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산업체 각종 심사 트렌드가 바뀌어야-C.S 칼럼(556)
- 문백년 부회장
- 승인 2026.06.29 07:40
1년에 수십 회 심사…심사 기관·기업에 비효율
부적합 판정보다 문제 해결하는 지도형 필요

식품 산업체의 각종 심사가 이제는 '평가'에서 '개선'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식품산업은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산업인 만큼 철저한 위생 관리와 품질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정부의 HACCP 인증은 물론 ISO, FSSC 22000과 같은 국제 인증, 할랄·코셔 인증, 그리고 대형 유통업체와 식품회사의 협력업체 평가 등 다양한 심사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심사는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고 식품 안전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제도임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식품기업, 특히 생산 현장에서는 최근 "심사를 위한 업무가 본업이 되고 있다"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1년 동안 받아야 하는 심사가 수십 회에 이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정부 인증심사를 비롯해 국제 인증 사후 심사, 거래처의 2자 심사, 해외 바이어의 실사, 고객사의 정기 평가까지 이어지면서 공장에서는 연중 심사 준비에 매달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심사의 양뿐 아니라 내용이다. 대부분의 심사 체크리스트는 200개가 넘는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부는 300개 이상의 확인 사항을 요구하기도 한다. 심사원과 기업 담당자는 하루 종일 체크리스트를 확인하고 기록을 검토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물론 체계적인 확인은 중요하지만, 지나치게 세분화된 항목을 기계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이 과연 식품 안전을 높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지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다.
심사의 본래 목적은 잘못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수준을 평가하여 위험 요인을 예방하고 기업의 수준을 향상시키는 데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몇 건을 지적했는가'가 심사의 성과처럼 인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기업은 개선보다 지적을 피하기 위한 문서관리와 형식적인 대응에 더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하게 된다. 이는 심사기관과 기업 모두에게 비효율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제 식품산업의 심사도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한다. 앞으로의 심사는 단순한 적합·부적합 판정보다는 현장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기술 지도형 심사로 발전할 필요가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심사위원이 생산공정을 직접 살펴보고, 즉시 적용 가능한 개선 방안을 제시하며, 작업자의 애로사항까지 함께 해결해 주는 방식이라면 심사는 기업에게 부담이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심사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생산공정, 품질관리, 미생물 관리, 설비, 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전문가가 참여할 경우 단순한 적합 여부를 넘어 실질적인 기술 지도와 개선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아울러 여러 기관과 거래처가 유사한 항목을 각각 반복 점검하는 현재의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 공통 평가 항목은 상호 인정하고, 기업별 특성에 맞는 핵심 위험 요인 중심의 심사 체계를 구축한다면 기업의 부담은 줄이고 심사의 효율성과 신뢰성은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전 데이터 분석과 비대면 문서 검토를 확대하고, 현장에서는 핵심 공정과 위해요소를 중심으로 심사하는 방식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식품 안전은 체크리스트의 개수가 아니라 현장의 실질적인 개선에서 완성된다. 심사는 기업을 평가하는 제도가 아니라 함께 성장시키는 제도가 되어야 한다. 이제 식품산업의 심사도 '지적 중심'에서 '개선 중심', '문서 중심'에서 '현장 중심', '평가 중심'에서 '기술지원 중심'으로 변화해야 할 때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질 때 식품기업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소비자는 더욱 안전한 식품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결국 우리 식품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가장 바람직한 심사 문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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