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전반

전쟁은 식탁까지 흔든다② : 식품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할 시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41)

곡산 2026. 6. 30. 07:29

전쟁은 식탁까지 흔든다② : 식품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할 시간-하상도의 식품 바로보기(441)

  •  하상도 교수
  •  승인 2026.06.29 07:46

일회성 사건 아닌 구조적 리스크의 예고편…공급망, 회복 탄력성 중심 재설계해야
식량안보 관점 다변화된 원료 조달에 핵심 품목 국내 생산 기반 유지해야

이란-미국 긴장은 더 이상 외교 뉴스의 한 장면이 아니다. 그것은 유가를 흔들고, 물류를 교란시키며, 결국 식품 가격과 안전으로 직결된다. 우리는 이미 여러 차례 이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품산업을 여전히 ‘가격 경쟁 산업’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현실 인식의 지연이 아니라 정책의 실패다.

하상도 교수(중앙대 식품공학부·식품안전성)

식품산업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를 지탱하는 전략산업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식량이 멈추면 산업이 멈추고, 산업이 멈추면 사회가 흔들린다. 에너지와 무기는 비축하면서 식품과 원료는 시장에 맡기는 구조, 이것은 효율이 아니라 취약성이다.

특히 우리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에서는 그 위험이 더 직접적이다. 곡물뿐 아니라 식용유, 단백질 원료, 각종 식품첨가물과 기능성 소재까지 공급이 끊기는 순간, 생산은 멈춘다. 식품산업은 더 이상 ‘가공 산업’이 아니라 ‘시스템 산업’이다.

문제는 지금까지의 접근 방식이다. 우리는 가장 싸고 빠른 공급망을 최적이라고 믿어왔다. 그러나 전쟁은 이 공식을 무너뜨린다. 위기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비용이 아니라 회복이다. 얼마나 싸게 조달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끊기지 않게 유지하느냐가 핵심이다. 따라서 공급망은 효율 중심에서 회복탄력성 중심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특정 국가에 의존하는 단일 구조에서 벗어나 다변화된 조달 체계를 갖추고, 일부 핵심 품목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전략적 내재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비용 증가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 비용이다.

식품 안전 역시 같은 맥락에서 다시 보아야 한다. 많은 기업이 여전히 안전을 규제 대응의 문제로 인식한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규제는 완화될 수 있어도, 안전은 완화될 수 없다. 오히려 원료 수급이 불안정해질수록, 대체 원료와 신규 공급선이 늘어날수록 위험은 커진다. 식품 안전은 기술이 아니라 여유에서 나온다.

여유가 사라지는 순간, 안전은 가장 먼저 흔들린다. 따라서 원료부터 소비까지 전 주기를 연결하는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 병원성 미생물과 생물막과 같은 미시적 위험을 사전에 제어하는 기술, 그리고 이를 중소기업까지 확산할 수 있는 표준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 식품 안전은 비용이 아니라 산업의 존속 조건이다.

이제 정책의 방향도 바뀌어야 한다. 그동안 식품 정책은 물가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안보’의 관점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공급이 끊이지 않는 구조, 그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서는 식품산업을 에너지나 반도체와 같은 수준의 국가 전략산업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세제·금융·규제 측면에서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동시에 곡물 중심의 비축 정책을 넘어, 고부가 식품소재까지 포함하는 다층적 비축 시스템을 설계해야 한다. 효소, 유화제, 미생물 스타터와 같은 소재 하나가 끊기면 공장은 멈춘다. 이것이 현실이다.

연구개발의 방향 역시 재정립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기능성과 트렌드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생존과 직결된 기술에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핵심 소재의 국산화, 저장성과 대체성을 고려한 제품 설계, 그리고 신속 진단과 리스크 예측을 포함한 안전 기술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결국 ‘잘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기술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생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기술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의 역할도 분명하다. 위기는 선언으로 대응되지 않는다. 원료 조달 구조를 재설계하고, 공급업체에 대한 검증을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 기준을 낮추지 않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것이 없다면 위기는 곧 사고로 이어진다. 그리고 식품에서의 사고는 단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이란-미국 긴장은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 반복될 구조적 리스크의 예고편이다. 우리는 이미 신호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위기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식품산업을 여전히 ‘싸게 만드는 산업’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국가를 지탱하는 산업’으로 재정의할 것인가.

답은 분명하다. 식품 안전과 식량안보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그리고 전략산업으로의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