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영 식품업계, 가격 인상 카드 만지작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6.29 07:57
환율 1500선 넘어…물가 안정 동참 한계 봉착
커피·피자·치킨 등 외식 업종 가격 인상 들어가
원가 압박 속 가맹점 수익 등 보전 위해 불가피
중동전쟁 종식 불구 포장재 등 쉽게 안 내려
해외 투자 고환율로 직격탄…영업이익 큰 타격
“고환율·고금리·고유가·고물가 등 각종 대내외적 악재와 포장재, 에너지, 물류비,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지속 확대되고 있으며, 내수 부진과 수출 환경 악화까지 겹쳐 대다수 식품기업들은 비상 경영체제로 돌아선 상황입니다.”
지난 10일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열린 ‘중동전쟁 장기화 대응을 위한 식품업계 간담회’에서 업계 한 관계자는 이같이 호소하고,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가격 인상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려운 시기에도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동참하던 식품업계의 체력이 임계치에 이르렀다. 실제 중동전쟁이 장기화되며 포장재의 주원료인 나프타, 주류·음료 캔에 쓰이는 알루미늄 등의 가격이 폭등했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계육 가격 상승 등 각종 원·부재료 값이 급등했다.
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포장재의 주요 원료인 나프타 공급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작년 말 톤당 500달러 수준에서 730달러대로 상승했고, 알루미늄 캔, 페트병 등 주요 포장재도 올해 초와 비교해 약 25%가량 가격이 올랐다.
보통 포장재는 제조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포장재 가격이 오르면 전체 제품원가가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여기에 유지류, 밀, 설탕, 대두, 팜유 등 주요 식품 원룟값도 작년과 비교해 10% 이상 상승해 식품업계는 강력한 원가 부담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참석한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정부 눈치를 보느라 거센 원가 부담을 자체적으로 감내해 왔지만 원달러 환율까지 1500선을 넘어서며 이제는 한계치에 이르렀다. 가격 인상 외에는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커피, 피자, 치킨 등 외식업계는 가격 인상에 들어갔다. 심지어 고물가 시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고 알려진 패스트푸드 업계도 동참했다. 한국 맥도날드는 빅맥 등 35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4%, 버거킹은 와퍼 등의 가격을 평균 1.07%, 맘스터치는 싸이버거 등 평균 2.8%, 롯데리아는 평균 2.9%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업계에선 전쟁과 환율 등 외부 요인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 압박 속에서 가맹점의 수익 보전과 품질 유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유독 엄정한 잣대 속에 가격 인상 시 범법 행위를 한 것과 같은 여론이 조성돼 지탄을 받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중동전쟁이 사실상 종전되며 이제 식품업계 원가 압박도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이는 현장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 번 오른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코로나19 당시 원룟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엔데믹이 됐다고 즉각 반영되지 않았던 상황과 비슷하다. 포장재 가격이 안정화를 찾기 위해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환율이다. 식품업계 절대 방어선이었던 1500원대 선을 넘은 지 이미 오래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독 환율에 민감하다.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이익이 크게 늘어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국내 식품 대기업 상당수는 미국, 유럽으로 생산라인을 옮겨 현지 공장 증설과정에서 부채를 늘리며 고환율 직격탄을 맞게 됐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유지할 경우 기업 영업이익이 최대 20%까지 줄어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식품업계 가격 인상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누가 총대를 메느냐의 문제만 남았다. 정부도 국가별 인증 및 규제 대응, 물류 지원 확대 등 업계 경영 안정화 방안에 적극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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