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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그룹 새해 키워드는 ‘글로벌 경영’

곡산 2008. 1. 6. 18:43
5대 그룹 새해 키워드는 ‘글로벌 경영’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는 한국 기업을 대표한다. 5대 그룹의 총자산은 350조원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총 62개 기업집단)의 총자산 979조원의 35%에 달한다. 1위 그룹인 삼성만 놓고 봐도 자산 129조원에 계열사 수 59개.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외화만 해도 600억달러에 이른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이른다. 5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이들 기업에 문제가 생기면 곧바로 한국 경제에 충격을 준다.

이런 점에서 5대 그룹이 새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또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새해에는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기업의 사업 환경 또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 달러 약세 등 만만치 않은 환경이 앞에 놓여 있다. 좁게는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있는 샌드위치 신세를 탈피해야 한다. 재계 총수들의 관심 또한 기업가치를 높이고, 신성장동력을 찾는 데 모여있다. 10년 혹은 20년 뒤 먹고살 수 있는 신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인력확충과 기술개발은 물론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5대 그룹의 새해 숙제를 통해 한국 경제의 모습을 들여다본다.



삼성그룹
특검 사태 잘 풀려야

삼성은 1월 2일 그룹 차원의 시무식을 열지 않는다. 해마다 1월 9일이면 열리던 이건희 회장의 생일 축하 행사도 갖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정기인사는 물론 신년 사업계획조차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래저래 삼성은 새해부터 ‘어수선한’ 분위기다. 전 그룹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각종 의혹 제기 이후 특검에 이르기까지 자칫 신년 초가 삼성에는 ‘시련의 시기’로 남을 만하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사업계획 발표가 예년보다 늦어질 수 있다”면서 “그동안 기존 구조조정 작업을 마무리 짓고, 추진해오던 신성장동력 찾기에 집중할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동안 꾸준히 펼쳐왔던 삼성생명, 삼성전자, 삼성SDI 등에 대한 사업 인력 구조조정을 지속한다는 설명이다.

투자 규모 25조원 예상

삼성의 경우 새해 경영방침을 2007년과 같은 ‘창조적 혁신과 도전’으로 삼고 있다. 신수종 발굴과 글로벌 M&A 등에 역점을 둔다는 것. 삼성그룹의 새해 투자 규모는 애초 25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투자 규모는 2005년 20조원, 2006년 20조9000억원, 2007년 22조6000억원으로 해마다 늘어났다. 하지만 특검 사태로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수준의 투자를 유지할 전망이다. 메모리반도체, 휴대전화, 디지털TV 등에 이은 새 수익원 발굴에는 대규모 투자를 할 방침이기 때문.

특히 홈네트워크와 로봇, 에너지 사업 등은 적극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비메모리반도체와 프린터 분야에서 큰 폭의 매출 신장을 기대하고 있다.

윤종용 부회장은 “신성장사업인 프린터와 시스템LSI 부문의 매출을 2009년까지 100억달러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밝혔다.

그룹 전체적으로는 지금까지 오너, 전문경영인, 전략기획실로 이어지는 3각 편대식 경영에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구조조정본부를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꾸며 이미지 개선에 나섰지만, 비자금 의혹으로 인해 과거 그대로란 평가를 받게 됐다. 따라서 전략기획실 기능 조정과 계열회사 독립경영 강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또 비자금 의혹과 특검으로 인한 부정적 보도가 기업 이미지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보고 존경받는 기업 이미지 구축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수년 동안 그룹의 숙제였던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의 경영권 승계 문제는 특검 사태로 인해 당분간 힘들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
고급차 이미지 구축

삼성이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상대적으로 홀가분하다.

정몽구 회장이 앞장선 여수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데다, 비자금 사태와 장기 파업 등 그동안 회사를 괴롭히던 악재에서도 벗어났다.

현대차 관계자는 “2007년 10년 만에 파업이 없었고, 여수엑스포 유치 성공 등으로 회사 분위기가 좋다”면서 “새해에는 글로벌경영 안착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 측이 내세우는 새해 경영 화두는 해외 시장 판매 확대와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구축이다. 회사 측은 글로벌경영 강화를 위해 해외 마케팅, 판매, 서비스망을 혁신적으로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새해부터 기아차 중국 2공장의 생산이 본격화되고 현대차 중국 2공장, 인도 2공장 등도 상반기 준공이 예정돼 있다. 또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생산 확대와 함께 중국에 신차를 투입, 중국 시장에서의 만회를 목표하고 있다. 이 밖에 현대차 체코 공장과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 등 글로벌 전략거점에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다.

자동차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의 주춤한 성장세를 효율적인 해외 생산 체제를 통해 만회한다는 전략이다.

기아차, 흑자전환 목표

현대차그룹은 새해 매출액을 110조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그룹 전체 매출의 5~6%를 투자한 점을 감안하면 새해 현대차그룹의 투자액은 6조~7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연구개발 투자액은 3조원을 넘어서 전체 투자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고급차 브랜드 강화 또한 당면 과제. 이를 위해 현대·기아차는 새해 럭셔리 차를 선보인다. 기아차 모하비와 현대차 제네시스.

이들 차종은 단순히 ‘품질이 향상된 고가 차’를 넘어 현대차와 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야심작이라는 점에서 이들 두 회사가 2개 차종에 거는 기대는 상당한 수준이다.

‘고급화’는 갈수록 격해지는 시장경쟁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모색하는 유일한 생존 방안으로 평가받는다. 고급차 출시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게 현대차 그룹 측의 전략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모하비와 제네시스가 성공할 경우 현대·기아차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흑자 전환이 과제다. 새해 3종의 신차를 통해 본격적인 흑자경영 체제로 재편한다는 게 기아차 측의 복안이다.

LG그룹
글로벌 시장 확대

“구조조정을 통한 실적 개선을 바탕으로 새해에는 글로벌 시장 확대에 역점을 둘 것이다.”

LG그룹 관계자가 밝히는 새해 경영 목표다.

2007년 LG는 그룹의 최대 과제였던 현금흐름 개선에 성공했다. 전자와 화학, 통신으로 이어지는 3대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 향상과 함께 휴대전화와 디지털TV, 에어컨 등 LG전자 주력 제품들의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LG그룹은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글로벌 마케팅과 신사업 강화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회사 측은 2007년보다 2조원가량 늘어난 10조원 정도를 신년에 투자할 계획이다. 주력 업종인 전자, LCD, 통신 분야에 투자가 집중된다.

구본무 회장은 틈만 나면 “실적 회복은 외부 변수의 영향이 크다”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계열사별로는 먼저 LG전자가 글로벌 마케팅과 신사업 강화에 적극 나선다.

휴대전화와 평판TV, 생활가전 등 기존 제품들의 고급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것. 2007년부터 지속돼온 생산효율성 극대화와 원가절감 노력은 그대로 지속된다. 3조원 중반대로 투자 규모를 늘려 휴대전화와 신사업을 강화한다는 것. 휴대전화의 경우 판매량 1억대 돌파를 목표하고 있다.

LG전자는 그동안 축적해온 에어컨 기술과 친환경 기술을 바탕으로 ‘에너지 솔루션’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영하 LG전자 DA 사장은 “에어컨 기술력과 에너지를 연계한 신사업을 발굴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에너지와 친환경 이슈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새 수익원을 창출하는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신사업 발굴의 일환으로 카인포테인먼트(Car Infortainment) 영역에 대한 개발을 지속한다.

LG필립스LCD의 경우 8세대 시설투자에 2조5000억원을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2009년 양산될 8세대 라인을 통해 차세대 LCD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나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정보전자소재 분야를 중심으로 2007년보다 10%가량 투자 규모를 늘릴 예정이다. LG텔레콤 또한 3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새해 투자액을 2007년보다 1000억원 늘어난 7000억원대로 잡고 있다.

신사업 진출을 통한 외형 확대

GS, LS그룹 등의 분리로 상대적으로 축소된 그룹의 외형을 키울 필요성이 생겼다. 건설사업 진출과 하이닉스 인수설 등이 지속적으로 회자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대형 기업의 인수합병을 위한 자금 마련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그룹의 주력 사업 중 하나인 통신 사업은 SK, KT 양대 강자 속에서 생존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가입자 기반 확대와 데이콤과 파워콤 합병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SK그룹
해외 투자, 실적 내야

“지주회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인 만큼 각 사별로 책임경영 강화와 함께 지속적인 경영성과가 날 수 있도록 시스템경영을 강화해야 한다.” 최태원 SK회장이 ‘제3의 창업’을 강조하며 내놓은 일성이다.

SK는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주력 계열사들의 수익구조를 모두 재편했다. SK에너지는 수출이 늘면서 화학 사업과 석유개발 사업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SK텔레콤 또한 무선인터넷 매출이 4분의 1까지 늘어났다. 최근엔 유선 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다. SK네트웍스 또한 매출구조가 자동차, 패션, 자원개발 등으로 다양화하고 있다.

새해에도 SK그룹은 글로벌 성장 전략에 따라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 중국 등 해외사자에서의 시장 확대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새경영 시스템 정착

SK그룹의 과제로는 대내적으로는 새 지배구조에 맞는 경영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꼽힌다. SK그룹은 수익 창출과 신규사업 추진 역량 강화를 위해 사업조직을 개편했다. 개편된 조직이 새해에는 실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최 회장이 줄기차게 강조해온 중국 등 글로벌경영 성과도 주목 대상이다. 지금까지는 투자를 중심으로 했다면 새해부터는 가시적 성과를 보여야 한다. SK텔레콤 또한 그동안 추진해 오던 해외 진출 작업의 결과물을 보여야 한다.

그룹 측에서 신수종사업으로 제시했던 해외 자원개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를 중심으로 8조원대 이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 잡았다. 지분투자 방식의 소극적 방식에서 직접 광산을 사서 개발하는 방식도 추진한다. 이 밖에 대체에너지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통신 사업 분야에선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하나로텔레콤 인수를 통해 SK텔레콤은 명실상부한 종합통신 미디어 업체로서의 위상을 갖췄다. 인수작업 마무리와 함께 IPTV, 무선인터넷 등을 통해 내보낼 콘텐츠 사업 확대도 과제다. 그룹 측도 콘텐츠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영화와, 영상, 게임 등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금융계열사 처리 문제, 최신원 SKC 회장 일가의 계열 분리 등도 새해 이슈다. 새해 SK그룹의 전체 매출 예상은 80조원대로 전망된다.



롯데그룹
VRICs 지역 투자 확대

소리만 컸지 실속은 없다던 롯데그룹의 인수합병 행보가 최근 무섭다.

대한화재를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할인점 업체 마크로 지분을 인수했다.

이뿐 아니다. 베트남에 대형마트 오픈을 준비 중이다. 지난 9월에는 러시아에 업계 최초로 백화점을 오픈했다.

이 같은 롯데의 행보는 VRICs(베트남, 러시아, 인도, 중국)를 발판으로 글로벌경영을 확대해간다는 신동빈 부회장의 구상이 있다. 이 지역에 대한 투자 확대를 통해 해외 사업 매출 비중을 확대해나간다는 전략이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롯데의 변화는 신세계와의 유통 경쟁이 한 원인이다.

백화점 사업이 정체된 상황에서 할인점 사업에 있어서 만큼은 3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유통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업계를 선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해외 진출과 신사업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유통과 함께 전통적인 사업부문인 식품 분야도 해외 시장 진출을 강화한다. 이미 진출한 중국 시장에서는 매출 증대에 힘쓰고, 인도를 비롯한 신규 해외 시장 진출도 박차를 가한다는 예정. 국내 유통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진출은 매출 확대를 위한 최대 과제인 셈이다.

이를 위해 롯데그룹은 4조원가량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2007년 그룹의 전체 투자액은 3조5000억원 규모였다. 롯데 측은 특히 해외 투자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글로벌경영 확대 방침 아래 VRICs 지역에 대한 투자 규모를 확대해나갈 것”이라 밝혔다.

유통 사업의 해외 진출과 함께 신규 사업진출도 적극적으로 모색 중이다.

신동빈 부회장을 중심으로 롯데는 금융사업 진출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 대한화재 인수에 이어 자산운용사 설립도 추진 중이다.

금융 사업 확장

롯데의 금융업 진출은 향후 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안정적인 안착을 위해서라도 성공이 필수적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디딘 신 부회장의 금융업에 대한 관심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자본시장 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보험, 증권 등 금융 사업에 대한 초석을 다져놓아야 한다.

지지부진한 잠실 제2롯데월드 건설 또한 2008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내놓아야 한다. 회사 측은 초고층 건물 건립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후 제2롯데월드를 다시 추진한다는 계획.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다.



[김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