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시장을 여는 사람들]<5>식품도 한류열풍

곡산 2008. 3. 23. 13:58
[중국시장을 여는 사람들]<5>식품도 한류열풍

중국에 한국 식품 바람이 불고 있다. 잘살게 되면 입맛도 바뀌게 마련이다. 전통 음식보다 패스트푸드를 좋아하고 과자를 사도 색다른 것을 찾는다. 개혁·개방 이후 20년 이상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온 중국에도 이 같은 변화가 밀려들고 있다. 이처럼 바뀌는 중국인의 입맛을 한국 식품이 사로잡기 시작했다. 중국에 ‘파이 제국’을 만든 초코파이에서 피자, 심지어 빵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맛이 대륙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베이징에서 번화하기로 소문난 왕푸징(王府井)의 남쪽에는 ‘둥팡광창(東方廣場)’이라는 초대형 오피스·쇼핑타운이 서 있다. 이 건물은 홍콩재벌 리카싱(李嘉誠) 회장이 지은 것으로 베이징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에는 음식경연이라도 하듯 각국의 각종 음식점이 즐비하다. 한국은 ‘미스터 피자’가 진출해 있다. 세계적인 피자 브랜드인 미국계 피자헛이 골리앗이라면 다윗에도 미치지 못할 미스터 피자 신둥팡점에는 피자를 사 먹으려는 중국의 젊은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인근 피자헛보다 오히려 손님이 더 많다.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 중국 피자시장에 한국 피자가 파고들고 있는 것이다.

미스터 피자뿐만이 아니다. 파이시장에서는 초코파이를 앞세운 오리온 파이가 중국을 휩쓸고, 제빵 시장에서는 중국 내 한국 브랜드인 ‘파리 파이티스’가 떠오르고 있다.

이들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중국의 파이·피자·빵 시장에는 한국세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특히 이들 시장은 중국 경제가 발전할수록 뒤바뀌는 중국인의 식생활 패턴을 배경으로 무한대로 커질 소지가 있어 중국시장에서 세를 넓히고 있는 한국 식품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이들 중 가장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은 피자시장이다. 미스터 피자는 중국에 진출한 지 4년째다. 롯데리아파파이스 등 한국의 대형 음식체인이 판판이 쓰러지고 나간 베이징 시장에서 중국 신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굳게 버티고 있다. 허준(許浚) 사장은 중국 피자시장에서의 영업전쟁을 “다윗의 싸움이 시작되고 있다”며 “한국의 피자 맛을 중국에 심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터 피자는 베이징에만 젠궈먼(建國門) 왕징(望京) 등 7곳에 체인을 열었다. 12월에는 톈진에 8호점을 열 예정이다.

중국에서 피자싸움이 쉽지만 않은 것은 다국적기업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계 피자헛은 중국에 이미 120가 넘는 체인점을 열었는가 하면 피자의 사촌격인 패스트푸드 체인인 KFC, 맥도널드도 수백 군데의 점포를 개설했다. 이들 체인은 최근 중국 서부로 발을 뻗고 있다. 이들의 틈바구니에서 시장을 만들어 나간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지만, 허 사장은 “결국 맛의 싸움이며 맛에서 중국인을 사로잡는 곳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 파이티스는 제빵 시장을 뚫고 있다. 3년 전 소자본으로 시작한 파리 파이티스는 베이징을 중심으로 6호점을 낸 데 이어 회원제 클럽이 프라이스마트와 N마트, 베이징의 고급 백화점인 화탕에 빵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중국 진출에 나선 세븐일레븐이 베이징에 연 8곳의 매장 한가운데에 파리 파이티스 빵이 자리잡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 연말까지 베이징에만 30개 이상의 편의점 체인을 열고 외국자본의 체인사업이 공식 허용되는 내년부터 수백개의 체인점을 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파리 파이티스는 이를 이용해 본격적인 세 확장에 들어갈 계획이다.

국내 제빵 체인으로는 파리바케트가 상하이에 진출해 사업을 시작했다.

김천호(金千皓) 파리 파이티스 사장은 “피와 땀을 쏟지 않는 한 중국시장은 열리지 않는다”며 “한국 빵이 중국에서 성공하는 길은 최고의 품질과 맛을 유지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최대 제빵 체인점은 하오리라이(好利來)다. 중상류층과 한국교민이 많이 모여 사는 왕징에는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파리 파이티스와 하오리라이가 마주보고 있다. 파리 파이티스의 빵값이 2배 이상 비싸지만 중국인조차 하오리라이보다는 파리 파이티스의 빵을 많이 사 먹는다. 한류 바람으로 한국 것이면 더 좋을 거라는 기대를 갖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중국 빵을 압도하는 독특한 ‘한국 빵 맛’이 중국인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달리 파이시장은 대규모 기업인 오리온이 중국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오리온이 중국에서 만드는 파이는 초코파이에서부터 카스타드 파이, 이탈리아식 파이인 티라미수, 딸기잼으로 만든 프레시파이에 이르기까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한국 식품으로 중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식품이 오리온의 파이다.

 

초코파이 띵호아!

24시간 공장 가동해도 공급 달려

올 상반기만 3500만弗어치 판매

베이징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하오리여우(好麗友·좋은 친구)를 아느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5명은 고개를 끄떡인다. 하오리여우는 (주)오리온이 중국에서 생산하는 오리온 초코파이의 이름이다.

베이징의 최대 슈퍼마켓 체인인 징커룽(京客隆)에서부터 최고급 백화점인 옌사(燕莎) 백화점에 이르기까지 초코파이는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다. 가장 잘 팔리는 파이 식품이기 때문이다.

서해를 건넌 한국 식품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초코파이는 중국 가정을 사로잡은 가장 대표적인 식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베이징∼톈진 고속도로 중간 지점인 랑팡(廊坊)과 상하이에 지어진 초코파이 공장에서는 올 상반기에만 3500만달러어치가 만들어졌다. 4t짜리 트럭으로 3000대분이 넘는 규모다.

중국인이 초코파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24시간 공장을 돌려도 물건이 달린다. 중국 전역에 초코파이를 공급하는 120개 중개상은 물량 확보를 위해 줄을 서야 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초코파이의 베이징 현지법인인 하오리여우 식품유한공사의 강기명(姜奇明) 시장 담당 매니저는 “기차가 서는 곳이면 중국 어디에서나 초코파이를 사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맹위를 떨치는 초코파이의 위력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초코파이는 중국 파이시장에서 40%를 점유하고 있다.




베이징=강호원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