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기고]불량 식품과 불량 방송

곡산 2008. 2. 14. 20:19
[기고]불량 식품과 불량 방송
박창순 한국공정무역연합 대표 전 교육방송 본부장
2007-11-01 오후 4:08:15 게재

현대인은 암과 성인병 등 각종 질환으로 시달리고 있다. 잘못된 식생활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가 매일 먹는 대부분의 음식과 가공식품에는 방부제,화학조미료,착색제 등 수많은 화학첨가물이 들어 있다. 안전한 음식인가 의문을 품지만 어쩔 수 없이 먹기도 하고, 그러는 사이에 차츰 우리는 식품 고유의 맛과 향, 색을 잃어버리고 화학첨가물의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고 있다.
앞에서 말한 ‘식품’이란 말을 ‘방송’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먹을거리가 넘쳐나지만 마음놓고 먹을 음식이 귀하듯, 채널도 늘어나고 프로그램은 넘쳐나지만 볼만한 프로그램을 찾기가 쉽지 않다. 토론이나 교양 다큐멘터리 같이 공익적 가치가 높은 프로그램은 대부분 자정이 넘은 시간으로 떠밀려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해 버렸다. 반면 오락 프로그램에서는 같거나 비슷한 연예인들이 출연해 알맹이 없는 신변잡담과 억지웃음으로 괴성을 유발하면서 시청자들의 눈을 놓지 않으려 애쓴다. 드라마는 남녀간의 삼각관계와 불륜이 반복되고 있다.

부작용 큰 시청률 지상주의
방송은 문화와 산업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양 날개가 균형을 이루며 나는 비행기와 같다. 그러나 오늘날 방송의 모습은 두 날개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비대해진 한쪽 날개로 기우뚱거리면서 날고 있는 형국이다.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위태로운 모습이다.
공룡처럼 비대해진 한쪽 날개의 실체는 시청률이다. 시청률을 높여야 광고가 많이 붙는다. 시청률은 곧 돈이다. 영리 추구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식품업자가 불량식품을 팔아 돈만 벌면 되듯, 일부 방송사업자의 경우 불량 프로그램을 양산하여 돈만 벌면 그만인 것처럼 되었다.
시청률은 방송사가 참고해야할 중요한 지표다. 그러나 시청률 조사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정확성과 신뢰도에 대한 문제와 함께 최근에 달라진 시청 환경을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시청률 지상주의’로 표현되는 과도한 시청률 의존이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는 골판지를 넣어 만든 만두가 방송되어 세계인을 놀라게 하였는데, 결국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조작극으로 드러나 프로그램 제작자가 구속됐다. 남의 일만은 아니다. 최근 한 케이블 TV에서는, 연출한 장면을 실제 지하철에서 성추행한 범인을 검거한 것처럼 방송해 물의를 빚었다. 지상파에서도 일부 시사 정보 프로그램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으로 논란을 낳았다.
방송을 대하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식품이 사람의 육체를 기르고 방송이 정신을 기른다는 점에서 식품과 방송은 쌍생아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불량식품의 위험을 고발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는 있어도, 정신적 영양소인 방송 프로그램의 유해성에 대한 비판은 별로 들리지 않는다. 자신과 가족을 위해 비싼 값을 치르고라도 유기농 음식을 고집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질좋은 프로그램을 위한 관심과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질높은 프로그램 위한 노력 절실
참여와 개방, 소통으로 대표되는 ‘2.0’이 미디어 안으로 밀려오고 있다. 미디어 2.0 에 TV는 ‘바보상자’ 가 아니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해야 하는 ‘보물상자’다. 이제 방송은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오락과 즐거움을 나누며, 문화의 향유로 교양을 높이는 평생교육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유기농 야채와 과일이 상큼한 맛과 천연 영양소로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듯, 정신을 풍요롭게 하는 방송의 역할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선 시청률 위주의 단순 논법이 아닌, 질적 발전을 꾀할 새로운 기준과 지원이 절박하다. 그래야만 방송은 문화와 산업이라는 양 날개를 활짝 펼치고 힘차게 도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