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매운맛' 대박 터졌다…'불닭면' 대신 쓸어담는 '핫템'

미국과 동남아 일부 대형마트의 아시아 식품 코너에는 불닭볶음면 옆에 불닭소스가 함께 진열돼 있다. 라면으로 한국식 매운맛을 접한 소비자들이 치킨, 볶음밥, 감자튀김 등에 다시 활용하기 위해 소스 제품을 찾고 있어서다. 컵라면과 김, 냉동김밥처럼 완제품으로 소비되던 K푸드가 현지 식재료에 한국식 양념을 더해 직접 조리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 소스류 시장이 커지면서 K푸드 수출 전선도 라면과 김에서 소스류로 넓어지는 모습이다.
완제품서 ‘조리 도구’로
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2025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에 따르면 세계 소스류 시장은 2024년 1074억달러에서 2029년 1356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식품기업들은 불닭소스와 고추장 기반 양념, 떡볶이소스, 찌개·볶음 소스 등 활용도가 높은 제품군을 해외 시장에 확대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으로 쌓은 인지도를 불닭소스, 까르보불닭소스, 비건 불닭소스 등으로 확장하며 한국식 매운맛을 현지 식탁에서 반복해 쓰는 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도 고추장과 비빔장, 한식 양념류를 앞세워 해외 소비자를 겨냥하고 있다. ‘비비고’ 브랜드가 만두와 김치, 냉동밥 등 완제품으로 한식 인지도를 높였다면 소스류는 현지 식재료에 한식 맛을 입히는 역할을 한다. 대상 청정원은 고추장과 쌈장, 고기양념, 떡볶이소스 등 장류 기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샘표도 간장과 연두, 각종 한식·아시안 소스를 앞세워 ‘집에서 쉽게 내는 한식 맛’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소스류가 주목받는 이유는 활용 범위가 넓기 때문이다. 라면은 한 번 먹으면 끝나는 완제품이지만 소스는 고기와 면, 밥, 채소 등 현지 식재료에 반복해서 쓸 수 있다. 불닭소스는 치킨과 볶음밥, 감자튀김에 얹을 수 있고 고추장 소스는 바비큐와 샌드위치, 샐러드 드레싱으로 변형할 수 있다. 떡볶이소스도 떡뿐 아니라 면과 튀김류에 붙이기 쉽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품목도 매운맛과 조리용 소스에 집중돼 있다. 불닭소스와 캡사이신소스, 마라소스와 마라탕소스, 중식소스, 동남아소스, 김치양념소스 등이 대표적이다. 한식 찌개양념소스와 조림·볶음양념소스도 현재 시장성과 성장성을 함께 갖춘 품목으로 꼽힌다. 해외 소비자가 한국 음식을 완제품으로 사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조리해 먹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양념까지 수출하는 K푸드
K소스의 강점은 현지화가 쉽다는 점이다.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전통 장류는 낯설 수 있지만 이를 기반으로 만든 바비큐소스, 치킨소스, 볶음소스는 해외 소비자가 비교적 쉽게 받아들인다. 매운맛에 익숙한 동남아에서는 불닭·고추장 계열이, 바비큐와 치킨 소비가 많은 미국에서는 고추장 바비큐소스나 매운 치킨소스가 확장 가능성이 크다. 일본과 중국에서는 찌개양념, 볶음양념처럼 한 끼 조리용 소스가 붙기 쉽다.

국내 소비 흐름도 수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과거 소스류는 케첩과 마요네즈처럼 찍어 먹는 제품이 중심이었다. 최근에는 찌개양념, 조림·볶음양념, 파스타소스, 마라소스처럼 한 끼를 완성하는 조리용 제품으로 진화했다. 보고서의 소비자 조사에서도 소스류 시장에서 샐러드드레싱, 한식 찌개양념, 한식 조림·볶음양념이 경쟁력과 성장잠재력을 모두 갖춘 품목으로 분류됐다.
다만 과제도 있다. 해외 시장에는 하인즈, 헬만스, 기코만 같은 글로벌 소스 브랜드가 이미 강한 유통망을 갖고 있다. 한류에 편승한 저가 모방품이 먼저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있다. 보고서는 한류 영향으로 K푸드와 K소스 수요가 증가하고 글로벌 홈쿡 트렌드가 부상한 점을 기회로 꼽으면서도 글로벌 브랜드 공세, 모방품, 관세와 환율 리스크를 위협 요인으로 지적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소스류가 K푸드 수출의 다음 성장축이 될 수 있다고 본다.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라면과 김이 해외 소비자에게 한국 맛을 알렸다면 소스는 그 맛을 현지 식탁에 반복적으로 올리는 역할을 한다”며 “K푸드 수출이 완제품 중심에서 양념과 조리 솔루션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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