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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스킨도 적자인데"···밴루엔 상륙에 벤슨까지, 뜨거워진 아이스크림 전쟁

곡산 2026. 5. 15. 07:40

"배스킨도 적자인데"···밴루엔 상륙에 벤슨까지, 뜨거워진 아이스크림 전쟁

류빈 기자입력 2026. 5. 14. 22:44
밴루엔·벤슨 가세에 경쟁 격화
배스킨 1위 속 수익성 악화
콜드스톤 전철 밟나 촉각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 경쟁 현황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챗GPT가 구성한 그래픽 이미지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업계에 다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미국 뉴욕발 슈퍼 프리미엄 브랜드 '밴루엔(Van Leeuwen)'이 한국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한화갤러리아가 선보인 토종 브랜드 '벤슨(Benson)'도 공격적인 출점 전략에 나서며 시장 판도가 흔들리는 분위기다. 오랜 기간 이어져온 배스킨라빈스 중심 구도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기대와 함께 신중론도 적지 않다. 그동안 여러 해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들이 국내에 들어오며 주목받았지만 상당수는 장기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SNS 화제성이나 '해외 유명 브랜드'라는 상징성만으로는 한국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어렵다는 시각도 여전하다.

 

14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미국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 밴루엔과 마스터프랜차이즈(MF)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사업 준비에 착수했다. 최근 현장 운영 인력 채용에 이어 점장·매니저급 인재 확보에도 나서며 첫 매장 개점을 위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여름 성수기를 겨냥해 상반기 내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 가능성도 거론된다.

 

2008년 밴루엔은 2008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아이스크림 트럭 한 대로 출발한 브랜드다. 이후 스쿱숍 형태의 오프라인 매장을 확대하며 미국 전역으로 사업을 넓혔고, 현재는 100곳이 넘는 직영점과 1만개 이상의 리테일 유통망을 운영하고 있다. 인공 첨가물과 안정제 사용을 최소화하고 원재료의 풍미를 강조한 레시피를 앞세워 '슈퍼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이미지를 구축했다. 비건(데어리 프리) 제품군까지 갖추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밴루엔·벤슨 가세···프리미엄 시장 재점화

국내에서는 한화갤러리아의 벤슨도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벤슨은 한화갤러리아 자회사 베러스쿱크리머리가 지난해 5월 선보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브랜드다. '재료 본연의 맛'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고급 원유와 높은 유지방 함량을 차별화 요소로 강조하고 있다. 유지방 비율은 최대 17% 수준까지 높이고 공기 함량은 일반 제품 대비 절반 정도인 약 40% 수준으로 낮춰 보다 진하고 밀도감 있는 식감을 구현했다는 설명이다.

 

벤슨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공략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시장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압구정로데오와 서울역, 청량리역, 스타필드 수원, 갤러리아명품관 등 유동인구가 많은 핵심 상권에 잇따라 매장을 열며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이다. 동시에 SSG닷컴과 쿠팡, 배달의민족 B마트 등 주요 이커머스·퀵커머스 채널에도 제품을 공급하며 접근성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용산역과 잠실 롯데월드몰 등 대형 복합상업시설에서 팝업 매장을 운영하며 체험형 마케팅에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특히 벤슨은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브랜드 콘셉트와 방향성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며 업계 관심을 모았다. 단순한 디저트 사업을 넘어 프리미엄 식문화와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전략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국내 프리미엄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사업자는 SPC그룹 계열 비알코리아의 배스킨라빈스다. 배스킨라빈스는 전국 약 1750개에 달하는 매장망을 바탕으로 생활권 곳곳에 자리 잡으며 사실상 독보적인 접근성을 구축한 상태다. 단순 아이스크림 판매를 넘어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시즌 한정 메뉴, 캐릭터 협업 상품 등을 앞세워 생일·기념일 수요까지 흡수하며 시장 영향력을 키워왔다. 최근에는 인증샷과 릴스 등 SNS 소비 트렌드에 맞춰 시각적 요소와 체험형 콘셉트를 강화한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디저트'에서 '즐기는 콘텐츠'로 확장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시장 지배력과 수익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난다. 비알코리아는 2023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29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2024년에도 99억원 적자를 내며 2년 연속 적자 흐름을 이어갔다. 점포 수는 꾸준히 늘었지만 원유 가격과 인건비, 냉동 물류비 부담이 동시에 확대되며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줄어드는 시장···프리미엄 전략 통할까

시장 환경 역시 과거보다 녹록지 않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점 매출 규모는 2015년 약 2조원 수준을 기록한 이후 감소세를 이어가며 지난해에는 약 1조4000억원 수준까지 축소됐다. 10년 사이 시장 규모가 크게 줄어든 셈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이 구조적으로 '저가 소비 중심'에 가까운 점을 한계로 지목한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할인 행사 경쟁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 역시 정가보다는 프로모션 여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소비 패턴이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원재료와 유지방 함량을 높인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은 높은 가격대를 유지할 수밖에 없지만, 실제 구매 단계에서는 부담 요인으로 작용해 일상적인 재구매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커피와 베이커리, 케이크 등 대체 디저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 점도 변수로 꼽힌다. 과거 대표적인 간식 소비재였던 아이스크림이 최근에는 카페 디저트에 상당 부분 수요를 빼앗기고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과거 해외 브랜드들의 실패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저칼로리 아이스크림 브랜드 '헤일로탑(Halo Top)'은 2019년 한국을 아시아 첫 진출 국가로 선택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당시 미국에서 하겐다즈를 제치고 파인트 아이스크림 시장 1위에 올랐던 브랜드라는 점에서 업계 기대감도 상당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저칼로리·고단백 콘셉트는 화제성을 얻었지만 높은 가격과 물류비 부담, 일반 아이스크림 대비 약한 풍미 등이 반복 구매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후 국내 생산 체제로 전환했지만 결국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콜드스톤 크리머리 역시 대표적인 실패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된다. CJ푸드빌이 운영했던 콜드스톤은 매장에서 직접 아이스크림을 섞어주는 퍼포먼스형 콘셉트로 초기 관심을 끌었지만 장기적인 충성 고객 확보에는 실패했다. 특수상권 중심의 출점 전략과 높은 가격대, 이벤트성 소비에 머문 브랜드 이미지 등이 한계로 지적됐다. 이후 재진출에도 도전했지만 결국 시장 안착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은 반복 소비 구조가 관건"

업계에서는 국내 아이스크림 시장의 핵심 경쟁력이 결국 단순 제품력이 아니라 '일상 속 소비 구조'를 구축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해외 유명 브랜드이거나 고가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점만으로는 장기 생존이 어렵고, 접근성과 반복 구매, 브랜드 경험, 공간 연출, SNS 확산력 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익명을 요구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해외 화제 브랜드라는 사실만으로도 소비자 관심을 끌 수 있었지만 지금은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이 훨씬 세분화됐다"며 "결국 소비자들이 반복적으로 방문하게 만드는 브랜드 경험과 콘텐츠 경쟁력이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스킨라빈스처럼 압도적인 점포망을 갖춘 브랜드조차 적자를 이어가는 시장"이라며 "밴루엔과 벤슨이 새로운 프리미엄 수요를 만들어낼지, 아니면 또 한 번의 단기 유행에 그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터프랜차이즈(MF)= 해외 브랜드 본사가 국내 기업에 사업 운영 권한을 부여하는 계약 방식이다. 국내 기업은 브랜드 사용권과 매장 운영권을 확보해 현지 시장에 맞는 사업 전략을 펼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