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대형마트, 이제는 상생이다 | ||||||||||
갑을(甲乙)관계에서 `갑`의 속성에 비추어보면 `슈퍼갑`은 어딘지 모르게 을로서는 저항할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자체 브랜드(Private Brand 혹은 Private Label) 상품을 대폭 늘리고 있다. 이는 제조업체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이나 제조업자 개발생산(ODM)으로 납품받은 뒤 대형마트 브랜드를 달아 내놓는 상품이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달 새 PB상품들을 기존 상품보다 대폭 싸게 내놓았다. 예를 들어 이마트콜라는 코카콜라에 비해 40% 이상 값이 싸고, 이마트우유도 서울우유보다 20% 이상 싸다. 이마트는 이를 두고 가격혁명이라고 했다. 그런데 대형마트들이 PB상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잡음이 크다. PB상품 납품업체들은 대형마트의 가격파괴가 자신들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1000원짜리 물건을 700원에 팔려면 300원에 대한 가격인하 부담이 생기는데 납품업체들이 이를 책임졌다고 한다. 게다가 대형마트들은 기존 상품보다 높은 마진율을 PB상품에서 가져가고 있다. 이는 힘센 대형마트들이 나약한 납품업체들을 밀어붙여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슈퍼갑`이란 용어가 불거져 나온 이유다.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대형마트들은 `슈퍼갑` 아닌가. 힘 없는 우리들이 따르지 않을 재간이 없다"고 했다. 사실 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형마트들이 납품업체에 짐을 지우는 일은 흔하다. 납품업체 인력 공짜로 쓰기, 증정품ㆍ덤 제공 행사 요구 등등. 계약서에 없는 걸 시켜도 납품업체들은 꼼짝못하고 들어줘야 한다. 따지고 보면 적어도 몸집 면에서 슈퍼갑은 벌써 등장했다. 대형마트는 최근 몇 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그로 인해 식품ㆍ생활용품은 대형마트를 통하지 않고는 팔기 어렵게 됐다. 제조업체의 종속이 진행된 것이다. 지금도 제조업체들은 대형마트 진열대를 한 자리라도 더 얻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물론 대형마트의 이 같은 권력확보와 이로 인한 가격파괴가 가져오는 긍정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우선 소비자들은 가격인하 혜택을 얻고 있다. 제조업체들은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통해 대형마트의 가격인하 요구에 대응한다. 그 덕에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물건 값에 낀 거품도 걷어졌다. 그럼에도 대형마트가 냉혹한 슈퍼갑으로만 존재한다면 진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없거니와 소비자 인심도 얻지 못할 것이다. 혹시 제조업체들이 낮은 가격에 대기 위해 저품질 원료사용 유혹에 빠지게 된다면 장기적으로 해당 산업은 물론 소비자에게도 득이 되지 않는다. 월마트의 창업주 샘 월튼은 생전에 낭비를 끔찍이 싫어했다. 그는 1달러를 아낄 때마다 경쟁에서 한 걸음 앞서게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집무실 전화기가 교체된 사실을 알고 멀쩡한데 왜 그랬느냐며 비서를 꾸짖은 일화도 있다. 기업가 정신의 권위자인 진 랜드럼 박사가 쓴 `기업의 천재들(Entrepreneurial Genius)`이란 책을 보면 샘 월튼은 "당신의 수익을 모든 협력사와 공유하라. 그리고 그들을 협력자로서 대하라"는 목표를 갖고 있었다. 이를 보면 월튼은 내부 비용절감이 경쟁력의 밑거름이라는 지론을 펼쳤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납품업체와의 상생협력을 핵심 경영철학으로 삼았다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 국내 대형마트들이 흘려버릴 대목이 아닌 것같다. 세상에는 수많은 갑을관계가 있다. 대개 갑은 강자고, 을은 약자다. 그럼에도 갑과 을은 나름대로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한다. 자기 몫만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을 인정한다. 그런 게 세상사다. [유통경제부 = 진성기 차장 gojin@mk.co.kr]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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