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현 기자
- 승인 2026.02.02 07:56
밀가루 등 ‘민생 4대 품목’ 담합 조사로 위축
공정위도 전분당 조사…비용 증가·규제 이중고
환율 대응 역량이 실적 가르는 경쟁력 될 듯
고환율 여파로 경영 부담이 임계점에 달한 식품업계가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관리 모드에 한숨을 쉬고 있다. 업계에선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지만 정부의 완고한 모습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1월 27일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43원이다. 한때 1480원까지 오르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 선까지 돌파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국내 식품업계는 밀·대두·옥수수·원당·팜유 등 주요 원재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생산 원가에서 수입 원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0~70%에 달한다. 때문에 원·달러 환율 10% 인상 시 수십억 원에서 100억 원 이상까지 감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경제학 교수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 현황 및 주요 현안에 대한 전문가 조사’ 결과 올해 최고환율을 달러당 1516원으로 예상하고 있어 업계 경영난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결국 원가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다. 정부의 물가 관리 압박이 워낙 강해 업계에서도 타깃이 되지 않기 위해 몸을 낮추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 원가의 절반 이상이 수입산이다보니 환율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수익성이 한계에 다다랐지만 누가 먼저 나서서 가격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를 더욱 위축시키는 것은 사정당국의 움직임이다. 정부가 ‘민생 4대 품목’으로 지정해 담합 조사를 벌이고 있는 설탕, 밀가루, 전분당 업체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 식재료 수의 합만 14개(중복 포함)에 달한다.
이들은 음료, 과자, 빵 등에 들어가는 원료 가격을 수년간 담합해 가공식품 물가 상승을 부추겼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설탕의 경우 약 3조2700억 원 규모의 가격 담합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해 관련 기업 대표급 임원 등을 기소했고, 제분업체들의 담합 규모도 4조 원대 이상으로 추산하고 수사 대상을 제분협회 회원사 전반으로 확대했다. 일부 임원들이 혐의를 인정해 형사처벌과 공정거래위원회의 행정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여기에 공정위도 전분당 시장 과점 업체들에 대해 담합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설탕, 밀가루에 이어 물엿, 올리고당 등 첨가물 시장까지 수사망이 확대된 것인데, 식품업계가 긴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러자 식품업계는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비용 부담과 규제 압박을 동시에 감내하고, 환율 대응 역량이 식품기업의 실적을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일부 식품 대기업에서는 수출 확대를 통한 달러 유입 강화로 비용 부담을 상쇄하고, 식품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인수·합병(M&A)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원가 절감과 안정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원가 부담이 지속적으로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 통제가 장기화된다면 경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K-푸드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선전으로 정부 역시 수출 드라이브를 걸고 있으면서 정작 기업의 경영을 악화하는데 앞장서는 것 자체가 모순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고환율뿐 아니라 원재료값은 물론 인건비까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물가 안정이라는 명목하에 기업들을 계속 옥죄고 있는 것도 한계가 있다. 적자보면서 어떻게 경영을 할 수가 있나. 구석에 몰더라도 숨 쉴 틈은 열고 몰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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