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옥 기자
- 승인 2026.05.26 19:08
심사위원 문정훈 서울대 교수, 2024 수상작 통해 본 글로벌 식품 혁신 키워드 제시

세계 식품시장에서 ‘혁신’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맛있고 건강한 제품만으로는 더 이상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기 어렵다. 소비자와 유통사, 외식업체에 어떤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지, 기존 제품과 다른 부가가치를 레시피·제조방식·패키징·마케팅 포지셔닝에서 어떻게 구현했는지가 혁신의 핵심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문정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지난 15일 프랑스대사관 김중업관에서 열린 'SIAL PARIS 2026' 프레스컨퍼런스에서 ‘SIAL Food Innovation Awards와 최근 트렌드’ 발표를 통해 SIAL Paris 혁신식품상이 바라보는 글로벌 식품혁신의 방향을 짚었다.
문 교수는 SIAL Paris 혁신식품상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날 발표에서 2024년 수상 제품을 중심으로 세계 식품산업의 변화 흐름을 설명했다.
SIAL 혁신식품상이 묻는 첫 질문은 명확하다. “소비자·유통사·식당에 전달하는 새로운 베네핏이 있는가”이다. 그 베네핏은 즐거움일 수도 있고, 건강이나 제형, 편의성, 윤리성일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제 제품 안에서 구현된 ‘새로운 가치’다.
문 교수는 “맛있다, 건강하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식물성, 비건, 저탄소라는 표현도 이제는 혁신을 설명하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기존 식품과 무엇이 다르고, 소비자의 식생활을 어떻게 바꾸며, 미래 시장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지가 평가의 핵심이다.
2024년 SIAL Paris 혁신식품상에는 1,600개 이상의 검증된 제품이 출품됐다. 이 가운데 500개 제품이 1차 선정됐고, 76개 제품이 최종 후보 명단에 올랐다. 이후 부문상과 특별상이 발표됐으며, 최종적으로 금·은·동 그랑프리 3점이 행사 현장에서 공개됐다. 2026년에는 9월 17일 부문상 및 특별상 수상작이 발표되고, 10월 17일 SIAL Paris 현장에서 그랑프리 3점과 공식 수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2024년 금상은 프랑스 Sabarot Wassner의 ‘PREPARATIONS FOR VEGETABLE CAKES’가 차지했다. 단백질이 풍부한 식물성 패티 믹스로, 물을 넣어 반죽한 뒤 8분 정도 조리하면 패티 형태로 즐길 수 있는 제품이다. 단순한 대체육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식물성 원료, 간편한 조리, 다양한 맛, 미식적 즐거움을 함께 구현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은상은 모리셔스의 ‘SUPER GREENS: MORINGA’가 받았다. 모링가에 민트와 사과를 더한 아이스 허브티로, 단백질·칼슘·비타민 등 영양소가 풍부하고 할랄 인증을 받은 건강 음료다. 전통적으로 활용되던 천연 소재를 현대적인 음료로 재해석했다는 점, 아프리카 지역 식품의 가능성을 글로벌 무대에 보여줬다는 점이 주목됐다.
동상은 핀란드 KING KONJAC의 ‘ZERO-CARB SUSHI BITE’였다. 쌀 대신 곤약쌀을 사용한 탄수화물 제로 스시 바이트로,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초밥이라는 익숙한 식문화를 저탄수·고식이섬유 제품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건강 트렌드의 변화를 보여준다.

2024년 수상작을 관통하는 첫 번째 키워드는 ‘자연스러운 대체소재’다. 과거 대체식품은 동물성 원료를 식물성 원료로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이제는 얼마나 자연스럽고 맛있게 구현했는지가 중요해졌다.
네덜란드 Scelta Mushrooms의 ‘FUNGIBLE’은 버섯 기반 지방 대체제로, 맛과 식감을 유지하면서 지방 함량을 낮출 수 있는 중간가공 소재다. 식물성 단백질 제품의 약점으로 지적돼온 풍미와 입안에서 녹는 식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푸드테크 소재의 진화를 보여준다.
두 번째 키워드는 ‘건강’이다. 다만 건강의 방향은 달라지고 있다. 단백질 보강이나 대체 단백질 중심에서 저탄수화물, 키토제닉, 기능성 천연물 활용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snEco의 ‘CRUNCHY DRIED CHEESE’는 100% 천연 치즈로 만든 크리스피 바이트로, 키토제닉 식단에 적합한 간편 스낵이다. 프랑스 ARBIOM의 ‘YUSTO’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감칠맛이 있어 소금이나 향신료 대신 사용할 수 있는 영양 효모 제품이다.
세 번째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기준은 한층 높아졌다. 단순히 비건, 저탄소, 친환경을 내세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수상작들은 부산물이나 푸드웨이스트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든 사례가 많았다.
프랑스 Coeur de Pom’의 ‘LES CONFISADES’는 설탕에 절인 과일의 추출물을 활용한 미세 스파클링 음료다. 당절임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활용했고, 색소나 보존제를 넣지 않았다. 한국 아워홈의 ‘GREEN LEAF KIMCHI’도 같은 흐름에 있다. 김치를 담글 때 주로 버려지는 배추 겉잎을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김치로, 글로벌 시장에서 김치의 차별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다.
네 번째 키워드는 ‘생활 속 미식’이다. 고급 식재료나 지역의 전통 요리를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제품들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노르웨이 VAAG Seafood의 ‘KING CRAB MEAT’는 고급 수산물을 가정에서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제품이며, 프랑스 Bordeau Chesnel의 ‘OUR FRENCH PULLED PORK OR CHICKEN’은 프랑스식 풀드 미트를 따뜻하게 또는 차갑게 먹을 수 있도록 구현했다.
포장 혁신도 중요한 흐름이다. 그리스 Enia Foods의 AEONS 브랜드 ‘PAPER BOTTLE’ 유기농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은 94% 재활용 판지로 만든 종이병을 적용했다. 유리병보다 무게가 가볍고 탄소 사용량을 줄였으며, 특수 라이너를 사용해 올리브오일 포장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문 교수는 2024년 SIAL Paris 혁신식품상 수상작을 통해 네 가지 흐름을 정리했다. 천연소재와 식물성 소재를 기반으로 한 자연스러운 대체소재, 저탄수화물·키토제닉·기능성 천연물을 활용한 건강, 업사이클링과 부산물 활용 중심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지역의 특산 음식과 요리를 가정에서 즐기는 생활 속 미식이다.

SIAL 혁신식품상은 단순한 시상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수상작은 SIAL Innovation 전시 공간에 소개되고, 이 공간은 바이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일종의 포털 역할을 한다. 방대한 전시장을 모두 둘러보기 어려운 바이어들은 혁신상 전시 공간에서 먼저 관심 제품을 확인한 뒤 해당 부스로 이동한다. 수상 이력은 행사 이후에도 기업의 글로벌 마케팅 자산으로 활용될 수 있다.

결국 SIAL 혁신식품상이 보여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이제 식품 혁신은 ‘새로운 원료’나 ‘새로운 기술’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실제로 느낄 수 있는 즐거움, 건강, 편의성, 윤리성의 가치가 제품 안에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됐는지가 중요하다. 글로벌 식품시장은 지금, 맛있는 제품을 넘어 ‘왜 이 제품이어야 하는가’에 답할 수 있는 식품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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