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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사태’ MBK “국민연금이 더 무섭다”

곡산 2025. 11. 25. 14:45

‘홈플러스 사태’ MBK “국민연금이 더 무섭다”

곽창렬 기자입력 2025. 11. 25. 00:33수정 2025. 11. 25. 10:19
금감원, 중징계 사전 통보

지난 3월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신청으로 촉발된 사모 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구체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MBK파트너스에 ‘직무 정지’가 포함된 징계안을 사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MBK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한 지 석 달여 만에 내려진 결정이다. ‘직무 정지’는 해임 요구 다음으로 금융 당국이 금융권에 내리는 중징계다. 최대 6개월 동안 업무를 할 수 없게 돼 상당한 타격을 입는다.

 

하지만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제재보다 무서운 게 국민연금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당국의 제재를 근거로 국민연금 같은 큰손 투자자들이 MBK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5800억원’ 홈플러스에 투자한 국민연금

당초 MBK에 대한 검사는 지난 3월 홈플러스가 단기 운용 자금 조달 등을 위해 받을 카드 대금을 기초로 한 단기사채(ABSTB)를 투자자들에게 발행한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MBK가 법원에 기습적으로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자금이 묶이게 된 투자자와 협력 업체의 피해가 컸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가 자신들의 신용 등급이 강등(‘A3’→‘A3-‘)될 것을 사전에 알고 법원에 기업 회생 신청을 준비한 정황이 있다는 등의 의혹이 일었다. 이에 지난 5월 금감원은 사기적 부정 거래 혐의가 있다며 사건을 검찰에 넘겼고,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재를 보류했다.

 

그런데 지난 8월 취임한 이찬진 금감원장이 MBK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금융 당국은 MBK의 행위로 인해 홈플러스 관련 채권에 투자한 국민연금 등 투자자의 이익이 침해당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때 ‘특수목적법인(SPC·MBK가 설립)’이 발행한 5826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투자했다. 상환전환우선주란 주식과 채권의 특성을 모두 가진 자본성 채권이다. 투자자끼리 합의한 조건이 충족되면, 채권처럼 투자금에 이자를 얹어 상환받을 수 있고, 주식으로 전환해 팔 수도 있다.

 

그런데 MBK는 지난 2월 국민연금 등이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에 대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없애고, 대신 홈플러스가 권한을 가지게 했다. 이에 대해 MBK는 “상환 여부를 결정할 주체를 홈플러스로 변경하면 홈플러스의 부채가 줄어들어 재무구조가 개선되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와 상환권 조건이 변경된 상환전환우선주는 법적으로 별개이며 국민연금이 투자한 상환전환우선주의 조건은 아무런 변경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지난 3월 홈플러스에 대해 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만약 기업 회생이 받아들여지면, 법원의 판단에 따라 만기 때 투자금 청구를 할 수 없게 되거나 상환 조건이나 시기가 재조정되는 등 국민연금의 투자금 회수가 예정과 달리 어려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 강등 가능성과 기업 회생 신청을 염두에 두고 상환 주체를 변경했다면, 국민연금 등 투자자의 이익을 명백히 침해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서울회생법원은 아직 홈플러스에 대한 기업 회생을 받아들일지 결정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6000억원 투자 약속 철회하나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 달 제재심의위원회에서 MBK에 대한 징계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직무 정지 이상의 중징계는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MBK 입장에서는 영업정지보다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바로 국민연금 등 투자자들의 투자 철회 가능성이다. 국민연금의 경우 지난 2월 MBK가 조성하는 55억달러(약 8조1000억원) 규모의 ‘MBK 6호 펀드’에 6000억원가량 투자하기로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이 펀드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국민연금 외에도 한국 공무원연금(400억원)과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250억원) 등도 MBK에 투자하기 결정한 바 있다. 다만 공무원연금공단은 고려아연과 홈플러스 사태로 인해 약정을 진행하지 않아 사실상 투자를 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실제 지난 3월 홈플러스 사태가 터지자, 국민연금은 “MBK에 대한 투자를 철회할 수 있느냐”는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법령 위반으로 기관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은 사모 펀드 운용사(GP)에 대해 위탁 운용사 선정 절차를 중단하거나 선정이 완료된 이후에도 자격을 취소할 수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MBK에 대한 투자 철회가 가능한지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투자를 철회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금융 투자 업계 관계자는 “만약 MBK가 제재에 불복해 법정 공방이 길게 이어져 제재 확정이 늦어지면 법적으로 계약을 체결한 투자금을 국민연금이 주지 않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MBK 관계자는 “관련 법령과 정관 등에 따라, 투자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며 “당국의 제재 절차에서 성실하게 소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