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뉴스

일본, 수백년 역사 전통떡까지 ‘불량’ 충격

곡산 2007. 11. 1. 09:13
일본, 수백년 역사 전통떡까지 ‘불량’ 충격
제조일자 속여 판매… 빵·고기 이어 또 스캔들
국민들 “추억의 식품마저… 믿고 먹을 게 뭐냐”
박민선 기자 sunrise@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입력 : 2007.11.01 01:01
‘추억의 식품들’에 대한 일본인들의 믿음이 무너지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업체들이 불량 재료를 쓴 것으로 드러나는 등 식품안전 문제가 속출하자, 이들이 만든 제품에 얽힌 일본인들의 추억까지 더럽혀지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이 31일 보도했다.

31일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伊勢)시의 특산품 ‘오후쿠’ 떡이 제조일자를 속인 사실이 드러났다. 역시 이곳 특산품인 ‘아카후쿠’ 떡을 생산하는 ‘아카후쿠’사가 팔다 남거나 냉동한 떡을 다시 포장해 제조일자를 위조한 것이 밝혀져 생산을 중단한 지 10여일 만이다. 31일 ‘아카후쿠’ 대신 ‘오후쿠’ 떡을 사러 들렀던 관광객들은 상점 앞에서 또다시 발길을 돌려야 했다.

1707년 창업한 아카후쿠는 올해로 꼭 300주년을 맞았다. 2차 대전을 제외하고 이곳이 생산을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인들은 특히 ‘이세 신궁’과 연관이 있는 아카후쿠 떡의 몰락에 충격을 받고 있다. 신궁은 태양을 상징하는 여신을 모신 곳으로, 과거 일본인들은 이 신궁을 생전에 한 번이라도 다녀가는 것을 의무로 여겼다. 이 때문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아카후쿠 떡을 사가면서 아카후쿠는 사세가 일취월장했다.

지난 1월 제과업체 후지야는 유통 기한이 지난 슈크림빵을 판매했다. 1910년 창업한 후지야의 딸기 쇼트케이크는 30대 일본인들의 어린 시절 생일잔치에 단골로 등장했던 품목. 메이지가쿠인 대학의 시미즈 아키라 교수는 “일본인들에게 (전통이 오랜) 식품은 생일 선물이나 출장에서 돌아온 아버지의 선물 같은 행복한 기억과 연관돼 있다. (식품) 스캔들에 휘말릴 때, 사람들은 행복한 기억이 부정되는 듯한 기분을 갖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0일 아키타현의 특산품인 ‘히나이 닭고기’를 생산하는 식품 가공업체 ‘히나이도리’가 알을 낳지 못하는 닭(폐계)을 고급 닭인 것처럼 속인 사실이 드러났고, 올 8월에는 ‘하얀 연인’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초콜릿을 생산하는 삿포로(札幌) 이시야 제과가 반품된 제품의 유통기한을 1개월 늘려 다시 출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해 역사가 깊은 업체들이 대부분 가족 경영을 해왔기 때문에 자정 능력이 미흡한 데다 신생업체가 늘어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