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6.02.04 07:56
농심, 먹태깡 맥주 안주로 ‘어른들의 과자’…미투 제품 촉발
꼬북칩 초코츄러스맛도 히트…‘글로벌 효자 상품’에 등극
포켓몬빵 ‘스티커 수집 광풍’…연매출 1000억 메가 브랜드
대한민국 제과 시장은 전쟁터다. 매일 수십 개의 신제품이 쏟아지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것은 극소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기이할 정도의 폭발적인 수요로 매대를 텅 비우게 만드는 ‘품절 대란’의 주인공들이 있다.
2014년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으로 시작된 ‘품절 대란’ 현상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산업 생태계로 자리 잡았다. 2014년 출시된 이 제품은 짭짤한 맛 일색이던 감자칩 시장에 ‘단맛’을 가미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공장을 24시간 가동해도 물량을 댈 수 없어 ‘인질 마케팅(끼워팔기)’이라는 신조어까지 낳았고, 2015년 한 해에만 12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한때 공장 증설 직후 인기가 식으며 ‘증설의 저주’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으나, 10년이 지난 지금은 연 매출 400억~500억 원대를 유지하는 탄탄한 스테디셀러로 생존했다. 현재 허니버터칩은 국내 감자칩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오리온 ‘포카칩’과 글로벌 강자 ‘프링글스’에 이어 점유율 3위를 기록하며 ‘빅3’ 체제를 굳건히 하고 있다. 이는 반짝 유행으로 사라질 것이라던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스윗 감자칩’이라는 독자적인 장르를 구축해 낸 결과다. 허니버터칩은 “유행은 식어도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후배 대란템들의 롤모델이 되고 있다.
시계를 조금 더 앞으로 돌려 2023년은 ‘어른들의 과자’가 시장을 주도했다. 농심이 국민 과자 ‘새우깡’의 후속작으로 출시한 ‘먹태깡’은 ‘가맥(가게 맥주)’ 트렌드와 결합하며 품귀 현상을 빚었다. 편의점 앱 재고 확인 기능을 통해 과자를 찾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보물찾기를 방불케 했다. 편의점 발주 제한은 물론,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정가의 몇 배로 거래되기도 했다. 현재 열풍은 다소 진정됐으나, ‘맥주 안주=먹태깡’이라는 공식을 확립하며 안정적인 매출 궤도에 올랐고, 이후 ‘노가리칩’ 등 유사 미투 제품(Me-too product)들의 출시로 이어졌다.
이보다 앞서 2022년, SPC삼립의 ‘포켓몬빵’ 재출시는 대한민국을 ‘스티커 수집 광풍’으로 몰아넣었다. 빵 맛보다 동봉된 ‘띠부띠부씰’을 구하기 위해 대형마트 앞에서 텐트를 치고 기다리는 ‘오픈런’이 일상화됐다. 이는 키덜트 문화와 리셀(재판매) 시장이 제과 산업과 결합했을 때 얼마나 파괴적인 위력을 갖는지 보여줬다. 이러한 열풍에 재출시 40일 만에 약 1000만 봉지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최근에는 ‘광기’에 가까웠던 오픈런은 사라졌지만, 연 매출 1000억 원대 규모의 메가 히트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이 같은 수집 트렌드는 최근 ‘KBO(프로야구) 카드’ 등으로 확산해 ‘수집형 간식’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같은 해 등장한 CU의 ‘연세우유 생크림빵’은 양산빵의 한계를 깬 사례다. 빵을 반으로 갈라 꽉 찬 크림을 인증하는 ‘반갈샷(빵을 갈랐을 때 크림이 가득한 모습)’ 유행을 선도했다. 2025년 기준 누적 판매 7700만 개를 돌파한 이 제품은 내수 시장을 넘어 대만, 몽골 등 해외 시장으로 뻗어 나가며 ‘K-디저트’의 수출 역군으로 성장했다.
‘연세우유 생크림빵’은 유통사(CU), 브랜드(연세유업), 제조사(푸드코아) 3사가 합작해 만든 결과물이다. 제조사인 푸드코아는 오랫동안 CU의 빵을 만들어온 협력사로 연세우유 생크림빵의 '반갈샷' 기술력을 구현해내며 '대박'을 터뜨렸다. 푸드코아는 독자 브랜드 '스웰리(Swelly)'를 론칭하여 몽골, 대만 등 2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저당(Low sugar) 생크림빵' 등 헬스케어 트렌드를 반영한 신제품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있다.
2020년 출시된 오리온 ‘꼬북칩 초코츄러스맛’은 허니버터칩 이후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스낵으로 평가받는다. 4겹 구조의 독특한 식감에 당시 유행하던 츄러스 맛을 입혀 출시 4개월 만에 1100만 봉지를 팔아치우며 자체 최고 매출 기록을 썼다. 당시 ‘꼬북칩’의 월 매출은 최고 67억 원에 달했다. 현재는 국내 열풍은 진정됐으나,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더 큰 인기를 끌며 ‘글로벌 효자 상품’으로 진화했다. 2025년 9월 기준 브랜드 글로벌 누적 매출이 5000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에선 스테디셀러로 안착시켰고, 해외에선 ‘과자 플랫폼’ 전략을 활용해 ‘마라맛’ ‘김맛’ 등 현지화 버전을 지속 출시하며 제2의 초코파이처럼 육성 중이다.
2016년 오리온 창립 60주년작으로 나온 ‘초코파이 바나나’는 출시 3주 만에 1000만 개가 팔리며 식품업계에 ‘바나나 열풍’을 불러왔다. 이 제품의 성공 이후 제과 업계에는 계절마다 맛을 바꾸는 ‘시즌 한정판(Limited Edition)’ 전략이 자리 잡았다. 딸기, 수박, 콘크림 등 다양한 맛의 변주를 통해 장수 브랜드인 초코파이의 수명을 연장시킨 일등 공신이다. 현재 바나나맛은 국내보다 러시아, 베트남 등 해외에서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가장 최근의 대란은 편의점과 디저트 숍을 휩쓴 ‘두바이 초콜릿’이다. 2024년 중순, 아랍에미리트 인플루언서의 영상 하나가 전 세계, 특히 한국의 1020세대를 강타했다. 카다이프의 바삭한 식감을 강조한 ASMR 콘텐츠가 유행의 기폭제가 된 것. 현재는 단순한 초콜릿을 넘어 쿠키, 아이스크림 등으로 형태를 변형하며 한국식으로 재해석된 2차 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SNS 숏폼 콘텐츠가 식음료 트렌드의 절대적인 지배자가 됐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이자,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독자적인 디저트 장르로 정착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유통·식품업계는 ‘두바이 초콜릿’ 트렌드를 각자의 강점에 맞춰 재해석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 CU는 ‘두바이 쫀득 찹쌀떡’을 포함한 두바이 콘셉트 제품군으로 누적 판매 830만 개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냈고, GS25 역시 ‘두바이 쫀득 초코볼’ 등 3종으로 판매율 97%를 달성하며 폐기율 ‘제로’에 도전하고 있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공세도 거세, 투썸플레이스의 ‘두초생’ 케이크가 연말 예약 1위를 휩쓴 것을 비롯해 파리바게뜨의 ‘두바이 쫀득볼’과 설빙의 ‘두바이 초코 설빙’ 또한 SNS 입소문을 타고 각각 품절 사태와 누적 판매 100만 개 돌파를 기록하며 전 채널에 걸친 흥행 열풍을 증명했다.
지난 12년의 대란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진화’다. 과거 허니버터칩 사태 당시 무리한 증설로 쓴맛을 봤던 업계는 이제 더 영리해졌다. 무조건적인 생산 확대 대신 희소성을 유지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거나, 빠르게 해외 수출 판로를 개척해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는 방식이다. 소비자 역시 현명해졌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지갑을 열던 시기를 지나 이제는 맛과 품질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외면한다. 2026년 새해, 또 어떤 제품이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품절’ 마크를 달게 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SNS 바이럴을 통한 ‘반짝 이슈몰이’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제품 자체의 차별화된 맛과 품질이 뒷받침돼야만 롱런할 수 있다”며 “내수 시장의 인구 감소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기획 단계부터 해외 입맛까지 고려한 ‘글로벌 스탠다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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