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단독] “중소업체 다 문 닫을 위기” 관세청-농식품부의 ‘설탕 전쟁

곡산 2026. 8. 4. 07:34

[단독] “중소업체 다 문 닫을 위기” 관세청-농식품부의 ‘설탕 전쟁’

전다현 기자입력 2026. 8. 4. 07:04
관세조사가 수입 설탕 업계를 겨냥하면서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관세청이 농식품부 지침 아래 16년간 유지돼온 수입 방식을 ‘가장거래’로 의심해 조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입 설탕 회사들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 관세청의 고강도 관세조사가 원인이다. 2월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할당관세 악용 업체를 엄정 조치하라’고 지시한 것과 맞물려 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물가 등 민생 현안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관세 인하 조치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물가안정을 위해 특정 품목의 관세를 낮춰 싸게 공급하도록 조치했으나, 수입허가를 받은 업체들이 이를 저렴하게 들여온 뒤 기존 가격으로 판매하며 부당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2월27일, 관세청은 2월9일부터 할당관세 악용 의심 업체에 대한 고강도 관세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설탕 품목도 포함됐다. 관세청의 칼날이 향한 곳은 해외에서 설탕을 들여오던 중소 수입업계였다. 관세청은 현재 조사 대상인 주요 수입 설탕 3개사(비앤아이글로벌, 씨에스엠, 넥스트랜드)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를 내지 않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에게 ‘관세포탈’ 혐의를 적용할 경우 예상 추징액만 약 200억원, 수입업계 전체로는 1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설탕 공장에 쌓인 정제당. 원당 정제 인프라가 없는 설탕 회사들은 정제당을 수입한다. ⓒ최숭기 제공

국내 설탕 시장은 몇몇 기업이 과점하는 구조다. CJ제일제당·삼양사·대한제당 등 제당 3사의 과점이 장기간 유지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2024년 3사의 내수 판매량 기준 점유율은 약 89%다.

이 구조는 관세가 만들었다. 국내 설탕 산업은 가공된 설탕을 국외에서 들여오기보다 원재료인 원당을 수입해 국내에서 가공하는 형태로 굳어졌다. 원당의 기본관세율은 3%인데 완제품인 정제당은 30%다. 게다가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수입한 원당이 협정세율 품목일 경우 관세는 0%다. FTA 체결국에서 원료를 들여와 국내에서 가공하면 관세가 없고, 설탕 완제품으로 들여오면 30%를 내야 한다.

문제는 원당을 정제하는 데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실질적으로 대기업만 가능한 산업이다. 지난 2월1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4년간 설탕 가격을 담합한 제당 3사에 역대 두 번째 규모인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관세가 고율이라 진입장벽이 높은 설탕 시장의 특성을 악용해 제당사들이 담합을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대기업 과점을 방지하기 위해 2010년부터 설탕 품목에 도입한 장치가 할당관세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량의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는 관세율을 한시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제도다. 2026년 기준 수입 설탕에 대한 기본세율은 30%이지만, 12만t까지는 5%의 할당세율이 적용된다. 국내 제당업체 중심의 과점 구조를 완화하고 설탕 가격 안정을 유도한다는 취지였다.

대기업 과점 견제하는 할당관세

최숭기 한국수입설탕협회장은 이번 관세청 조사의 대상 기업인 비앤아이글로벌 대표이기도 하다. 최 협회장은 “수입 설탕 판매는 수익이 크지 않은 사업이다. 관세 30%를 내고 수입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마이너스 수익을 보면서 사업할 이유가 없으니 대부분 할당량 안에서만 수입해왔다”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는 매년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총량을 정한다. 설탕에 대해선 2025년에 10만t, 2026년에 12만t이었다. 5% 할당세율을 적용받으려면, 어느 정도의 양을 수입하든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의 위임을 받은 한국식품산업협회로부터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이 추천서를 가져간 회사는 364곳이다.

여러 회사가 추천서를 가져가다 보니 회사당 배정되는 할당량도 크지 않다. 반면 국제 설탕 시장의 거래 단위는 최소 1000t이라 소형 회사가 할당량에 맞춰 개별적으로 수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외국 회사와 직접 소통할 능력, 거래할 수 있는 인프라도 있어야 한다. 실제로 해외에서 설탕을 직접 들여올 역량이 있는 곳은 추천서를 가져간 회사의 10% 수준이라고 업계는 추산한다.

그래서 나온 합의점이 ‘B/L(선하증권) 양수도’ 방식이었다. 선하증권은 수입 물품에 대해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유가증권이다. 해외 거래 인프라를 갖춘 회사가 자신의 할당량을 초과한 설탕을 대신 사온 뒤, 통관 직전 물품 소유권(B/L)을 추천서가 있는 작은 회사들에 넘긴다. 추천서를 가진 회사는 자기 추천서로 관세를 감면(할당세율 적용)받아 통관을 마친다. 통관이 끝나면 당초 설탕을 들여온 큰 회사가 이를 다시 사온다. 이 과정을 통해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낮은 관세율로 많은 물량을 들여올 수 있고, 추천서를 가진 작은 회사들은 거래수수료를 챙길 수 있다.

업계는 2010년부터 16년간 이어져온 업계 관행이라고 말한다. 관할 부처인 농식품부도 이를 알고 있었다. 한국식품산업협회가 발급하는 추천서 서식에는 명시적으로 ‘신청인’과 ‘수입자’를 적는 칸이 구분되어 있었다. 신청인은 추천서를 가진 회사, 수입자는 해외 거래 인프라를 갖춘 회사로 보면 된다. 세관 역시 신청인과 수입자가 달리 기재된 이 서류를 16년간 수리하며 통관을 허용해왔다.

추천서 기준을 강화해 실제 수입 능력이 있는 회사에만 추천서를 부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수도권에는 대부분 작은 회사들이 많다. 이 작은 회사들 역시 직접 설탕을 유통하거나 추천서를 통해 수수료를 챙기는 등 사업을 펼쳐왔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이런 방식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엄정 조치’ 지시와 맞물려 관세청이 돌연 이 관행을 문제 삼은 것이다. 관세청은 〈시사IN〉 서면 답변서에 “수입통관 단계에서 정상적인 물품 거래를 통한 B/L 양수도 신청은 당연히 정당한 행위이며 세관 업무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다만, 관세를 포탈할 목적의 허위 매매거래를 위한 수단으로 B/L 양수도를 하는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말하자면 관세청이 문제 삼는 것은 ‘B/L 양도→수입통관→재매입’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설탕을 사온 회사가 통관 직전에 B/L을 넘겼다가 통관이 끝나자마자 되사오기 때문에, 중간에 낀 회사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 실제로 물건을 소유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관세청은 이를 ‘가장(假裝)거래’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겉으로는 매매의 외형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소유권 이전이 이뤄지지 않은 거래를 뜻한다. 관세청이 최종적으로 이런 방식이 부정하다고 판단하면, 수입 능력이 있는 회사를 실질적 납세의무자로 삼아 기본관세와 할당관세의 차액을 물리게 된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는 관세청의 이번 조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법적으로 허용된 방식이자 정상적인 시장으로 보면서 계속 운영해왔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농식품부 부처 차원에서 반기를 들었다. 관세청의 조사가 계속되자 7월1일 한국식품산업협회를 통해 ‘설탕 할당관세물량 추천 및 수입관리 세부요령’을 개정 공고했다. 수입자와 추천서 보유자가 합의해 수입신고를 한 경우 양쪽 모두에게 추천서가 발급된 것으로 간주하고, 개정 전 건에 대해 소급 적용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기존 관행을 명문화한 것이다.

그러나 해당 세부요령은 현재 홈페이지에서 내려갔다. 농식품부는 관세청의 요청에 따라 임시로 공고를 내렸다며 해당 내용을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시사IN〉에 “이번 (농식품부) 세부요령은 법률의 위임이 없어 상위법인 관세법의 납세의무자 규정에 위배되며, 할당 추천 등 조세감면 규정은 조세법률주의에 따라 법률에 규정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업계와 정부를 넘어, 농식품부와 관세청의 판단이 정면으로 충돌한 셈이다.

최숭기 한국수입설탕협회장은 이번 관세청 조사로 수입 설탕 회사들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토로했다. ⓒ시사IN 박미소

“농식품부 믿다 망하게 생겨”

문제는 이번 조사로 인한 시장의 타격이다. 올해 정부는 설탕 할당물량을 12만t으로 늘렸으나, 관세조사 여파로 올해 상반기까지 물량의 절반도 들어오지 않았다는 게 농식품부 설명이다. 관세청 조사에 위축된 수입 회사들이 계약을 취소하는 등 설탕 수입을 전면 중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 방식으로 수입해온 업체들이 처벌 대상이 되면 사실상 수입 설탕 회사는 전멸한다. 결국 특정 기업의 과점이 더욱 공고해지고, 설탕을 원료로 쓰는 중소·영세 식품업체가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지난 2월12일 이재명 대통령은 업계가 “할당관세 혜택을 소비자에게 돌리지 않고 폭리를 취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숭기 협회장은 수입 설탕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0.1%가량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농식품부 관계자 역시 고환율 등으로 인해 수입 회사들이 사실상 손해를 감수하며 설탕을 들여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수입설탕협회는 관세청이 최종적으로 이 같은 수입 방식을 관세포탈로 판단해 추징할 경우 수입 설탕 회사들이 전부 폐업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또, 16년간 정부 지침과 세관 통관을 신뢰해온 민간업체에 소급해서 과징금을 물리는 방식은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반발한다. 최숭기 협회장은 “설탕 할당관세 추천 기준을 정하는 권한은 농식품부에 있다. 그동안 농식품부 지침에 잘 따랐는데, 지침을 따른 기업들이 전부 망하게 생겼다. 이게 맞나”라고 되물었다.

관세청도 고민이 깊다. 〈시사IN〉 취재 결과, 관세청 역시 해당 회사들을 관세포탈로 처분할 경우 제당 3사의 국내시장 장악과 가격담합 위험성이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결국 16년 동안 통용돼온 유통 방식을 두고 주무 부처와 과세 당국의 입장이 갈리면서 그 부담은 오롯이 민간의 몫이 된 형국이다. 농식품부는 부처 자체 검토도 진행 중이라며 관세청 의견을 포함해 현행 제도를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다현 기자 allhyeon@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