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등

‘스와이시’에 꽂힌 미국, 고추장에 빠지다

곡산 2025. 10. 19. 10:36
‘스와이시’에 꽂힌 미국, 고추장에 빠지다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10.17 10:08

달콤한 매운맛 소스 인기…북미 두 번째 큰 시장
‘고추장 칩’서 콜라·디저트·칵테일까지 선봬
외식‘고추장 버거’등 출시…Z세대 절반 선호
 

고추장이 최근 미국 식품 시장에서 불고 있는 ‘스와이시(Swicy)’ 열풍에 힘입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코트라 시카고 무역관에 따르면, ‘스와이시’는 달콤함(Sweet)과 매운맛(Spicy)이 어우러진 조합을 뜻하는 신조어로, 현재 미국의 식품 시장 특히 소스 분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전통 장류인 고추장이 스와이시 맛을 구현하는 대표 재료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실제로 북미 아마존의 ‘소스·그레이비·마리네이드’ 카테고리에서 고추장은 상위 10위권에 오르며 그 인기를 입증하고 있다. 틱톡에서도 고추장을 활용한 수백 건 이상의 레시피가 공유되고 있으며, 소고기밥, 두부밥, 파스타, 우동 등 국경을 넘나드는 다양한 퓨전 요리에 접목돼 소개되고 있다.

 

이처럼 고추장이 현지에서 매콤하면서도 달고 깊은 감칠맛을 더해주는 ‘만능 글로벌 소스’로 자리 잡아가면서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인더스트리 아크는 글로벌 고추장 시장 규모가 2024년부터 연평균 6.5%씩 성장해 2030년에는 약 9억83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북미의 2030년 고추장 시장점유율은 16%로 아시아·태평양 지역(65%)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달콤함(Sweet)과 매운맛(Spicy)이 어우러진 조합을 뜻하는 ‘스와이시(Swicy)’ 맛이 미국 시장에 큰 인기를 끌면서 고추장이 이 맛을 구현하는 대표 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왼쪽부터)은 케틀(Kettle)이 출시한 ‘스위트 앤 스파이시 고추장 칩’과 쉐이크쉑의 ‘코리안 스타일 프라이드 치킨 버거’,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스파이시 마가리타' 칵테일. (사진=각 사, Yuzu Bakes)
 
 

고추장의 인기를 불러온 스와이시 열풍의 선봉에는 ‘스낵’이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케틀(Kettle)이 출시한 ‘스위트 앤 스파이시 고추장 칩’이다. 이 제품은 뉴욕의 유명 셰프 에릭 최와 협업한 것으로써, 감자칩 특유의 바삭함 속에 꿀과 설탕이 주는 단맛, 그리고 고추장 특유의 매운 감칠맛이 어우러져 색다른 풍미를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즉, 매운맛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달콤한 요소를 접목해 프리미엄 퓨전 감각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특히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간식류에 고추장을 활용함으로써 스낵화 트렌드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레이즈 역시 ‘스위트 앤 스파이시 허니 맛 감자칩’을 출시하며 단맛과 매운맛의 조화를 적극적으로 내세웠다. 트레이더 조도 올해 9월 이러한 트렌드를 따라 ‘핫 허니 팝콘’을 한정 판매하고 있다.

 

음료업계도 스와이시 열풍에 동참하며 다양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2024년 3월,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스파이스트’를 북미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기존의 달콤한 탄산 맛에 라즈베리, 가을과 겨울에 어울리는 포근한 풍미를 가진 맵고 달콤한 향신료 ‘웜 스파이스’를 결합한 것으로써, 코카콜라는 이를 클래식 콜라 맛을 라즈베리와 스파이스로 한층 더 끌어올린 신제품으로 소개했다.

 

알코올이 들어간 성인 음료 시장에서는 이미 스와이시한 맛이 주류가 되었다. 미국의 바와 칵테일 업계에서는 ‘스파이시 마가리타(Spicy Margarita)’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마가리타는 기본적으로 테킬라, 트리플 섹(오렌지 리큐어), 라임 주스로 만드는 클래식 칵테일이다. 스파이시 마가리타는 여기에 할라피뇨를 으깨 넣거나 칠리 인퓨즈드(Chile-infused) 테킬라·시럽, 타진 등을 더해 매운맛을 덧입힌 음료로,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대세 칵테일로 부상했다. 원래는 할라피뇨나 칠리 시럽으로 매운맛을 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뉴욕 인근의 K-푸드를 선보이는 스테이크하우스와 바에서는 바텐더들이 고추장 시럽을 활용해 단맛· 훈연감·감칠맛을 동시에 구현하는 레시피도 선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편의점협회는 올해 8월 보고서에서 “스와이시 트렌드가 이제 음료와 디저트 메뉴로까지 확산하며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히고 있다”라고 분석하며, 스와이시 열풍이 간식과 외식 메뉴에 머무르지 않고 음료 시장에서도 유행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외식업계도 스와이시 메뉴를 전면에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데이몬스에 따르면, 미국의 Z세대는 매년 약 2만 달러를 외식에 지출하며 월평균 외식 횟수도 14.3회로 밀레니얼 세대(13.2회)를 넘어선다. 그리고 이들 응답자의 53%가 스와이시 맛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외식업계는 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스와이시 조합을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한 예로, 쉐이크쉑은 2024년 초 ‘코리안 스타일 프라이드 치킨 버거’를 출시하면서 고추장 글레이즈와 백김치 슬로를 결합한 메뉴를 선보였다.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고추장의 맛과 아삭한 김치의 식감이 어우러진 이 메뉴는 한정 판매였음에도 큰 인기를 얻었다.

캐주얼 다이닝 체인 레드 로빈은 신메뉴 라인업에 ‘스와이시 앤 스파이시’를 핵심 콘셉트로 내세우며 핫허니 크리스피 치킨 샌드위치, 핫 허니 페퍼로니 피자, 핫 허니 윙과 같은 메뉴를 출시했다. 이 같은 유행에 힘입어 2024년 식료품점의 핫 허니 주문량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데이터센셜 조사에 따르면 2024년 10월 기준 미국 레스토랑 메뉴의 약 10%가 단맛+매운맛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전년 대비 1.8% 증가한 수치이다. 또 향후 4년 동안 단맛과 매운맛이 합쳐진 음식 메뉴는 약 9.6%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미국에서 유행하는 스와이시 트렌드는 K-소스의 시장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만 소비자 취향에 맞게 재해석한 현지화 전략이 중요해 보인다.

 

이에 대해 무역관도 실제로 미국 식품·외식 산업은 글로벌 퓨전 메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특성이 강해, 한국 장류 기반 소스가 다양한 요리에 적용될 수 있는 확장성이 크다고 밝혔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은 미국 시장 진출 시 ‘한국 전통의 맛’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지 셰프·유통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의 활용도를 높이고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제품 및 마케팅 전략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무역관은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