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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사채로 회사 산 뒤 주가 주물럭…간 큰 꾼들

곡산 2008. 6. 12. 10:13

[Cover Story] 사채로 회사 산 뒤 주가 주물럭…간 큰 꾼들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8.06.12 00:54 | 최종수정 2008.06.12 09:24


[중앙일보 김선하] 코스닥 적자기업 A사. 시장에선 사실상 망했다고 평가받던 회사에 어느 날 새 주인이 들어왔다. 새 경영진은 원자재 산업 진출을 비롯한 장밋빛 계획을 줄줄이 내놓았다. 전환사채(CB)를 발행해 사업자금도 끌어 왔다. 바닥을 기던 주가는 수직 상승했다. 뒤늦게 개미투자자가 몰려들자 갑자기 평소 수십 배의 '팔자' 물량이 쏟아졌다. 주가는 반의 반 토막 났다. 사장은 회사 돈을 빼내 도망갔다.

증권선물거래소가 꼽은 최근 '작전' 사례다. 특정 주식을 사 모은 뒤 증권사 직원을 통해 수백 번씩 샀다 팔았다 하며 주가를 띄우던 방식은 한물간 지 오래다. 요즘 이랬다간 감시망에 바로 걸린다. 대신 사채업자 돈을 빌려 아예 회사를 통째로 사버리는 식의 수법이 등장했다. 직접 최대 주주가 돼 주가 조작을 하니 훨씬 간단하다. 개미투자자를 속이기도 쉽다.

◇대담해진 수법=최근 서울 강남의 한 인수합병(M & A) 알선업체. 말쑥한 차림의 40대 남자가 "싸게 나온 코스닥 업체를 소개해달라"며 찾아왔다. 직원이 "자금은 준비했느냐"고 묻자 그는 "나는 없지만 끌어올 곳이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렇게 사채를 얻어 부실 기업을 사들이는 걸 '무자본 M & A'라 부른다. 보통 브로커가 낀다.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 '큰손'의 자문역을 하는 B씨는 "작전 계획서 한 장 달랑 들고 돈 구하러 다니는 브로커가 매일 한두 명씩 찾아온다"고 말했다.

명동 사채업자는 돈을 빌려주면서 인수한 회사 주식을 담보로 잡는다. 많게는 월 5% 넘는 이자를 받고 6개월 정도 돈을 꿔준다. 이들은 주가가 떨어져 담보 가치가 낮아지면 곧바로 잡고 있던 주식을 팔아버린다. 이러다 보니 무자본 M & A로 회사를 사들인 세력은 단기 승부에 필사적이다. 자원개발·태양광 같은 테마에 편승한 엉터리 공시나 루머를 쏟아낸다. 주가가 뜨면 대주주가 먼저 지분을 팔아 치운다. 지난달 상장 폐지된 한 회사는 대주주가 작전 기술자를 고용했다는 혐의까지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 봉욱 부장검사는 "아예 처음부터 해외 도피를 생각하고 작전을 벌이는 세력도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숨바꼭질=요즘 작전세력의 주무대는 인터넷이다. 수백 개의 온라인 계좌를 동원한 기업형 작전세력이나, 10여 개 초소형주를 미리 사둔 뒤 2~3일 간격으로 조금씩 먹고 빠지는 '게릴라형' 모두 마찬가지다. 수법도 첨단화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주소(IP) 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주문을 넣는 것은 기본이다. 지난해 붙잡힌 한 일당은 사무실을 두 개 빌려 한쪽에 무선 인터넷 중계기를 설치한 뒤 다른 쪽에서 무선으로 거래 주문을 냈다. 인터넷 주식 사이트를 이용하는 세력도 있다. 이른바 '사이버 고수'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가짜 정보를 흘린다.

감독 기관도 온라인 추적에 가장 공을 들인다. 작전세력이 서로 다른 IP에서 거래하던 두 계좌를 착각해 한 번만 거꾸로 사용하면 즉시 걸린다. 요즘엔 12자리 숫자의 IP 가운데 일부만 같아도 잡아낸다. 거래소 최욱 시장감시1팀장은 "한 가지 수법을 적발하면 좀 더 발전한 방식을 들고 나온다"고 말했다.

과거 작전세력은 주가 그래프 모양을 억지로 만들었다. 그래프만 보면 '살 때' 란 분석이 가능하도록 조작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작전세력은 주가 그래프를 억지로 만들지 않는다. 그래프만 보고 작전 여부를 알아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거래소 황의천 심리1팀장은 "일반투자자가 (그래프만 믿고)작전에 편승해 한탕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작전세력이 노리는 먹잇감이 바로 그런 투자자"라고 말했다.  

김선하 기자 < odinelec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