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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슈퍼, 돈 더받고도 "난 몰라요"

곡산 2008. 1. 21. 06:58
롯데슈퍼, 돈 더받고도 "난 몰라요"
가격표와 영수증 대조하지않으면 덤터기 비일비재
2008년 01월 17일 (목) 18:30:51 박광선 기자 kspark@newsprime.co.kr
[프라임경제]소비자=왕. 우리 기업이 그동안 내세워 왔던 슬로건이다. 특히 온 국민을 상대해야 하는 서비스나 소비재 관련 기업은 고객만족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다.

고객모시기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의 하나가 마트다. 주부가 주 고객이기 때문에 입소문이라도 잘못 나면 매출이 급격히 떨어진다. 따라서 이곳 직원들은 ‘어서 오세요.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혹시 불편한 것은 없으십니까’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가격에도 민감하다. 다른 곳보다 비싸다는 소문이 나면 미련 없이 발길을 돌리기 때문. 따라서 수시로 타 매장가격을 체크하고 있다. 실제로 모 업체에서는 자사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이 가장 싸다며 자신들보다 더 싸게 파는 곳을 알려주면 5천원을 주겠다고 선전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이처럼 소비자를 공경히 모시는 것은 물건을 팔기 위한 속내와 함께 잊지 않고 자신을 찾아주는 고객에게 감사한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을 외면하는 곳도 있다. 입으로는 소비자를 위한다고 말하지만 행동은 달리 하는 곳이다. 그 중 하나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인 롯데그룹에서 운영하는 롯데슈퍼다.

잘 알다시피 롯데그룹은 삼성그룹, 현대그룹, LG그룹과는 달리 껌과 과자를 주력으로 하는 롯데제과를 모체로 성장했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물론 소비자에 대한 인식과 배려도 남다른 기업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롯데쇼핑이 슈퍼사업에 뛰어 들었을 때 소비자들의 기대는 컸다. 소비자를 잘 아는 기업인만큼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고객만족 경영에 앞장서기 보다는 소극적 방어태세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뭐가 잘못됐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현재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대표 소진세)에서 운영하는 슈퍼는 모두 79개. 여타 슈퍼체인과 마찬가지로 롯데슈퍼에서도 친절봉사를 최우선으로 내세운다.

불친절하다거나 가격이 비싸다고 소문이 나면 주부의 발걸음이 뜸해지기 때문이다. 할인점이나 슈퍼가 수시로 세일에 나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롯데슈퍼도 수시로 세일에 나서고 있다. 주 단위로 이뤄지는 롯데슈퍼의 할인판매 패턴은 수요일에 시작돼 화요일에 마무리된다.

문제는 잦은 세일로 인해 제품 앞에 붙여 놓은 가격과 실제가격이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 가격표에는 1,000원으로 표기됐지만 실제로 계산할 때는 1,100원을 받는 것이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더 받은 돈을 자진해서 돌려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구매했는지 알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자신들이 물건을 구입한 사람을 찾아 차액을 돌려줄 수는 없다고 한다. 또 부착된 가격과 실제 가격이 다른 것은 미처 가격표를 교환하지 못한 것으로 소비자는 제 가격에 구입했다는 것. 그러므로 물건을 구입한 사람을 찾아 돌려줄 수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기자가 입수한 롯데슈퍼 신동아점(지점장 한충원) 발행 영수증에서도 이런 오류가 있다. 1만2,900원인 동서맥심R500G가 1만5,250원으로 표기된 것. 물론 이런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본사 및 신동아점 관계자들은 계산 오류는 주로 수요일에 발생하는데 이것은 할인행사가 수요일에 시작돼 화요일에 마무리되기 때문이라고. 김명철 롯데쇼핑 슈퍼사업본부 신동아점 부점장은 “화요일까지 실시했던 세일품목에 대한 가격표를 미처 바꾸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고객이 돈을 더 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정상가격이기 때문에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이러한 주장이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슈퍼를 이용하는 대다수 고객은 가격을 보고 물건의 구입유무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꼭 필요한 제품이 아니면 다른 매장보다 저렴하다는 판단이 서야 물건을 산다. 할인가격이 아니라 정상가격이 붙여 있다면 그 물건을 사지 않을 소비자가 많은 것이다.

따라서 할인가격을 보고 물건을 구입한 고객에게 차액을 돌려줘야 한다. 정상가격이란 주장만 내세우며 차액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것은 잘못된 조치라고 같다.

물론 누가 샀는지 모르는 경우라면 돌려줄 수 없다. 하지만 구입한 사람을 알면서도 돌려주지 않으면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고객 한 사람에게는 적은 금액일지라도 여러 건이 모이게 되는 롯데슈퍼에게는 적지 않은 금액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례도 마찬가지다. 롯데슈퍼가 마음만 먹으면 물건을 구입한 사람의 대다수를 알 수 있다. 구매금액을 적립해 주는 포인트 카드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서는 돈을 더 낸 고객을 찾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고 본다.

사정이 이렇다면 롯데슈퍼 이용고객은 앞으로 자신의 권리를 스스로 찾아야 할 것 같다. 특히 수요일에 롯데슈퍼에서 물건을 사는 고객은 영수증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가격표와 계산 가격이 다른 경우의 수가 가장 많은 날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잘못에 대한 보상규정도 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잘못 계산된 영수증을 제시하면 보상차원에서 차액과 함께 3,000원을 준다”고 말한다. 고객에게 끼친 불편을 금액으로라도 보상하기 위해서다. 좋은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에도 문제는 있다. 잘못된 금액을 그날 발견해야 한다는 것. 하루가 지나면 오류를 발견해도 ‘꽝’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로 돈을 주는 계산대에 있는 종업원들은 이러한 규정이 있는지조차 잘 모르는 것 같다. 따라서 돈을 더 낸 고객이 찾아오면 그 차액만 지불하고 있다. 규정에는 분명히 차액과 함께 3,000원을 보상하도록 명시되어 있다.

이제부터라도 롯데슈퍼를 이용하려면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계산 오류 및 보상금 등 모두 스스로가 챙겨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