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4.10 07:55
약재 106종 식품 원료 사용 허가에 저염 등 3減 캠페인 한몫
세대별 라이프스타일 달라 시장 재편…무설탕 등 클린 라벨 증가
K-건기식 발효 공법·이중 제형 강점…의료·요양 인프라 공략을
최근 중국 건강식품 시장의 패러다임이 ‘치료와 보양’ 중심에서 ‘일상적인 케어’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또한 ‘먹는 헬스케어’ 시장은 약 3700억 위안(한화 약 77조 7000억 원) 규모로 급성장하며,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하는 등 단순한 기능성식품 시장을 넘어 하나의 거대한 생활 소비 산업으로 확장되는 모습이다.

국가 전략 ‘식약동원’, 빗장 풀린 원료 시장
코트라 샤먼무역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건강한 중국 2030’ 전략의 일환으로 전통 의학 철학인 식약동원을 현대 산업으로 격상시키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원료를 개방했다. 중국 위생건강위원회(NHC)는 2024년 8월까지 지황, 당삼, 영지 등 총 106종의 약재를 일반 식품 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이는 식품 제조사에게 거대한 원료 라이브러리를 제공한 셈이다.
이와 함께 국무원은 ‘중국 식품 및 영양 발전 강요(2025~2030)’를 통해 품목 범위 확대와 함께 저염, 저지방, 저당을 뜻하는 '3감(三减)' 캠페인을 전 국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보양을 넘어 식약동원을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격상하려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한편 이제 건강식품은 ‘무엇을 넣었는가’만큼이나 ‘무엇을 뺐는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의지 못지않게 시장도 크게 활성화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모니둥차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온라인 판매액은 약 1266억 30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28.9% 성장했다. 특히 평균 구매 단가도 2023년 59.7위안에서 2025년 74.5위안으로 상승했다. 이는 가성비보다는 ‘확실한 효능’과 ‘브랜드 신뢰도’에 지갑을 여는 프리미엄 시장이 안착했음을 나타내고 있다.
‘보양식’의 해체…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전환
과거 중국 건강식품 시장은 중장년층 중심의 ‘보양식’ 구조였다. 그러나 현재는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기준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일례로, MZ세대는 ‘펑크 양생’이라는 독특한 소비 행태를 보인다. 불규칙한 생활을 유지하면서도 건강식품으로 이를 보완하려는 경향이다. 이들은 젤리, 구미, 음료 등 간편하고 맛있는 형태를 선호하며, 건강식품을 ‘간식처럼’ 소비한다.
반면 액티브 시니어는 관절·면역 등 기능성을 중시하면서도 디자인과 휴대성까지 고려한 프리미엄 제품을 선택한다. 고령층은 섭취 편의성과 안전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이처럼 중국 시장은 연령이 아닌 ‘생활 방식’을 기준으로 재편되고 있어, 기업으로서는 더욱 정밀한 타깃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2025~2026 메가 트렌드 : 클린 라벨과 경계 없는 콜라보
'맛있는 건강'을 향한 이종 교배, 즉 전통 약재 브랜드와 글로벌 식품 기업의 결합이 활발하다. '동아아교'의 아교 초콜릿, '장중의약'의 소화제 성분 함유 훠궈 베이스는 건강식품이 어떻게 식품의 영역으로 침투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또 소비자들의 선택이 깐깐해지면서 ‘클린 라벨’이 부상하고 있다. PwC 조사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의 92%가 초가공 식품을 기피한다. 따라서 ‘0설탕, 0방부제, 0트랜스지방’ 이 세 문구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만성질환에 민감한 중국인들에게 ‘저당’은 제품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었다.
인기 성분 및 히트 상품이 말하는 성공 공식
전통 강장 원료가 굳건한 가운데, 특정 증상 개선을 앞세운 '타깃 맞춤형 원료'가 급부상하고 있다.
모징둥차 데이터에 따르면, 수면·심신 안정 분야에서는 ‘산조인’이 수면 보조 핵심 원료로 각광받고 있다. 기혈 보충·체력 증진 분야에서는 ‘당삼’이 피로 회복 수요와 맞물려 286% 가파른 성장 기록을 보이고 있으며, ‘인삼’은 전통 강장 원료의 대표 주자로 여전히 인기가 높다. ‘황기’도 면역·기력 보강 이미지로 안정적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간 건강·컨디션 관리 분야에서는 ‘국화’가 간 해독 니즈 확대로 최대 수혜자가 되고 있으며, ‘생강’도 컨디션 관리용 스낵·음료 원료로 부상하고 있다.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 완벽하게 스며든 메가 히트 상품 세 가지도 주목할 만하다.
먼저, 350년 전통의 한약 브랜드 동인당이 론칭한 '지마건강'이다. 카페형으로 리브랜딩하여 구기자 라떼, 진피 라떼 등 허브 커피를 활용한 중서양식 음료를 판매하며 트렌디한 건강 관리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둘째는 아오웨이수가 출시한 '이정건' 음료다. 유리병에 인삼 한 뿌리가 통째로 들어간 RTD 음료로, 강렬한 시각적 임팩트와 재탕이 가능한 가성비를 앞세워 편의점에서 폭발적인 바이럴을 일으켰다.
셋째는 노금마방의 '흑임자환'이다. 탈모와 피로 해소를 겨냥해 초콜릿 트러플 형태로 만든 간식으로, 개별 포장과 저당 라인업 확장을 통해 2022년 기준 누적 온라인 판매량이 3억 5000만 알을 넘어서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중국 시장에서 성공한 제품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보인다.
첫째, 전통 원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이다. 인삼, 흑임자, 구기자 등 익숙한 원료를 활용하면서도 형태는 완전히 새롭게 바꿨다.
둘째, 기능성과 경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단순히 건강에 좋다는 메시지를 넘어서, ‘보이는 기능성’과 ‘재미있는 소비 경험’을 결합한다.
이는 중국 시장이 이제는 ‘효능 중심 경쟁’이 ‘경험 중심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K-건기식의 위상과 4대 진출 성공 전략
한국은 중국의 ‘기타 포장 무알코올 음료(HS 220299)’ 수입 시장에서 3년 연속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홍삼, 유자차, 알로에 음료 등이 현지에서 프리미엄 건강식품으로 확고히 각인된 결과다. 특히 독일과 일본이 역성장하는 가운데 거둔 성과라 더욱 값지다.
아울러 무역관은 한국이 현지 시장 점유율 1위를 이어가기 위한 4대 전략을 제시했다.
◇ CBEC 채널과 아포스티유의 기동성
중국 본토의 ‘보건식품(블루햇)’ 인증은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CBEC) 채널을 적극 활용하고, 일반 식품으로의 신속한 진입을 위해 아포스티유 인증을 활용한 행정 절차 간소화 전략이 유효하다.
◇ K-발효 기술 기반의 하이브리드 제품
중국 로컬 원료(인삼, 당삼 등)와 정면 승부하기보다 한국의 독보적인 발효 공법을 강조해야 한다. 특히 한 병에 정제와 액상이 함께 담긴 ‘이중 제형’은 기술적 격차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 B2B ‘의양결합’ 생태계 침투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요양 통합 인프라를 공략해야 한다. 고급 요양 시설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영양팩, 고령자 전용 연화식 등 B2B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 투명성과 시나리오 기반의 감성 마케팅
단순한 성분 나열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삶으로 들어가야 한다. 예를 들면 "관절이 약해 뚜껑을 열기 힘든 부모님을 위한 이지컷(Easy-cut) 스틱" 등이다. 또한 QR코드를 통해 원료의 산지와 제조 공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여 ‘K-컨기식’에 대한 프리미엄 신뢰도를 공고히 해야 한다.
14억 중국의 ‘먹는 헬스케어’ 시장은 더 이상 건기식 시장만이 아닌 일상 속 루틴과 습관을 설계하는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경쟁 기준 역시 변화하고 있다. 제품의 기능을 강조하는 시대에서, 소비 경험과 생활 속 활용 방식을 설계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따라서 K-건기식이 이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좋은 성분’만으로는 부족하다. 소비자의 하루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형태, 그리고 공감할 수 있는 소비 시나리오까지 함께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무엇을 파느냐’가 아니라, ‘어떤 습관을 만들어 주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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