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 아프리카등

EU PPWR 카운트다운…독일 현지는 이미 '속도전'

곡산 2026. 4. 19. 10:32
EU PPWR 카운트다운…독일 현지는 이미 '속도전'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4.17 07:55

8월 시행 앞두고 현지 선제적 대응…유통, 평가 기준 앞당겨 적용
포장 이행법 초안 제정…PPWR 수용·재활용 의무 주체 확대
PFAS 기준 충족에 BPA프리 적합성 선언서(DoC) 제출해야
단일 소재로 전환·퇴비화 기준 충족…유통사 계약 조건 명문화
수출 기업에 비용 등 부담…장기적으론 기술 우위로 수주 선점
 

2026년 8월 시행을 앞둔 EU 포장재 규정(이하 PPWR)이 독일 식품 유통 시장의 ‘거래 기준’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규정 발효 이전임에도 불구하고 현지 유통사들은 이미 공급업체 평가 기준을 선제적으로 상향 조정하며 사실상의 조기 적용에 들어간 모습이다. 특히 식품 접촉 포장재에 대한 과불화화합물(PFAS)과 비스페놀 A(BPA) 사용 금지 조치가 2026년 7~8월부터 적용되면서, 기준 미충족 제품은 시장 진입 자체가 제한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EU의 포장재 규제 변화는 우리 식품 수출 기업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퇴비화 인증, 단일소재 전환, BPA·PFAS 프리 대응은 이미 바이어의 핵심 선택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에 따라, 시험성적서와 DoC 등 증빙 확보 및 사전 검증을 서둘러야 수출 중단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PPWR는 단기적으로 비용과 행정 부담을 수반하고 있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과 인증을 선점한 기업에 시장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결국 이번 규제는 단순한 대응을 넘어 글로벌 표준 선점을 위한 전략적 투자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트라 함부르크무역관이 전한 PPWR 시행을 앞둔 독일 현지 상황을 재정리했다.

 

구속력 있는 PPWR… 8월 12일부터 본격 시행

2025년 2월 EU는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PWR)’을 발효하며 기존 지침(PPWD)을 전면 대체했다. 지침에서 규정으로 전환되면서 별도의 입법 없이 EU 27개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는 구속력이 부여됐으며, 2026년 8월 1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PPWR은 단순한 재활용 목표를 넘어 설계·제조·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포장재 전 생애주기 관리 체계를 도입한 고강도 규제다. 핵심은 △2030년까지 전 포장의 재활용 가능 설계 △재활용 등급제(A·B·C 3단계) 도입 및 재활용 가능 비율 70% 미만 시 포장 시장 퇴출 △플라스틱 포장재 재생 원료 최소 10~35% 의무화 △재사용·리필 확대 및 EPR 강화로 요약된다.

 

식품 산업과 직결되는 핵심은 유해 물질 규제다. 2026년 8월 12일부터 식품 접촉 포장재 내 PFAS 농도가 제한되며, 기준 초과 시 EU 시장 출시가 제한된다. 또한 7월 20일부터는 BPA 사용이 대부분의 식품 접촉 포장재에서 금지된다.

 

2026년 7~8월 규제 집중 시행은 기업들이 이미 2025년 내 설계 전환을 완료했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BPA 프리 포장재는 공급망 전환에 6~18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산성 식품(토마토 가공품, 어류 통조림 등)의 경우 대체 소재 개발이 기술적으로 까다롭기 때문에 선제 대응이 필수적이다.

자료: EU 집행위

PPWR의 새로운 요구 사항 수용한 독일 정부

독일은 PPWR에 대응해 기존 포장재 시스템과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별도의 국내 이행법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독일 연방환경부는 지난해 11월 17일 ‘포장법 이행법(VerpackDG-E)’ 초안을 발표했으며, 이 법은 현행 포장재법을 대체한다.

법률 전문지 글라이스 루츠(Gleiss Lutz)에 따르면, 해당 초안은 이중 시스템, 보증금 반환제, 다회용 풀 등 기존 인프라를 유지하면서 PPWR의 새로운 요구 사항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주요 변경 사항은 재활용 의무 주체의 확대다. 기존에는 일부 시스템만 중앙기관의 허가를 받으면 됐지만, 앞으로는 모든 제조자와 관련 시스템이 허가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2027년부터는 폐기물 감축 재원 마련을 위해 연간 1톤당 5유로를 납부해야 하며, 2028년부터는 액상 포장재 80%, 유리·종이·판지 90%, 플라스틱 75%(2030년 80%) 등 재활용률 목표가 단계적으로 의무화된다.

 

기대 반 우려 반… 예상 밖 ‘속도전’ 붙은 현장

PPWR을 둘러싼 독일 현지 반응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환경 분야에서는 이를 ‘순환 경제의 이정표’로 평가하며,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고 지속가능한 포장 시장을 재편할 계기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포장·식품 업계의 우려는 상당하다. 업계는 PPWR을 기존 일회용 포장 시스템에 대한 ‘중단 신호’로 해석하면서도, 다회용 포장재에까지 동일한 재활용 원료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독일식품산업연합회는 법률 초안에 대해 폐기물 감축 조직 설립 의무가 과도한 행정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제조자’ 정의가 현행 포장재법과 PPWR 간 상이해, 수입 포장재의 경우 이중 규제와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이는 동일 제품에 대해 수입업자와 해외 생산자가 각각 별도 의무를 부담하게 되면서, 등록과 분담금 납부가 중복되는 구조적 리스크에 대한 산업계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업계 내 평가가 엇갈리고 있지만 현장의 대응 속도는 예상보다 빠르다. 독일 식품 유통업계는 규정 시행을 기다리기보다 선제적으로 소싱 기준을 재정립하며 공급업체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2025년 9월 열린 뉘른베르크 포장 박람회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이 박람회의 핵심 이슈는 PPWR 대응이었다. 재활용 등급이 높은 소재 전환과 규정 적합성 입증 가능 여부 등 실무 중심의 대응 요건이 집중 논의되며, PPWR 준수가 포장재 소싱의 필수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한 PPWR 제9조에 따라 2028년부터 일부 품목에 산업용 퇴비화 기준이 의무화되었다. 하지만 업계는 원료 조달·라인 변경·인증 획득 등 긴 리드타임을 고려할 때 선제 대응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증 소재를 조기에 확보한 기업이 바이어 선택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현지 유통사들도 PPWR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공급망 관리에 나서고 있다. BPA 프리 DoC, PFAS 시험성적서, 설계 기준 충족 여부 등이 주요 요구 사항으로 포함될 전망이다. 이는 PPWR 준수가 단순 규제 대응을 넘어, 향후 유럽 시장 거래를 좌우하는 핵심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이는 제품보다 보이지 않는 증빙이 우선

독일 식품 유통 바이어들의 포장재 요구 사항은 크게 다섯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BPA 프리 적합성 선언서(DoC) 제출이다. 2026년 7월 20일부터 BPA 사용이 전면 금지되면서, 바이어들은 잔류량이 검출 한계치(1μg/kg) 이하임을 입증하는 시험성적서를 요구하고 있다.

둘째, PFAS 제한 기준 충족 증빙이다. 2026년 8월 12일부터 식품 접촉 포장재 내 PFAS는 개별 25ppb, 합산 250ppb, 총 50ppm 이하로 제한되며, 관련 시험성적서 제출이 거래의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셋째, 특정 품목에 대한 산업용 퇴비화 인증이다. 2028년 2월 12일부터 티백·커피백 등 투과성 음료 포장재, 과일·채소 부착 스티커, 초경량 비닐봉투(VLPCBs)는 산업용 퇴비화 기준을 의무적으로 충족해야 한다. 따라서 ‘OK Compost Industrial’ 등 공인 인증의 선제 확보가 요구된다.

넷째, 단일 소재(Mono-material) 전환이다. PPWR의 재활용성 등급 평가에서 다층·복합 소재는 낮은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이어들은 재활용 효율성 확보를 위해 단일 소재 사용 여부를 공급업체 선정의 중요한 잣대로 삼고 있다.

다섯째, PPWR 기준에 부합하는 패키징 설계다. 과대포장 금지와 빈 공간 비율 제한 등 기본 설계 요건 준수를 요구하며, 일부 유통사는 이를 계약 조건으로 명문화하는 추세다.

 

당장은 부담…경쟁력 확보 시 글로벌 안착 기회

EU 포장재 규제의 패러다임 전환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에 행정적·비용 부담을 가중시키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기업에 새로운 시장 진입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인증과 소재 전환의 선점이 곧 수주의 선점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빠르게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티백·커피백 등 일부 품목의 경우, 2028년 의무화 이전에 ‘OK Compost Industrial’ 등 공인 퇴비화 인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유럽 바이어 소싱 경쟁에서 결정적 우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단일 소재(Mono-material) 전환은 이미 실질적인 공급사 선정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어, 관련 솔루션을 보유한 국내 기업에는 새로운 시장 기회가 열리고 있다.

BPA·PFAS 프리 소재 전환과 객관적 증빙 확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다. 2026년 하반기 규정 시행을 앞둔 현재, 기업에 주어진 시간은 매우 제한적이다. 식품 접촉 포장재 수출 기업은 즉시 사용 소재의 유해물질 함량을 재점검하고, 미비할 경우 제3자 공인 시험성적서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규제 발효 직전 시험 수요 급증으로 성적서 발급 지연이 예상되는 만큼, 늦어도 2026년 상반기 내 모든 기술 검증과 서류 준비를 완료해야 시행 직후 수출 차질을 방지할 수 있다.

현지 수입 파트너와의 사전 점검 역시 필수적이다. 주요 유통사들이 자체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마련하고 협력사에 준수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수출 기업은 파트너와의 협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규제 대응 요청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기술 문서와 적합성 선언서(DoC) 관리 체계를 선제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EU 포장재 규제는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EU 대응 과정에서 축적한 친환경 포장 기술과 인증 역량은 향후 글로벌 시장 진출의 핵심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국 EU 포장재 규제 대응은 단순한 비용 부담이 아니라,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기회로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