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을 여는 사람들]<2>뿌리 내리는 한국요리 | ||
취안쥐더는 베이징 요리의 대명사인 카오야(페킹덕)로 이름난 음식점이다. 카오야란 오리구이 요리로 그 껍질을 밀가루로 만든 피로 싸먹는 맛이 별미다. 몽골의 쿠빌라이 칸이 중국에 원나라를 세운 이후 ‘황제의 도시’로 800년 이상 전통을 지닌 베이징인지라 중국인은 ‘베이징 요리는 세계 최고의 요리’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베이징 요리를 대표하는 카오야의 최고 브랜드가 취안쥐더다. ◆카오야의 벽을 뛰어넘어=한중 수교 15년째, 한국요리가 카오야의 벽을 뛰어넘기에 나서고 있다. 카오야가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베이징의 요리 시장에는 ‘갈비’를 앞세운 한국요리가 고급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베이징에는 접대 문화가 유난히 발달해 있다. 그런 베이징이지만 한국요리를 대접받은 중국인은 거의 예외 없이 ‘대접 한번 잘 받았다’는 말을 한다. 한국의 맛이 중국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징의 한국 음식점은 400곳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베이징에 상주하는 한국인도 5만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들 한국 음식점은 한국인만을 상대하지 않는다. 고급 한국 음식점일수록 특히 그렇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국요리에 맞서 한국요리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기적이다. 베이징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최고급 백화점인 옌사(燕莎). 베이징에서 물건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곳이다. 이 백화점의 지하에도 한국요리점인 ‘서라벌’이 들어서 있다. 홀 면적이 1000평에 가깝다. 그러나 예약을 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가 힘들다. 더욱 놀라운 것은 손님 10명 중 7명 이상이 중국인이라는 사실이다. 갈비와 등심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밑반찬으로 각종 김치가 나오지만, 중국인 손님은 신비한 맛을 감상이라도 하듯 정성스럽게 젓가락을 움직인다. 요리도 브랜드 시대다. 서라벌이 중국인으로 발 디딜 틈 없게 된 데에는 한국요리점의 브랜드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서라벌의 중국 경영을 도맡았던 백금식 사장은 “중국에 진출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에야 중국인이 한국의 맛을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1990년 초만 해도 옌사와 량마허(亮馬河)에만 있던 서라벌이 왕푸징(王府井)과 시단(西單) 진위다샤(金玉大厦), 왕징(望京), 팡좡(方莊) 등 9곳으로 늘어났다. 베이징 이외에도 상하이(上海), 톈진(天津), 다롄(大連), 선양(瀋陽), 창춘(長春) 등에 체인점이 들어섰다. 한국인은 물론 조선족조차 찾아보기 힘든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후허하오터(呼和好特) 중심가에도 서라벌의 간판이 내걸려 있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에 있는 한국 음식점은 900곳. 그러나 칭다오시 대외사업처의 리빈(李濱) 처장은 “칭다오에도 서라벌과 같은 곳을 끌어들일 수 없느냐”고 말했다. 요리도 요리지만 중국인의 가슴 깊이 새겨진 브랜드의 힘이 낳은 결과다. 서라벌뿐만이 아니다. 두산이 투자한 수복성과 수원갈비 전문점인 화춘옥도 중국 시장에 웅지를 튼 한국요리 브랜드다. 수복성은 중국 내 83개 뿐인 국가 특급식당 중 한 곳이다. 수복성이 중국에 진출한 것은 12년 전인 1993년. 한국의 대형 식당이 금융 위기를 맞아 하나둘씩 철수하는 속에서도 끝까지 버틴 수복성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까지 식사하고 갔다. 지금도 중국의 내로라하는 고위 인사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다. 수복성은 지난 7월 베이징 여인가 주변에 최고급 호텔식당을 뺨칠 정도의 고급 한국요리 2호점을 열었다. 3대에 걸쳐 60년 동안 수원에서 수원갈비를 만들어온 화춘옥도 중국에 진출해 맛 경쟁에 나서고 있다. 지난 4월 톈진(天津)에 2호점을 내고 시장 확장에 뛰어들었다. ◆문턱 높은 중국 시장=중국 내 한국식당이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만은 아니다. 실패의 쓴 잔을 마신 곳도 부지기수다. 1990대 중반 중국에 진출한 진로주가와 보배원, 고려원 등 대형 한국 음식점은 대부분 금융위기 이후 문을 닫았다. 작은 한국 음식점의 부침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왕징 부근에도 텅 빈 자리를 지키는 식당이 한두 곳이 아니다. 중국 시장의 문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한국 요리의 최대 맹점은 메뉴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베이징 요리는 제쳐두고라도 광둥(廣東)·쓰촨(四川)·상하이(上海) 요리 등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중국요리점의 메뉴판에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요리가 올라 있다. 서라벌의 백금식 사장은 “음식 종류의 한계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최대 난제”라고 말했다. 누구에게 음식을 팔 것이냐도 문제다. 화춘옥의 이광일 사장은 “중국에서는 한국인을 상대로 음식 장사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망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외식 문화가 발달한 만큼 중국인을 외면하고서는 중국에서 돈벌기는 애초부터 물 건너간다는 뜻이다. 신용도 최고 덕목 중 하나다. 수복성의 온대성 사장은 “ 중국에서는 신용을 잃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며 “고기 한 점이라도 속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고급 한국식당이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수복성은 푸싱(福星)과 화안(華安)이라는 중국 국영기업체로부터 한 근에 150위안짜리 소고기만 사 쓰고 있다. 일반 시장에서 파는 고기 값보다 15배나 비싼 가격이다. ‘카오야의 벽’은 높지만 벽을 뛰어넘기 위한 도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베이징=강호원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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