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사주세요" 유흥가 헤매는 여중생들 | |
모 과자업체 청소년 고용...수당제로 노동력 착취 학생증까지 뺏어가...노동부, “청소년이 알아서 할 문제” | |
서울 강동구에 사는 고교생 정민하(17 · 가명)양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봉변을 당했다. ‘시급 5000원. 과자 판매직’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찾아갔다 졸지에 유흥가에서 과자 외판원을 하게 된 것이다. 이 업체는 광고와는 달리 과자를 팔아야 수당을 주겠다고 말까지 바꿨다. 정 양은 “시급 5000원인 줄 알고 갔는데 과자를 판매한 만큼 돈을 받는 수당제였다”며 “알바생을 관리한다는 한 남자는 학생증까지 걷어가며 ‘도망갈 생각마라. 도망가면 학교로 찾아가겠다’며 윽박지르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정양은 유흥업소가 즐비한 서울 종로3가에서 밤 11시까지 단 한상자의 과자도 팔지 못하고 빈손으로 집에 돌아가야만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나 몰라라식’ 대응으로 일관해, 우리나라 청소년 보호정책의 부재를 실감나게 하는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중소제과업체가 여중고생을 고용해 유흥가 일대에서 전병, 쿠키 등 과자 판매를 시키고 있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특히, 이 학생들은 야간에 유흥업소 밀집지역에서 과자를 판매하고 있어 성범죄 등 추가범죄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종로3가에서 지난달 8일부터 5일간 전병을 팔았다는 김모양(16)도 피해자 중 한명. 시급 5000원이라는 구인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자 “종각역 1번 출구에서 면접을 보자. 튀거나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와라”라고 말해 의심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용돈을 벌어야 겠다는 생각에 아무생각 없이 약속장소로 나갔다. 약속장소로 나가자 이미 여중고생 10여명이 면접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분 후 검은색 봉고차에서 한 사내가 내려 학생들을 불러모아 “거리에서 과자를 팔아 수당을 가져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1만원짜리 전병 한상자를 팔면 3000원, 2000원짜리 쿠키 한봉지를 팔면 500원을 가져가는 식이다.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던 김모양은 수당제가 꺼려졌지만 “과자가 잘 팔려 하루에 3~4만원씩 가져가는 학생도 많다”는 말에 솔깃해 봉고차에 올랐다. 봉고차를 타고 학생들이 내린 곳은 종로와 여의도 유흥가 일대. 이 남자는 “술 취한 남자에게 살랑살랑 거리며 조르면 딸 같아서 잘 사준다. 이런 사람들에게 달라붙어 과자를 팔아라”라고 지시했다. 김양이 5일간 과자를 팔아 받은 수당은 단돈 1만원. 그녀는 “잘 팔린다는 과자는 잘 팔리지도 않고 취객들이 야한 농담까지 하기도 해 너무 무서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학생은 시급도 못받고 오히려 이 업체에게 변상까지 했다. 올 1월 여의도에서 이틀간 전병과 쿠키를 판매했다는 박모양(15)은 “행인들에게 무료시식행사를 하라고 해서 과자를 나눠줬는데 과자를 팔지 못했다고 시식에 쓰였던 과자를 변상하라고 했다”며 “돈이 없다고 하자 과자를 판매해 갚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밤거리로 내몰고 있는 이 업체는 경기도 김포시 하성면의 ㅁ 제과.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인생대역전에 성공한 중소기업’으로 소개되기까지 했던 업체다. 하지만 이 제과업체는 중간유통마진을 줄인다는 명목으로 서울에 유통업체를 차리고 학생들을 통해 길거리 판매에 나선 것. 자신을 팀장이라고 밝힌 이 업체의 관계자는 “시급제로 광고를 내긴 했지만 면접보러 온 학생들이 알아서 수당제를 선택한 것”이라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니 문제될 것이 전혀 없다”고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이 업체가 이렇게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사실상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 대책을 마련해야할 노동부는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이었다. 노동부 근로조건지도과 김구연씨는 “근로계약체결시 명시한 근로조건을 어겼을 경우 근로계약을 해지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수당제에 합의하고 과자를 판매했다면 위법은 아니다”라며 “청소년들이 선택했으니 어디까지 책임은 청소년들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이라고 길거리에 과자를 팔지 말라는 법도 없는데 어떻게 해당업체를 처벌하냐”고 오히려 반문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입장은 달랐다. 청소년 노동인권을 연구하는 하인호 전교조 실업교육 사무장은 “아직 사회경험이 없는 청소년를 현혹해 야간에 과자 외판원을 시키는 것은 지탄받아야 할 일”이라며 “청소년에게 야간 근무와 호객행위를 시키는 것은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밤늦은 시간까지 청소년들이 유흥가에서 과자를 판매하는 것은 성범죄 등 흉악범죄에 그대로 노출돼 조속한 조취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송기영 기자 rckye@asiatod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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