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식품'악성이물질' 발견하면 로또당첨?

곡산 2008. 4. 21. 09:03
식품'악성이물질' 발견하면 로또당첨?
블랙컨슈머 수천만원~억대 요구에 업계 '몸서리'
최현숙 기자 (csnews@csnews.co.kr) 2008-04-11 07:10:00

▲당신 네 회사제품에서 쇳조각이 나왔다“

-무슨 제품입니까?

▲그걸 왜 얘기해 줘야 하나? 1억원을 주면 고발하지 않겠다

-제품과 쇳조각을 보여 주고 의논합시다

▲돈을 주겠다고 약속하면 보여 주겠다.생각해 보고 결정해 놓아라. 다시 전화하겠다

-??????

(2일 후)

▲1억원 줄 수 있느냐?

-만나서 얘기합시다. 이름과 연락처라도 알려 주세요

▲1억원이 안되면 5000만원으로 깎아주겠다. 빨리 결정해라

-제품과 이물질을 보여 주시면 금액을 결정하겠습니다.

▲큰 마음 먹고 2500만원으로 깎아 주겠다. 수용하지 않으면 지금 바로 언론에 터트리겠다.

-지금 저희들의 대화가 모두 녹음되고 있습니다.

▲이 XXX들, 두고 보자

전화는 일방적으로 끊겼고 더 이상 걸려오지 않았다.최근 동원F&B가 한 블랙컨슈머와 통화한 녹취록의 한 토막이다. 

농심.대상.CJ.매일유업.남양유업.일동후디스.한국야쿠르트.롯데제과.해태제과.오리온제과등 거의 모든 식품업체들이 블랙컨슈머 등쌀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신문.방송.소비자단체.식품의약품안전청등이 제보가 접수되면 가차 없이 보도.발표.조사하는 바람에 실제 돈을 주고 무마하는 경우도 수두록하다. 회사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것 보다 일단 급한 불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I사의 한 관계자는  "농심 처럼 회사가 하루 아침에 뿌리까지 흔들리는 위기를 맞지 않으려면 급한 경우에는 차라리 돈으로 막는 게 합리적인 결정 아니냐?"고 반문했다.
  삭품업계 관계자들은 "요즘은 모든 식음료 제조업체들이 지뢰 밭에서 외줄 타기하는 기분으로 하루 하루를 살아 가고 있다.특히 블랙 컨슈머들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생쥐깡’과 ‘커터칼날 참치캔’파동이후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고발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몰려오고 있으며 이에대한 보상요구도 갈수록 고액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실수로 이물질이 들어갔지만 이를 제조업체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일부 블랙컨슈머는 보상금을 노리고 아예 고의적으로 이물질을 넣은뒤 보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블랙 컨슈머란 악성을 뜻하는 블랙(black)과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를 합성한 신조어로 고의적으로 악성 민원을 제기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실제로 최근 이같은 블랙컨슈머?경찰에 잡혀 구속되기도 하고 조사결과 소비자의 실수인 것으로 판명돼 업체의 결백이 증명되기도 했다.

충북지방경찰청에 구속된 박모(38)씨는 음료수에 10cm 길이의 플라스틱 끈을 집어넣은 뒤업체에 전화해 “1억원을 주지 않으면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한 혐의다.

경찰조사 결과 그는 “아파트 대출금 등 1억 원이 필요해 이물질을 일부러 넣었다”고 자백했다.

또다른 소비자 조모(47)씨가 제보해 대서특필된 사발면 플라스틱 조각도 10일 소비자의 부주의로 파손된 정수기 온수꼭지가 들어간 것으로 판명됐다.

그러나 식품업체들의 고민은 자체적으로 이같은 블랙컨슈머들의 생떼거지를 막아낼 뾰족한 수가 없다는데 있다.

보상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방송에 제보하겠다”“언론에 사진을 내겠다”며 협박하고 있기 때문.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식품 이물질 사건은 제대로된 검증과정도 거치지 않은채 막바로 선정적으로 보도되고 있어 식품업체들을 더욱 주눅들게 하고 있다.

농심과 동원 F&B가 이물질 검출 보도로 뿌리채 흔들리는 곤욕을 치르는 것을 봤기 때문에 섣불리 거절할 수도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 식품업계에서는 “고약한 이물질 하나 발견하면 로또 당첨되는 것과 같다”는자조섞인 푸념까지 돌고 있다, ‘부르는게 값’이란 뜻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요즘 식품회사는 죽을 맛이다. 지뢰 밭에서 외줄 타기 하는 기분이다.공장에서 대량 생산돼 시중에 유통되는 식품의 경우 ‘이물질 제로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통과정에서 취급 부주의로 변질되는 것도 불가피하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미국 일본등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사소한 부주의를 가지고 회사와 제품을 망가지도록 매도한다면 대한민국에서 살아남을 식품업체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유가공 회사인 M사 관계자도 최근 발생한 어이없는 생떼거지를 소개했다.

어린아이가 먹는 식품에서 플라스틱 조각이 나왔다고 고발한 A소비자는 “우리아이가 이제품을 2년동안 먹어왔다. 5000만원을 보상하고 아이가 20살까지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 책임지겠다는 각서를 써달라”고 요구했다.

또다른 B소비자로부터는 “ 평생 의료보험을 들어달라”는 요구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식품 대기업인 D사 관계자도 "최근에 거액의 돈을 주지 않으면 이물질이 나온 식품 사진을 신문.방송.소비자단체.식품의약품안전정에 모두 보내겠다는 협박을 수시로 받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요구 액수도 500만원에서 2000만원, 5000만원등으로 매우 다양하다"고 덧붙였다.

식품업계는 현행 식품관련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규정으로는 변질됐거나 이물질이 발견된 식품은 해당제품으로 맞교환해주도록 돼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 현실에 맞지 않는 이같은 보상에 만족하는 소비자는 한사람도 없다. 이 때문에 업체들이 아무 가이드라인없이 소비자와 1대1로 협상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고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어 “정신적인 충격이나 건강상의 위해등을 감안해 합리적인 소비자 피해보상 규정이 마련되면 소비자들도 손쉽게 피해를 보상받을 수있고 업체들도 합리적인 보상이 가능 할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