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소비자는 억울해②] 문제 생겨도 PL상품 보상은 '저 멀리'

곡산 2008. 3. 31. 17:28
[소비자는 억울해②] 문제 생겨도 PL상품 보상은 '저 멀리'
식품제조업체, 대형마트 무서워 이물 검출된 클레임도 '쉬쉬'
[메디컬투데이 윤주애 기자]


식품 이물질 검출 사건이 속속 알려지면서 유통업체 이름으로 판매되는 PL상품(자체레벨상품)의 안전관리 및 사후관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신세계 이마트를 비롯해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는 PL상품, PB상품(자체브랜드상품)의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대형마트에 이어 편의점에서도 PB상품은 낯선 제품이 아니다.

PL 및 PB상품은 유명 식품업체와 유통업체의 계약 관계 속에서 생산 유통되지만 문제가 생겨도 한 다리 걸러 클레임이 제기되므로 중간에 정보교류가 원활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 곰팡이 핀 즉석밥 & 무마하려는 직원

경기도 안양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25일 10시경 배가 고파 즉석밥을 데우려고 뚜껑을 뜯은 순간 입맛이 다 떨어졌다.

안양 비산동 이마트에서 구입한 즉석밥 '왕후의 밥'이 1/3가량 검푸른색의 곰팡이로 뒤덮여 있었다. 김씨는 나머지 왕후의 밥 2개도 뜯어봤지만 별 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바로 이마트에 전화했던 김씨.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았던 직원은 담당부서를 바꿔준다며 전화를 돌리더니 끊겼다. 김씨는 오전 내내 계속 이마트에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씨는 이마트 외에도 제조사인 동원F&B에도 연락했지만 불통이었다. 동원아산공장에도 전화를 걸었고 드디어 한 담당자가 점심 무렵 직접 찾아왔다.

김씨에 따르면 이 담당자는 문제의 제품을 보더니 얼마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왕후의 밥이란 한 제품을 조사한 결과 유통중 이물 혼입이라고 추정했다.

발표된 것처럼 김씨가 제공한 제품의 겉면을 살펴보더니 옆 부분이 깨진 것으로 보아 유통중 이물 혼입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필링에 문제가 없고 유통과정에서 던져지다가 옆면이 깨져 공기가 들어가 곰팡이가 생겼을 것이란 것.

문제는 이 담당자가 왕후의 밥을 공급중인 이마트와의 계약을 의식하고 문제 소지가 있는 김씨의 연락을 무마하려 했다는 데 있다.

김씨는 "유통기한도 내년으로 돼 있고 실온보관하라고 했던 제품에 곰팡이가 났으니 해당 상품에 상응하는 보상을 판매사인 이마트로부터 받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내 얘기를 듣고 즉석밥을 수거하는 담당자가 사건이 커지면 이마트에 납품하기 껄끄럽다는 이유로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 처벌규정 없어 이물혼입 책임 논란

이마트 등 한 대형마트에서만 판매되는 식품 등을 PL상품(자체레벌상품)이라고 부른다. PB상품(자체브랜드상품)이라고도 부르는데 김씨 외에도 PL 및 PB상품에 대한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앞서 식약청이 조사했던 왕후의 밥 역시 이마트 PL상품이었고, 이번 케이스도 같은 왕후의 밥이다. 단지 제조일 및 유통기한이 다르다는 것 뿐이다.

김씨는 "공장 담당자가 '쎈쿡'이라는 즉석밥을 대신 받으라고 했는데 곰팡이로 연락한 사람에게 같은 공장에서 나온 즉석밥으로 대충 때우려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회상하며 "최초 연락일로부터 벌써 몇 일이 지났는데도 이마트, 동원F&B 모두 연락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를 만났다는 동원아산공장 관계자는 "김씨를 만났을 때 제조공정보다 유통과정에서 이물질 혼입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충분히 설명을 했다"면서 "본사에 있는 이마트 담당자에게 보고했고 이물이 검출된 즉석밥은 공장에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마트 안양점 측은 "본사에 연락했더니 안양 지역에서 회수된 적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즉석밥 곰팡이 검출에 대한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제조사 및 판매사 모두 한 소비자의 클레임을 제대로 접수받지 못했고 쌍방의 정보교류가 중간에 차단된 셈이다. 동원아산공장 담당자는 본사에 재연락해 조치를 취하도록 요청했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한편 이번 즉석밥 곰팡이 검출 역시 문제가 제기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제조사와 판매사 사이의 책임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일찍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또 다른 왕후의 밥 제품의 이물 혼입 경위를 조사한 결과 '유통중 이물 혼입'으로 결론지었으나 이마트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 구입 후 소비자 부주의에 의한 것인지 명확하게 밝힐 수 없어 책임논란이 있었던 것과 같다.

실제로 식약청은 식품 유통과정이 복잡하기 때문에 제조사에서 이물 혼입 가능성이 없을 경우 유통중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아직까지 유통중 혼입에 대해 처벌규정이 미흡하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