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시사

불량식품 더이상 안 먹으려면

곡산 2008. 2. 14. 19:40
[데스크 칼럼] 불량식품 더이상 안 먹으려면

발암물질 중국산 옥수수기름 국산과 섞어 판 업체 적발(2007년 3월), 영ㆍ유아 시럽감기약 71%에 타르 색소(4월), 백화점ㆍ마트 건과일에 이산화황ㆍ곰팡이 검출(6월), 산업용 에탄올에 색소 넣은 가짜 양주 27억원어치 적발(7월), 수입 식용유 35% 원산지 표시 안해(8월), 시중 유통 곰장어에 카드뮴, 분유선 사카자키균 나와(9월), 경기지역 김장철 불량 액젓 유통(12월), 중국 산업용 소금 국산으로 둔갑시킨 업자 구속(2008년 1월), 위험천만 가짜 비아그라 한약(2월).

작년 3월부터 지금까지 보도된 불량식품 관련 기사를 손에 잡히는 대로 모아본 것이다. 이것만 봐도 우리 국민이 얼마나 많은 불량 식품을 입에 넣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가짜 술은 지난해 중국에서 마시고 여럿이 실명하거나 목숨을 잃었을 정도로 위험하다. 물을 돈 주고 사먹는 것도 억울한데 비싼 생수에서 대장균이 나왔다는 사실도 용납하기 어렵다.

순전히 국내에서 만들어진 불량식품은 말할 것도 없고, 수입 먹을거리가 문제를 일으킬 때도 한국인이 개입된 사례가 왕왕 있다. 몇 해 전 중국에서 들여온 꽃게 속에 납덩이가 대량 발견됐는데 알고 보니 무게를 늘려 값을 많이 받으려고 우리 업자들이 현지에서 부린 농간이었다.

고춧가루 업자가 톱밥을 섞고, 두부 만드는 사람이 석회를 넣고, 수입 쇠고기를 한우라 속이고, 콩나물에 농약을 주고, 빵 주스에 방부제를 넣고….

이런 식으로 모두가 제 잇속만 챙겨 불량식품을 만들고, 섞고, 수입하면 어떻게 될까. 결국은 돌고 돌아 온 국민이 불량ㆍ위험 식품을 먹게 된다.

정말 궁금한 것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왜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다. 불량 먹을거리는 대개 사고나 실수가 아니라 인간의 의지가 개입된 범죄일 때가 많다. 따라서 가차 없이 처벌해 다시는 그런 마음을 못 먹도록 잠재적인 범행을 막아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은?

몇 해 전 어느 백화점에서 식품 겉봉에 쓰인 유효기간을 지우고 고쳐 썼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었다. 뉴스를 본 소비자들이 분노를 느꼈지만 결국 벌금 700만원에 종결됐다.

그건 처벌이 아니다. 좀 심하게 말하면 "다음에 또 날짜 지난 식품이 있거든 적당히 고치시오" 하는 범행의 사주(使嗾)에 다름 아니다. 불난 건물의 비상구가 잠겨 사람이 타 죽고 다리나 공사장 건물이 무너지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은 이처럼 처벌이 뜨뜻미지근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사람 입에 들어가는 것으로 장난을 치거나 인명이 상하는 잘못을 범했을 때는 기업 이름을 공개하고, 해당 업무 결재라인을 따라가며 담당과 중역 그리고 대표를 구속해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다 싶은 사건도 나중에 보면 쥐꼬리만한 벌금에 현장의 말단 직원만 처벌되는 사례가 많다. 그러니 사장이나 오너 경영자는 웬만한 일쯤 돈으로 막으려고 하고, 귀찮은 일이 생기면 아랫사람 몇 명쯤 희생시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조직 내 최고 수장을 몇 번만 그런 일로 구속해서 무거운 처벌을 내리면 우리 사회에 불량식품은 사라진다.

어떤 메커니즘으로 사라지게 될까? 우선 자신이 잡혀가지 않기 위해 조직 내에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내부 제보장치까지 가동할 것이다. 암행어사제도 같은 게 생겨나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고, 잘못하면 승진과 연봉에 불이익이 가도록 처벌이 엄중해질 것이다.

기업이란 생래적으로 효율과 이익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아랫사람이 나쁜 일을 할 수밖에 없도록 구조를 만들어놓고 잘못되면 뒤집어씌우는 관행은 조직 내부는 물론 사회 전체에 심각한 도덕적 타락을 가져온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이제 소비자가 더욱 강해지고 까다로워져야 한다. 정부ㆍ지자체나 정치인은 더 이상 못 믿는다. 그들한테 맞겨봤자 나랏일 팽개치고 외유 나가면서 값 나가는 문화재만 태워 없앤다. 그러고도 국민이 나무라면 우리가 뭘 잘못했느냐고 시퍼렇게 달려드는 게 그들이다.

[유통경제부 = 전호림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