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에 의해 체내로 유입된 산소는 세포에서 영양소를 연소시켜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사람은 호흡을 멈춘 채 3분 이상을 견디지 못한다. 그런데 호흡에 의해 체내에 들어 온 산소의 95% 정도는 에너지를 만드는 생명활동에 사용되지만 나머지는 여러 요인에 의해 '활성산소'라는 이름의 또다른 형태와 역할의 산소로 변환된다.
활성산소는 일정시간 동안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물질이며, 에너지가 많이 함유되어 있고 반응성이 아주 강하다. 이 활성산소는 체내에서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활성산소는 원래 우리 신체가 유해한 물질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군대와 같은 역할을 하도록 만들어진 물질이다. 외부에서 세균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우리 신체는 그것들을 잡아먹는 기능을 하는 백혈구를 다량 생산하여 대응을 한다. 이 때 활성산소는 백혈구와 함께 유해물질을 없애는 신체방어군 역할을 한다.
하지만 활성산소가 과도하게 만들어지면 여분의 활성산소는 침입한 외부의 적과 싸울 뿐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한 세포를 공격한다. 이에 생체세포는 손상을 입어 파괴되고 여러 효소기능이 저해되어 세포가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활성산소는 세포막을 구성하는 지질성분을 공격하여 과산화지질을 만든다. 과산화지질은 세포와 세포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도록 하여 질병을 일으킨다. 과산화지질이 혈관벽에 부착되면 혈류를 손상시켜 동맥경화 협심증 등 심장관련 질환이 생기게 된다. 나아가 활성산소는 암을 유발하고 DNA를 공격하여 다양한 돌연변이가 일어나게 하며, 관절염 백내장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활성산소는 체내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물질이지만 외부 요인에 따라서 생성량은 달라진다. 활성산소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요인으로 오염된 공기, 담배연기, 환경호르몬, 스트레스, 자외선, 방사선, 중금속, 미세먼지 등이 있다. 이 중 현대인에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로 심한 자극을 받거나 흥분하게 되면 '카테콜라민'이란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혈액의 흐름을 빠르게 하며 심박수를 높이고 심장근육을 수축시켜 혈압을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스트레스 요인이 제거되어 더 이상 카테콜라민이 필요없어지면 인체는 효소를 만들어서 이 호르몬을 분해시키는 데 이 과정에 다량의 활성산소가 만들어진다. 결국 스트레스는 우리 몸을 병들게 하는 활성산소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요인이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스트레스는 소리 없이 다가오는 살인자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환의 90% 이상이 활성산소가 원인물질이라고 할 정도로 활성산소는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심각한 물질이다. 그런데 다행히도 몸 안의 면역체계가 과잉 활성산소의 공격으로부터 인체를 방어해 준다. 하지만 영양부족 운동부족 감염 등으로 면역력이 저하되면 면역체계의 힘만으로 활성산소의 공격을 받아내기는 역부족이다. 이때 면역체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항산화 물질, 즉 항산화제다. 항산화제는 말 그대로 활성산소가 우리 몸을 산화시키는 것을 막아주는 물질이다.
항산화제로 알려진 것은 비타민과 미네랄 및 천연물질 호르몬 등 다양하지만 비타민이 주를 이룬다. 비타민 중에서도 비타민C와 E가 대표적인 항산화제이다. 비타민E는 기름에 녹는 지용성이며 α-, β-, γ-토코페롤 등 여덟 종류의 토코페롤이 있다. 이 중 α-토코페롤의 활성이 가장 크다. 비타민E는 불임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비타민E의 가장 중요한 생리적 기능은 '항산화기능'이다. 비타민E는 매우 강력한 환원력이 있어서 활성산소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그래서 활성산소가 세포막을 산화시켜 세포를 파괴하는 것을 방지하므로 노화와 각종 질병을 방지할 수 있다.
비타민E가 많이 함유되어 있는 식품은 곡류의 배아 종실유 콩류 푸른잎채소(시금치 양상추 셀러리 파슬리 순무잎 등) 마요네즈 등이다. 특히 이 중 옥수수기름 콩기름 참기름 면실유 등 식물성 기름 100g에는 각각 100mg, 101mg, 423mg, 91mg의 토코페롤이 들어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체내에서 발생하는 활성산소에 대항할 능력이 줄어든다. 따라서 노화가 촉진되고 질병에 감염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이 때 비타민E 등 항산화제가 충분히 든 식품을 섭취해 주는 것은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이 된다. 나이가 들수록 다양한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 항산화제가 든 비타민제를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의과학대 입학홍보처장·식품과학계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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