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국 인플레 장기화된다

곡산 2008. 3. 21. 09:06
중국 인플레 장기화된다
썬쟈 | 2008.02.25

최근 중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7%를 웃돌면서 중국 물가상승의 가속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의 물가상승 원인을 수요와 비용측면으로 분리해 살펴보고 올해의 물가 및 향후 인플레이션의 지속 가능성을 전망한다.

 

중국은 지난 5년간 물가안정 속에서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유지하면서 세계경제의 호황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정부의 잇따른 금리인상 조치에도 불구하고 2007년의 소비자물가가 4.8%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올 연초에는 50년 만에 내린 폭설로 수급상황이 더욱 악화돼 1월 물가상승률이 7.1%를 기록하면서 물가불안에 대한 우려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해외수요 약화로 수출증가율 둔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 내수를 확대해야 하지만 물가상승압박으로 내수부양정책도 펼치기 힘든 실정이다. 고성장-저물가를 의미하는 ‘골디락스’시대가 이제 막을 내리고, 심지어 중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 아닌가 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본고에서는 중국의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대내외적인 요인을 짚어보고 물가불안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 전망해 본다.

 

과거의 인플레이션 주기와 다른 특징

 
개혁개방 이래 중국은 3차례 인플레 시기를 겪어왔다. 1979~1980년간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개혁개방 초기의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한 통화공급확대에 의해 유발되었으며 1985~1989년에는 상품가격 자유화, 임금개혁 및 대규모 인프라 투자 등에 따른 자금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고액지폐 발행 등이 화근이었다. 1992~1996년에는 계획경제시대의 상품공급제한 및 가격통제가 풀리면서 거의 모든 상품의 가격이 재조정되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구매력 약화를 보전해주기 위해 실행한 임금상향조정정책이 투자과열과 맞물려 제3차 인플레이션을 몰고 왔다(<그림 1> 참조).

 
이번의 물가불안은 과거와 상이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첫째 재화가 부족했던 ‘결핍경제’ 배경에서 일어난 인플레와는 달리 이번 물가상승은 사회소비품 수급이 대체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상품가격에 국한되어 나타나고 있다. 둘째, 과거의 인플레는 시장경제체제가 성숙하지 않던 초기단계에서 겪은 시행착오의 결과로서 시대적 특수성을 지니고 있는 반면, 최근 상황은 시장개방 확대 등으로 중국이 글로벌경제와 연동되면서 국제상품가격 상승, 해외자본 유입 등 외부요인의 영향이 한층 커진 가운데 전개되고 있다. 결국 이번 인플레이션은 중국경제가 본격적으로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된 후 처음으로 겪는 물가불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각별하다.

 

폭설과 일부 식료품 공급부족은 일시적인 요인

 
현재 중국의 물가상승을 결정하는 외형적인 요인으로 돼지고기 가격이 주도하는 식료품 부문의 물가상승과 부동산가격 급등을 꼽을 수 있다. 폭설로 인해 정상적인 생산활동에 차질이 생긴 데다 물류대란으로 식품, 석탄 등에서 공급부족현상이 심화되는 것도 연초 물가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런 현상만 보면 물가상승은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에 의한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다. 폭설 이후의 복구작업 및 손해를 만회하려는 생산증가로 단기간 내에 정상적인 공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해 가축 전염병인 청이병의 확산으로 돼지의 공급량이 급감했지만 정부의 농가지원 등으로 올 하반기부터 공급개선을 기대할 수 있고, 올림픽 특수에 대한 기대감 약화 및 정부의 긴축정책에 대한 우려로 인해 집값 상승률도 주춤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단기적인 요인 이외에도 장기적으로 중국의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킬 우려가 있는 보다 근원적인 요인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 크게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잠재적 수급불균형에 의한 식품가격 상승 압력

 
먼저 현재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공급 측면의 요인인 원자재 가격의 영향을 살펴보자. 중국의 물가상승은 돼지고기 이외에도 원유, 곡물 등 국제원자재 가격 상승에 기인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물가상승률과 근원물가 상승률의 비교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1분기부터 두 물가지수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는데 그 차이는 바로 농산물 가격 및 에너지 가격의 차이라 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여기에는 소득향상에 따른 수요증대와 더불어 중국의 농업생산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다는 보다 구조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주식인 쌀의 경우 2004년 생산량은 전년대비 11.5% 증가했으나 2007년에는 증가율이 1.1%에 그쳤다. 사막화 등 환경문제로 인해 경지면적이 감소하고 자연재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1차적인 원인이다. 더욱이 빠른 도시화와 더불어 도농간의 소득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도시로의 인구이동이 지속되어 농촌의 생산 인력이 감소하고 있다. 1차 산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도시근로자의 소득이 빠르게 늘면서 소비수요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농촌의 획기적인 소득향상 및 생산성 제고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잠재적 수급불균형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압력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국내 시장 공급을 늘리기 위해 식품의 수입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선진국 중심의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신흥국가들의 수요급증과 함께 달러화 약세와 글로벌 투자자금의 시장유입으로 전반적인 국제식품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생산량은 줄어든데다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 전환되면서 곡물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상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중국의 물가상승압력 요인으로 계속 작용할 것이다.

 

국제유가 영향 더욱 커질 전망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가들의 원유 소비가 급증하면서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세계 원유소비 비중은 2007년 중 9.2%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원유가격이 상승하고 이것이 다시 중국의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은 그 동안 물가급등에 대한 우려로 국제원유가격이 급등함에도 불구하고 국유정유기업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국내유가를 낮은 수준에서 유지하려는 에너지가격 규제를 실시해 왔다. 때문에 이제까지 국제유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중국물가에는 제한적인 영향만 주고 있었다(<그림 3> 참조). 그러나 2006년 중국정부는 「석유종합가격 조정안」을 통해 석유가격 메커니즘을 조정하고 점차 국제유가 변동을 국내가격에 반영하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후 2006년에 2차례, 2007년 11월에 1차례 국내유가를 상향 조정해 국제유가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 우려로 가격조정의 시기를 늦추고 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에너지절약형 사회건설 및 지속가능 발전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석유를 포함한 대부분의 자원가격 시장화가 점차 진행되면서 국제유가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도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생산성을 웃도는 임금 상승 지속

 
중국의 명목임금은 지난 수년간 계속 14%대의 높은 상승세를 보였고 2007년 3,4분기에 각각 20.1%, 19.5%를 기록하는 등 최근 들어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그러나 근로자의 생산성도 동반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임금이 인플레 압력으로 작용되고 있는지를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근로자의 임금을 노동생산성으로 나누어서 산출된 단위노동비용지수를 살펴보면, 계속 보합세를 유지하던 단위노동비용지수가 2005년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그림 4> 참조). 이것은 임금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상회한 데서 기인한다. 아직까지는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지 않고 중국의 빠른 기술력 향상에 따라 생산성 제고의 여지가 크기 때문에 인건비 상승분의 제품가격 반영은 당분간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인구구조 변화와 농촌잉여노동력의 도시이전 속도둔화에 따라 노동력 과잉공급 현상이 점차 사라지고, 노동자권익 보호를 엄두에 둔 노동계약법이 실행되는 등 장기적인 추세를 볼 때 임금상승률이 계속 15%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임금상승은 기업의 원가부담을 가중하는 한편, 구매력 향상으로 이어져 소비수요를 자극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의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임금상승이 인플레이션의 요인으로 크게 작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안화 절상의 물가안정 효과 제한적

 
물가상승의 대응책으로 중국정부는 최근 위안화 절상 가속화를 용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1월말 기준의 달러화 대비 위안화 환율은 7.27로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한 2005년 7월부터 지금까지 누적 절상률이 11.5%에 달했다. 1월 한달 동안에만 무려 1.3% 절상되어 절상속도가 현저히 빨라지고 있다(<그림 5> 참조).

 
보통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원자재, 중간재의 자국통화표시 가격도 하락하여 이를 이용해 생산한 제품가격도 하락 여지가 생긴다. 따라서 환율과 물가추이가 유사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위안화 환율과 물가지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그림 6> 참조). 즉 현재의 위안화 절상 폭이 크지 않아 아직 수입품의 가격상승을 충분히 상쇄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번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는 농산물 부문의 수입비중이 크지 않아 위안화 절상에 따른 가격 안정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올해에는 절상속도가 가속화됨에 따라 연말까지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7~10% 정도 추가 절상될 것으로 보인다. 위안화의 변동폭 확대는 대규모 무역흑자를 축소시킴으로써 내부적으로 유동성 증가 압력도 완화시킬 수 있다. 현재까지 환율의 물가안정효과가 제한적이었으나 2008년에 절상 폭 확대에 따라 물가안정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총수요압력 지속 상승될 전망

 
현재 중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의 크기 및 지속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수요측면에서의 인플레 갭을 확인해 보았다. 간단한 계량경제모형을 통해 잠재GDP를 추정한 후 GDP갭(=실제GDP-잠재GDP)을 구한 결과, 1990년대 후반부터 2005년까지 실제GDP가 잠재GDP에 못 미치며 GDP갭이 음(-)으로 나오는 상태가 이어지다가 2006년부터 양(+)으로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7> 참조).

 
GDP갭이 양(+)인 경우, 수요가 적정 생산수준을 초과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압력이 발생하고 반대로 음(-)인 경우 수요가 공급능력 수준 이하에 있으므로 디플레이션 압력이 나타나게 된다. 중국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면서 2006년부터 인플레이션 갭으로 전환했고, 2007년에는 인플레이션 갭이 더 늘어나면서 총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막대한 외환보유고, 무역흑자, 저금리 등에 따른 과잉유동성 현상은 중국의 인플레를 초래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총통화 증가율과 물가증가율이 1년 정도의 시차를 두고 유사한 추세를 보여왔다(<그림 8> 참조). M2의 증가율은 2007년 4분기에 줄어든 기미를 보였지만 2008년 1월에 다시 정부의 목표치인 16%를 크게 웃돈 18.9%를 기록했다. 이런 상승세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올해의 물가상승률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물가와 주요 거시경제 변수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본 결과 수요측면에서 소비증가와 물가간의 상관계수가 0.60에 달해 다른 수요요인보다 높은 연관성을 나타냈다. 비용요인 측면을 보면 단위노동비용의 경우 상관계수가 0.11로 나타나 노동비용의 상승은 아직 물가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 변동성이 높은 주가보다 부동산가격과 물가의 연동성도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단기적으로 부동산가격은 조정을 받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도시화 진행 등으로 원만한 상승세가 이어져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지속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표1, 2> 참조).

 

올해 물가상승률은 5%대로 예상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최근 ‘2008년은 중국경제의 가장 어려운 해가 될 지 모른다’는 발언을 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정책운영 결정을 놓고 많은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수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했으나 인상폭이 크지 않아 과잉유동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억제하지 못했다. 내수물량 확보를 위한 일부 제품의 수출 금지 및 가격통제는 일시적인 효과를 보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오히려 생산량이 감소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2008년의 세계경기와 중국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여러 가지 결과가 발생할 수 있고, 물가 방향이 다소 바뀔 것으로 보인다. 그 중 가능성이 큰 몇 가지 시나리오를 살펴본다.

 

 시나리오1. 다시 물가안정 (연착륙)

 
미국 등 선진국 경기 침체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은 수출둔화로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어느 정도 완화된다. 폭설과 구정 등 계절적인 요인의 영향으로 올 1, 2월의 물가상승률이 다시 최고치를 경신함에 따라 중국정부는 한, 두차례의 금리인상, 특별 국채 발행 등 다양한 정책적인 수단을 이용해 중간 강도의 긴축을 유지한다. 위안화 절상 폭 확대로 수입품 가격상승 효과가 상쇄되고 식료품에 대한 수출 관세부가로 국내시장 공급이 증가한다. 하반기부터 돼지고기 등 생산량 증가에 따라 시장가격도 진정된다. 올림픽 특수로 소비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지고 고성장, 저물가의 기조는 지속된다.

 

시나리오2. 올림픽 전까지 물가가 치솟다가 하반기에 정부의 강경책으로 급락 (경착륙)

 
세계경제 불황이 심각해질 경우, 중국정부는 국내경기 하락 및 내외 금리격차 축소에 따른 투기자금 유입 등을 우려해 금리인상을 보류하고 긴축정책을 완화한다. 대신 창구지도 등 우회적 수단을 신중하게 다룬다. 하지만 시장은 내성이 생기고 물가억제 효과는 크지 않다. 연초의 높은 물가상승률은 국민들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시켜 불필요한 가수요가 발생하여 수급상태가 더욱 안 좋아진다. 결국 상반기에 물가가 걷잡을 수 없이 치솟고 물가상승세는 비식품 부문으로 확산돼 과열 국면으로 진입한다. 급기야 하반기에 정부가 금리 대폭 인상, 시장가격의 전면 통제와 같은 강경책을 내놓는다. 이에 따라 물가가 급락하고 세계경기침체와 맞물려 국내투자와 수출이 동반 둔화되고 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진다.

 

시나리오3. 연말까지 비교적 높은 물가수준 유지

 
선진국경기 둔화가 소폭에 그치고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할 경우, 중국정부는 ‘전약 후강’의 긴축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연초에는 완만한 긴축정책과 일시적인 공급부족으로 물가상승률이 높게 나타난다. 수출둔화가 나타나지만 상반기중 지도부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투자열기가 확대되고 올림픽을 앞두고 소비증가세도 두드러진다. 하반기에 세계경제 회복세가 보이면서 성장률이 높아지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진다. 중국정부는 강력한 안정책을 펼치지만 물가를 다시 예전과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리지 못한다.

 

물론 세계식량가격 폭등 등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생길 경우 변화가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을 볼 때 이 3가지 시나리오의 실현가능성은 시나리오 3 > 시나리오 1 > 시나리오 2 순인 것으로 판단된다(<그림 9> 참조). 세계경제의 ‘적절한 수준의 둔화’ 속에 정부가 정확한 경제정책을 펼친다면 세계경기둔화가 중국의 물가진정과 연착륙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2008년에 수출을 제외한 나머지 수요요인은 계속 강세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최근에 치솟고 있는 총통화 증가세도 올해의 물가를 상향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세계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상승 속도가 다소 둔화되지만 절대가격 수준은 올라갈 것이며 식량가격 상승세도 지속된다는 전망이 대부분이다. 중국정부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 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경기하락의 대가로 강도 높은 긴축정책을 유지하지 않은 한 예전처럼 1~2% 수준의 물가상승률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낮다. 1998년에서 2007년까지 과거 10년 동안의 연평균 물가상승률은 1.1%에 불과하다. 그러나 앞으로 적어도 2010년 이전에는 과거 평균치보다 4배정도 높은 4~5%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시나리오 3이 현실화될 경우 올해의 물가상승률은 5% 초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發 글로벌 물가 안정효과 점차 사라질 전망

 
여러 가지 변수를 살펴볼 때 중국의 물가상승세는 중장기적으로도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장기적으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전망되고 임금도 생산성 증가의 한계가 있어 어느 시점부터 기업원가에 반영될 것이다. 산업고도화 및 내수중심 성장정책도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효과가 있다. 중국경제가 균형을 찾고 새로운 발전단계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압력은 계속 커지게 될 것이다.

 
아직까지 중국의 물가상승이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정도로 파급효과가 크지는 않다. 지난 5년간 EU의 대중국 수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 미만이며 미국의 대중국 수입은 많이 증가했지만 아직까지 GDP의 2.2%에 불과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있다. 중국수입품 가격이 10% 오를 때 미국물가에 대한 영향은 0.2~0.3%p에 그친다는 얘기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물가 상승률은 2006년의 -1.1%에서 2007년 하반기에 +0.9%로 전환했으나 여전히 그 폭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위안화 절상의 영향이 크다. 미국의 전체 수입물가가 지난해 하반기에 급격히 상승하여 12월에 28%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중국수입물가 때문이라기 보다는 국제유가, 원자재 등의 가격상승이 그 주된 이유였다. 중국이 세계물가에 대한 파급효과는 아직 막대한 수요로 국제에너지 가격의 상승요인으로 적용해 간접적으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조성하고 있는 정도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이 고물가 시대로 진입함에 따라 과거와 같은 세계물가 안정 효과는 점차 약화될 것이다. 최근 세계경제를 둔화시키고 있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수그러들더라도 중국의 저가 제품에 힘입어 가능했던 2000년대 초반 세계경제의 ‘고성장-저물가’ 골디락스 경제를 다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