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6.02.13 10:06
K-프로틴 음료, 식사 대용·운동 후 회복·다이어트에 활용
중국 본토로 11억6300만 불 수출 89%…중개 무역항 역할
F&B식당 구룡 등 중심 상권서 쇼핑몰·외곽으로 확산
한식, 고급 미식으로 재해석…대중식서 파인 다이닝 확장
K-푸드 수출에서 홍콩의 존재감이 달라지고 있다. 라면과 김치 중심의 한류 소비를 넘어, K-푸드는 현지 식문화와 유통 구조 속으로 깊숙이 편입되며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동시에 홍콩은 한국 식품 기업에게 ‘단순 수출 시장’이 아닌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되는 재수출 전략의 핵심 플랫폼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 SNS·미식·체험이 만든 K-푸드 확산 구조
코트라 홍콩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홍콩으로의 K-푸드 수출은 다소 감소했지만 인지도와 시장 내 존재감은 오히려 강화되는 양상이다. 이는 홍콩이 ‘판매 실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구조적으로 중요한 시장임을 시사한다.
홍콩 내 K-푸드 확산의 가장 큰 동력은 SNS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 콘텐츠 소비 구조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 사례에서 보듯, K-팝 아이돌과 셰프, 인플루언서가 노출한 콘텐츠는 현지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경험 욕구를 자극하며 빠르게 확산됐다. 이 과정에서 K-푸드는 더 이상 낯선 수입 식품이 아니라 ‘경험해야 할 트렌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또 스레드, 유튜브 등 SNS를 통한 후기·시식·방문 콘텐츠는 광고보다 신뢰도 높은 정보로 작용하며, 제품 인지도와 회전율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홍콩이 신제품 반응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시장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 ‘프리미엄 미식’으로 재조명되는 한식
현지서는 최근 K-푸드를 고급 미식 경험으로 재해석하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진다. 금융기관, 호텔,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셰프와 협업해 선보이는 요리 경연, 팝업 다이닝, 한정 메뉴는 K-푸드를 라면·떡볶이 중심의 대중식에서 파인다이닝 영역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실제로, 안성재 셰프가 초청된 HSBC의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나 에드워드 리와 협업한 DBS 홍콩의 미식·예술 결합 이벤트 등은 K-푸드를 ‘트렌디한 음식’이 아닌 ‘문화적 가치가 있는 콘텐츠’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K-푸드는 금융권 VIP 고객부터 일반 미식 소비자까지 폭넓은 접점을 확보하며 홍콩 미식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재수출 허브’로의 가치
홍콩이 한국 식품기업에게 중요한 이유는 소비 규모보다 연결성과 확장성에 있다. 홍콩은 무관세 체계와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인프라를 기반으로 중국 본토, 아세안, 중동을 잇는 가공식품 재수출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K-푸드 수출국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을 생각하면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홍콩의 가공식품 재수출 구조를 보면, 2025년 기준 중국이 최대 목적지로 재수출액은 11억6300만 달러, 전체의 89.4%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홍콩이 중국 본토로 식품을 공급하는 핵심 중개무역항으로서 역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아세안 국가와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중동 시장까지 연결되면서, 홍콩은 K-푸드의 재수출 거점으로 그 가치가 커지고 있다.
● 홍콩 K-푸드 시장 주요 트렌드
홍콩에서 K-푸드는 일상 식사, 간식, 건강 관리 전반에 걸쳐 소비되는 ‘라이프스타일 식품’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팝업스토어를 활용한 체험형 마케팅, 홍콩 현지 식문화와 K-브랜드간 콜라보레이션, 건강 트렌드에 부응한 K-식음료의 확대, 그리고 식당 입지와 형태의 다양화 등의 흐름이 나타난다.
◇체험형 마케팅의 일상화
최근 홍콩 주요 쇼핑몰에서는 K 관련 팝업스토어가 높은 집객 효과를 기록하며 대표적인 체험형 마케팅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K-푸드 브랜드들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한정 메뉴·굿즈·포토존을 결합한 복합 콘텐츠로 현지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설하고 있다.
예를 들면, 성수동 베이커리 브랜드 Milky Shop은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정관오 PopCorn 쇼핑몰에 해외 첫 공식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시그니처 제품인 '버터 샌드'는 성수동의 인기 기념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홍콩 팝업에서도 오픈 직후 긴 줄이 이어지며 SNS에서 높은 화제성을 확보했다.
K-팝과 협업한 팬덤 연계 마케팅도 활발하다. 농심은 에스파를 신라면 최초의 글로벌 앰버서더로 발탁해 지난 1월 홍콩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현장에는 포토존과 함께 멤버의 포토카드가 포함된 '신라면 에스파 스페셜 패키지'가 판매되었다. 또한 신제품인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라면 기계로 직접 조리해 시식할 수 있는 체험존도 운영했다.
이처럼 팝업스토어에서 K-팝과 K-푸드를 결합하는 전략은 팬들과 소비자를 동시에 유입시키며,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 제고와 제품 회전율 향상이라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현지 식문화와의 적극적 결합
K-푸드 브랜드들은 단순히 한국의 맛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홍콩 고유의 식문화와 접목하는 방식으로 현지화를 심화하고 있다. 이를 통해 K-푸드는 '특별한 날에 일부러 찾아가는 음식'에서 '동네에서 쉽게 접하는 친숙한 메뉴'로 변모하고 있다.
실제로, 현지 편의점 써클 K는 작년 10월 매장 내 조리 설비를 활용한 신라면 투움바 메뉴를 출시했다. 소비자들은 기본 라면에 카레 피쉬볼, 어묵 시우마이, 카레 돼지껍질 등 홍콩 길거리에서 친숙한 토핑을 추가해, '한국 라면으로 즐기는 카트 누들(cart noodle)' 스타일로 메뉴를 즐길 수 있었다. 해당 메뉴는 출시 직후 SNS에 빠르게 확산됐으며, 성공적인 현지화 사례로 평가받았다.
◇K-프로틴·헬시플레저 부상
피트니스, 체형 관리, 웰니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현지에서는 단백질 보충 제품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 K-프로틴 제품들도 ‘고단백·저당·유당 프리’ 등 기능성을 내세우며 기존 K-푸드 이미지에서 한 단계 확장된 건강 지향형 카테고리로 자리 잡고 있다.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2025년 홍콩 스포츠 단백질 제품 시장은 약 3200만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스포츠 영양 카테고리 중 가장 높은 소매 판매액이었으며, 전년 보다 약 10% 성장한 수치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한국의 건강음료 브랜드는 유통 전 채널에서 입점을 늘리고 있으며, 운동 직후 회복용, 간편 식사 대용, 다이어트 보조 등 다양한 소비 상황을 공략하고 있다.
이처럼 ‘헬시 플레저’ 트렌드와 맞물린 K-프로틴 음료의 부상은, K-푸드를 단순 간식·라면 중심에서 건강·피트니스 카테고리까지 확장시키며 홍콩 내에서 K-푸드의 기능성과 이미지 스펙트럼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외식 입지와 형태의 다변화
홍콩 내 한식 F&B 식당은 과거 홍콩섬과 구룡 등 현지 중심 상권에 집중돼 있었으나, 2024년 이후에는 신계 등 외곽 주거 지역과 쇼핑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상 속 K-푸드 접근성이 높아지고, 주거 밀집 지역에는 정육·식당형 매장이나 떡볶이·튀김 등 분식 기반의 간편식 음식점도 등장하며 소비층이 다양화됐다. 동시에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쇼핑몰에도 K-푸드 브랜드가 속속 입점해 외식 선택지가 넓어지고 있다.
이와 함께, 무인 라면 전문점 등 새로운 콘셉트의 K-푸드 매장은 도심을 넘어 외곽 섬 지역까지 진출하며 네트워크를 확대 중이다 특히 페리 객실 내 매장과 같은 이색 입점을 통해 이동 중 직접 라면을 조리해 즐기는 체험형 소비를 선보여 현지 언론과 SNS에서 큰 화제를 얻고 있다.
● K-푸드에 주는 시사점
현지 시장 전문가들은 “홍콩은 규제가 낮고 소비자 소득 수준이 높아 프리미엄·기능성 K-푸드에 적합한 시장”이라며, “품질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할 경우 중장기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홍콩은 더 이상 ‘매출 규모’만으로 평가할 시장이 아니다. 소비 트렌드의 실험 공간이자, 아시아 재수출을 위한 전략적 관문이다.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포지셔닝을 구축한 제품은 중국·아세안·중동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중국] 포켓사이즈(소포장), 식음료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 (0) | 2026.02.19 |
|---|---|
| [대만] 한국 치킨 브랜드의 대만 시장 현지화 전략 (0) | 2026.02.19 |
| [르포] “스캔 못 하면 굶어야 하나?”…지갑도 메뉴판도 사라진 상하이 식탁 (0) | 2026.02.12 |
| [중국] 마트 베이커리 시장 부상으로 산업 확대 (0) | 2026.02.12 |
| [중국] 식초 음료 시장 큰 잠재력 속 난관 봉착 (0) | 2026.0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