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미래…세계 슈퍼푸드 시장, '새 원료'보다 '전통 식재료' 재해석 경쟁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7.31 10:05
인도 밀렛·모링가 등 활용 고부가 산업 육성
소비자 말차·스낵·간편식 등 웰니스 제품 선호
국내 홍삼·해조류 등 트렌드 맞는 식품 개발을
세계 슈퍼푸드 시장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 한때는 페루의 퀴노아, 멕시코의 치아시드, 브라질의 아사이베리처럼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희소한 식재료를 발굴하는 것이 시장의 관심사였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식품산업은 '새로운 원료를 찾는 경쟁'에서 '각 나라의 전통 식재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경쟁'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건강과 웰니스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은 더 이상 낯선 원료 자체보다 오랜 시간 식문화 속에서 안전성과 친숙함을 인정받아 온 전통 식재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식품기업 역시 단순히 원료를 수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국의 전통 식재료를 간편식과 건강기능식품, 프리미엄 스낵 등으로 상품화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말차와 한국의 발효식품, 지중해 지역의 올리브와 병아리콩, 북유럽의 귀리, 그리고 인도의 밀렛과 모링가 등이다. 이들은 모두 오랫동안 일상에서 소비돼 온 식재료였지만, 현대 영양학과 식품기술을 만나 세계적인 웰니스 원료로 재탄생하고 있다.
인도, 전통 식재료를 미래 산업으로 육성
이 같은 변화 가운데 최근 주목받는 시장이 인도다. 코트라 첸나이무역관에 따르면, 과거 인도 슈퍼푸드 시장은 퀴노아와 치아시드 등 수입 원료가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밀렛(Millet), 모링가(Moringa), 마카나(Makhana), 아슈와간다(Ashwagandha) 등 자국 전통 식재료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는 단순한 소비 트렌드 변화가 아니다.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과 건강관리 수요, 가공식품 시장 확대가 맞물리면서 전통 식재료가 하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팬데믹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당뇨와 비만 등 대사질환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혈당 관리와 체중 조절에 도움이 되는 식품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통 식재료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탄수화물 대체재 ‘밀렛’이다. 밀렛은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곡물로 당뇨 환자의 대표적인 주식 대체재로 꼽힌다. 글루텐이 없고 혈당 지수(GI)가 낮아 식후 혈당의 급격한 상승, 즉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 껍질에 풍부한 식이섬유와 마그네슘이 인슐린 감수성 개선에 도움을 주며, 포만감을 오래 유지해 체중 관리 식단에도 널리 활용된다.
모링가도 천연 영양식품 원료로 성장하고 있다. 모링가 잎에는 칼슘, 철분, 비타민 등 90여 가지 영양소가 함유돼 있어, 고칼로리·저영양 식단으로 부족해지기 쉬운 영양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퀘르세틴과 클로로겐산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해 체내 활성산소를 줄이고 혈당 조절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대사증후군 환자의 식단에 널리 활용된다.
연꽃 씨앗을 팝콘처럼 튀겨낸 마카나는 인도에서 대표적인 건강 간식으로 자리 잡았다. 기름에 튀긴 길거리 간식을 대신하는 식품으로 저칼로리·저지방이면서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다. 나트륨 함량은 낮고 칼륨이 풍부해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되며, 항산화 성분인 켐페롤(Kaempferol)도 함유하고 있다. 이 같은 특성으로 건강과 체중 관리를 중시하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아슈와간다와 툴시, 암라 등 인도 전통 의학인 아유르베다에 뿌리를 둔 약용 허브들도 주목받고 있다. ‘인도의 인삼’으로 불리는 아슈와간다(Ashwagandha)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낮추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성한 바질’로 불리는 툴시(Tulsi)는 항염 및 호흡기 보호 성분을 함유해 대기오염이 심한 인도에서 건강 관리 식품으로 소비된다. ‘인도의 구스베리’라 불리는 암라(Amla)는 비타민 C가 풍부하고 항산화 성분을 함유해 면역 관리와 이너뷰티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원료'보다 '제품'이 경쟁력
인도 슈퍼푸드 시장의 변화에서 더욱 주목할 부분은 원료보다 제품 경쟁력이 중요해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밀렛이나 모링가 자체를 판매하는 것이 시장의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시리얼과 프로틴바, 그래놀라, 허브티, 기능성 음료, 프리미엄 스낵 등 다양한 브랜드 제품으로 소비가 이동하고 있다.
제품들은 고단백, 글루텐 프리, 무설탕, 클린라벨 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건강과 간편성을 동시에 원하는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현지 유통 현장에서도 이러한 변화는 뚜렷하다. 소비자들은 원재료를 직접 조리하기보다 밀렛 국수와 파스타, 마카나 스낵 등 즉시 섭취 가능한 제품을 선호하고 있으며, 아마존 인디아를 비롯한 퀵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브랜드를 비교·구매하는 소비 패턴이 확산되고 있다.
기업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스타트업과 대기업 모두 '전통 식재료'에 투자하고 있다.
실제로 Yoga Bar와 Slurrp Farm 등 스타트업은 밀렛 기반 간편식과 어린이 식품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Farmley는 마카나 스낵을, Kapiva는 아유르베다 건강기능식품을 앞세워 젊은 소비층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Tata Soulfull, Organic India, Dabur 등 기존 식품기업들도 시리얼과 건강음료, 허브티, 건강기능식품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며 시장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건강식품 시장 확대가 아니라 전통 식재료의 브랜드화와 산업화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 식품산업의 새로운 경쟁 공식
인도 사례는 글로벌 식품산업의 변화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슈퍼푸드 산업이 '희귀한 원료를 발굴하는 경쟁'이었다면, 이제는 '자국의 전통 식문화를 얼마나 현대적인 식품으로 재해석하느냐'가 경쟁력이 되고 있다.
즉, 경쟁의 대상은 원료 자체가 아니라 상품화다. 말차는 RTD 음료가 되고, 귀리는 식물성 음료가 되며, 병아리콩은 단백질 스낵이 된다. 인도의 밀렛은 프로틴바와 시리얼로, 모링가는 건강음료와 분말 제품으로 진화했다.
이처럼 전통 식재료는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간편식과 웰니스 제품으로 재탄생하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홍삼과 김치, 해조류, 발효식품, 들깨 등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전통 식재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원료나 전통식품 중심의 접근이 많다.
인도 사례가 시사하는 점은 분명하다. 경쟁력은 새로운 원료를 찾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전통 식재료를 세계 소비자가 원하는 형태로 재해석하는 데 있다.
'식품전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단독] “중소업체 다 문 닫을 위기” 관세청-농식품부의 ‘설탕 전쟁 (0) | 2026.08.04 |
|---|---|
| 주요국 및 글로벌 식품기업의 위조모방식품 대응사례 조사 (0) | 2026.08.04 |
| “술 아닌 라이프스타일 산다” 주류업계, 경계 허문 ‘체험형 마케팅’ 가속화 (1) | 2026.07.31 |
| [김현아의 아는 맛] 지역과 기업의 맛있는 동행…식품업계, 로코노미 마케팅 확산 (1) | 2026.07.30 |
| “동등한 대체재 없다”… 식물성 음료, 우유와 영양성분부터 달라 (0) | 2026.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