사의 제품인 'Branston Pickle'을 먹던 도중 단단한 사각형 물제를 씹은 소비자가 이를 환경보건국에 신고한 사건이 있다. 조사 결과 이물의 종류는 야채 절단기의 금속 조각으로 밝혀졌는데 영국 당국은 네슬레사가 식품안전을 위한 위생법규 및 위생관리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감독하는 것으로 별도의 행정조치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네슬레사는 이물 사고를 신고한 소비자에게 도의적 차원에서 30파운드를 지불했다. 일반적으로 미국계 기업의 소비자 보상처리 기준은 원칙적으로 1:1 교환 및 환불이며 제조 결함이 확인된 신체 피해 및 상해에 대해서는 PL법에 의거해 치료비와 정신적 위자료를 현금으로 보상처리토록 하고 있다. 코카콜라 미국 본사는 1:1 교환 또는 환불을 실시하지만 한국은 1병당 1~2짝(약 30병)을 교환해주고 있다. 캘러그사도 미국 본사는 1:1 교환을 실시하지만 농심캘러그는 1:4 교환을 실시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식품 이물의 법적 규격은 앞서 언급했듯이 선진국에서는 사람의 건강을 해치거나 안전에 위해를 끼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다. 일본 식품위생법은 ‘사람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는 이물 혼입’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엔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는데 사건에 따라 행정 규정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 단발성 사고는 시설 개수 또는 시정 명령으로 종료하되 인체 확산이 우려될 경우에는 리콜 및 판매정지 처분을 내리는 것이다. 미국 FDA는 ‘인체에 위해한 것’과 ‘안전한 위해’로 이물의 기준을 구분하고 있으며 식품에서 물리적 위해를 고려해 불가피하게 혼입되는 천연 결점, 가공단계의 결점 등은 인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냉동 농산물 가공식품의 경우 자연적으로 유래된 벌레나 곤충류의 일부분, 설치류 흔적 등에 대해서는 인체에 위해하지 않은 수준의 정량적 수와 크기를 규정해 관리하고 7~25cm의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물에 대해서는 ‘부정·불량식품’으로 간주해 리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은 또 'Food Defect Action Level‘ 을 둬 곡류, 제과제품, 잼 등 120가지 품목에 대해 곤충, 곤충침해 및 손상, 곤충 오물, 애벌레, 곤충 알, 초파리날개, 진드기, 설치류 오물, 줄기등급 불량, 모래 및 자갈, 씨, 곰팡이, 부패, 분해·변패, 기생충, 희나리, 포유류 배설물 등 21개의 결점에 따른 조치 수준과 시험방법, 결점의 유래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초콜릿에 대해 곤충 오물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근거는 100g의 부표본 6개를 검사할 때 100g당 평균 60개 이상의 곤충 파편 또는 어느 하나의 부표본에서 90개 이상의 곤충 파편이 발견되는 경우다. 영국 위생법규 준수땐 제재 없이 종결 다발적 사고에만 리콜·판매 정지 처분 개념 정림 정량적 관리 체계 도입해야 기업 안전·품질 구분 ‘안심’ 유도 효과적 선진국에서는 이같이 이물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두고 일정부분의 불가피한 이물을 허용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기업이 이물 사고에 대응하는 태도에 따라 명암이 갈리고 있다. 1991년 스냅스 레스토랑에 대한 괴소문이 플로리다 지역에서 전단지를 통해 유포된 적이 있었다. 내용인즉슨 ‘스냅스의 지배인은 에이즈에 걸렸고 손가락을 일부러 베어 흐르는 피를 햄버거 고기에 떨군다’는 것이다. 이 루머에 의해 스냅스의 매출이 순식간에 50%가 감소하는 사태에 직면했다. 스냅스는 루머 파동 직후 즉시 본사의 부사장을 중심으로 위기관리 TF를 구성했고 TF를 통해 변호사, 사립탐정, PR대행사, 보건당국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했다. 또 레스토랑 지배인 전원에 대한 에이즈 검사를 실시해 모두 음성반응이 나옴을 확인했고 이 사실을 기자회견을 통해 알리는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기자회견 후 언론은 매우 협조적이었고 보도 또한 호의적이었다. 결국 소문을 최초 유포한 미성년 여학생이 잡히게 됐는데 스냅스는 여학생을 고소하는 대신 사과문을 싣게 하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지었다. 이 사례는 식품 이물과 관련한 위기가 닥쳤을 때 기업의 팀워크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교훈으로 시사한다. 반면 안일한 대응으로 이미지에 큰 손실을 입은 예도 있다. 1988년 7월 미국의 한 실직자가 쿠어스 맥주 캔에 죽은 생쥐를 고의로 투여해 회사 측에 이를 신고한 사건이다. 당시 쿠어스의 소비자 문제 담당자는 1500달러와 생쥐를 맞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범인은 5만 달러를 요구했고 쿠어스 측은 이를 거절했다. 며칠 후 범인은 생쥐 발견 사실을 지역 방송국에 제보했고 그 결과 총 72회의 방송으로 쿠어스는 해당 지역에서만 25만 달러의 매출 손실을 입었다. 쿠어스 측의 잘못은 소비자 신고 접수 즉시 본사 CEO나 PR팀에 즉각적으로 보고하지 않고 부적절한 방법으로 사태의 해결법을 모색했다는데 있다. 생쥐실험 결과 생쥐는 1주일 전 죽어있었고 맥주 캔은 3개월 전 밀봉된 사실이 밝혀져 4개월 만에 범인이 구속되긴 했지만 돈으로 문제를 덮으려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쿠어스는 생쥐 발견시 원인 규명에 대한 노력과 공개성이 부족했다. 원인을 적극적으로 밝혀 호의적 여론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놓쳐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이상의 사례에서 보여지듯이 식품 이물 사건 발생 시 기업의 적극적인 태도가 매우 중요한데 이는 식품의 안전과 품질 문제가 구분돼 있을 때 힘을 받을 수 있다. 안전은 반드시 건강상의 위해를 주는 것에 적용되는 타협이 불가능한 문제이다. 그러나 품질과 관련된 것은 제품의 가치에 영향을 주는 문제로 취급돼야 한다. 정책적으로 안전과 품질을 구분해서 안심을 유도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적극적인 노력이 소비자들에게 설득력을 얻는다. ‘안전’은 확률이 지배하는 이공계의 분야이고 ‘안심’은 ‘어떻게 느끼는가’를 가늠하는 인문학적 분야로서 전혀 다른 개념이기 때문이다. 1993년 펩시콜라 캔 제조사인 알팍사는 ‘다이어트 펩시에서 주사기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접수한 직후 PR 실무자가 아닌 CEO가 직접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장에서의 이물질 주입이 결코 있을 수 없음을 알렸고 공정을 TV에 공개해 캔이 오염될 수 있는 가능성이 ‘0’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같은 대응으로 알팍사에 대해 소비자들은 ‘이번 이물 사고는 건강상 해가 되는 사건이 아니다’라고 안심하게 됐고 알팍사는 경찰, FDA과 함께 원인 규명에 주력할 수 있었다. 결국 콜로라도의 편의점에서 한 여인이 캔에 주사기를 넣는 장면이 CCTV에 포착돼 범인을 검거할 수 있었다. ‘안전’과 ‘안심’의 개념이 정리되지 않은 채 혼재돼 있을 경우 발생되는 혼란은 최근 우리나라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최근의 파동에서 단적으로 나타난다. 우리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안전’의 문제를 필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격앙된 국민이 요구하는 것은 ‘안심’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식품 관리 체계는 어떻게 개선되는 것이 바람직한가? 답은 ‘안전’ 문제가 전반적인 ‘안심’ 문제로 확산될 소지가 축적되지 않는 식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해 분석의 과학적 근거에 기초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공개해야 하며 이물에 대한 개념 정립 및 정량적 기준에 의한 과학적 관리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이물 관련 행정처분 기준도 개선 및 보완돼야 한다. 일례로 식품의 표시기준은 안전과는 거리가 먼데도 식약청에서 이번 회수 지침에 ‘표시기준 미비’를 포함시킨 것은 식품위생법을 너무 확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안심’은 누가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다. 국민과 정부가 함께 뜻을 모아 제도를 만들어 나갈 때만 얻을 수 있다. | ||||
황세준 기자 : hsj1212@thinkfood.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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