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진짜 유기농?" 유기농식품 인증제 '국내용'될라

곡산 2008. 4. 19. 18:05

"진짜 유기농?" 유기농식품 인증제 '국내용'될라

뉴시스 | 기사입력 2008.04.17 09:52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아저씨, 이거 진짜 유기농인가요?"
유기농식품이 갈수록 인기를 얻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 인증제도가 없어 '신뢰성' 부분이 맹점으로 남아있다.

이런 가운데 농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6월28일부터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그동안 친환경농업을 장려하며 유기농으로 재배된 '농산물'에만 인증이 부여했던 것에서 '가공식품'까지 나아간 셈이다.

그러나 농식품부가 도입한다고 밝힌 유기가공식품 인증제에서는 현행 식품위생법에서도 언급하는 '표시제'와 상충되는 부분이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과의 사전협의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유기가공식품인증제를 도입한다고는 하지만, 정작 국산 유기가공식품을 수출하더라도 수출국이 국내 인증을 얼마나 인정해줄지도 미지수다. 농식품부는 인증마크 제작과 국가간 협약을 고려한다고 하지만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발등에 떨어진 불?
웰빙 트렌드에 힘입어 세계적으로 유기농 식품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EU, 미국, 일본 등에서는 다양한 유기가공식품이 유통 중이다.

유기농식품, 엄밀히 말하면 유기가공식품은 CAAE(스페인), ACO(호주) 등 생산 국가별로 인증마크를 부여 받거나 국제 인증기관인 IFOAM(국제 유기농 농업운동연맹)의 마크를 달고 있다.

문제는 유기가공식품 인증기준이 모두 제각각이어서 EU에서는 인증제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판매자가 임의로 '유기농' 표시를 하는 등 시중 유통중인 유기가공식품 80%가 엉터리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2005년부터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도입을 위해 연구용역사업을 실시하는 등 유기가공식품 및 식품산업에 대한 러브콜을 보내왔다. 지난해에는 식품진흥법 제정을 통해 종전의 산업규제보다 '진흥' 측면을 강화하겠다고 장담했다.

하지만 빠르면 올 6월28일부터 도입되는 유기가공식품 인증제에 있어서는 얼마나 유기가공식품 산업을 진흥시킬지 의견이 분분하다.

식품도 모르는 농식품부가 식품산업을 꿰찼으니 유기가공식품까지 내놓으라면서 정작 식품산업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한 식품 전문가는 "유기가공식품을 제조하려면 적어도 유기농산물 구입을 위해 6개월에서 1년간 선구매하는데 제도시행을 6월로 할 경우 2개월여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인증제 초안을 보고 식품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사람들이 만든 것 같아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유기농산물 태반이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 속에서 제도 시행에 앞서 유예기간 및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유계기간은 유기가공식품 제조를 장려하는 차원이고, 계도기간은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시행하되 위반시 처벌은 감해준다는 것이다. 업체별 개선 및 보완할 사항을 고치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말이다.

◇ 유기가공 식품산업 놓고 부처간 힘겨루기
게다가 유기가공식품에 GMO에 대한 비의도적 혼입치 3%를 검토중이라고 하지만 이 역시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질지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3%'라는 산정기준의 근거가 미약하다는 것. 더구나 EU의 GMO 비의도적 혼입치 기준이 0.9%, 일본이 5%로 각각 운영 중인 것과 비교해도 산정기준은 모호하기 짝이 없다.

사실 그동안 유기농이유식 등 유기가공식품에 '유기농'을 표시하거나 홍보하려면 화학물질이나 GMO성분이 사용되지 않아야 하고 최종제품에서 '불검출' 기준이 적용됐다. 하지만 GM옥수수나 GM콩을 구분유통하거나 유기농 제품임을 인증하는 서류가 있는 등 몇몇 예외조항이 있었다. 이들은 현행 식품위생법에 근거하고 있다.

이에 유기가공식품 인증제가 도입될 경우 식품위생법과 상충되는 부분을 원만히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제도도입 초기부터 불가피한 마찰이 예상된다. 인증제 초안이 공개되자마자 식품업계에서는 식품위생법과 함께 준용해야 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식약청과 사전 협의가 있었다면 애매모호한 초안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식약청에서는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초안이 나올 때까지 GMO에 대한 사용금지 및 비의도적인 혼입치에 대해 사전협의가 안된 것으로 확인됐다. 식약청 이재용 식품안전정책과장은 "식품진흥법에 나와 있는 내용이 인증제에 그대로 반영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GMO에 대한 비의도적 혼입치 3%에 대한 내용은 처음 듣는 일"이라며 깜짝 놀랬다.

그동안 유기농이유식 때문에 '불검출' 기준을 운영하는 것이 가시방석이었던 식약청이었다. 농식품부가 선뜻 3%를 설정하면 시원섭섭한 것도 식약청이다. 문제는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를 도입하면서 농식품부와 보건복지부 사이에 부처 이기주의로 전반적인 사전협의가 미비했다는 점이다. 인증제 초안이 공개되고 하루가 지난 16일까지 식약청 관계자에게는 초안을 담은 자료조차 전달되지 않았다.

◇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신뢰도'가 관건
해외에서는 '유기농=신선'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국내에서는 '유기농=안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다. 이에 엉터리 유기가공식품이 시판중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유기가공식품에 대한 신뢰도가 실추됐던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유기농산물에 대해서도 농약을 적게 사용한 저농약농산물과 혼동하고 있어 유기가공식품에 대한인지도 향상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올바른 유기농 정보를 전하고 이를 '품질' 측면에서 접근하자는 지적이다.

이렇듯 인증제의 신뢰도가 관건이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초안은 단순히 종전의 유기농산물가공품 인증제도를 답습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엉터리 유기가공식품'이란 인식을 지워버리려면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인증제가 시행돼야 하는데 허술한 면이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팔당올가닉푸드 김병수 대표는 지난 15일 '유기가공식품 인증제 도입방안' 공청회에서 "2007년 기준으로 전체 농업 종사자 중 5%만이 유기농에 종사하고 있으나 날이 갈수록 그 숫자가 급감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김 대표는 또 "전에는 팔당에서 풀무원에 납품했지만 현재 수입 농산물로 충당하지 않고 있냐"면서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를 추진하면서 국내 유기농업과 산업의 연계를 강화시킨다고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식품진흥법은 오히려 유기농업자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CJ제일제당, 풀무원,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식품 대기업은 국내에도 유기가공식품 인증제가 도입될 경우 주춤했던 유기가공식품 산업이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가 공인하는 인증제라면 아무래도 국내 소비자들의 유기가공식품 인지도가 긍정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일단 CJ제일제당의 경우 유기농산업에 뛰어들면서 CAAE, ACO, IFOAM 등 해외 인증을 받을 계획으로 해외시장 공략도 염두에 두고 있다. 풀무원 역시 유기농 두부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양유업이나 매일유업은 이미 동남아시아, 중동지방 등에 프리미엄급 유가공식품을 수출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유기가공식품에 대해 GMO 비의도적 혼입치가 3%로 설정되면 업계가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이지 않겠냐"고 안도했다. 반면 풀무원 관계자는 "유기가공식품 인증제가 제아무리 글로벌한 마크를 달아도 수출국에서 인정하지 않으면 수출이 힘들다"며 "국산 유기가공식품 인증상품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간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주애 기자 yjua@md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