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5.10.01 07:54
접근성에 셀프서비스로 대기 시간 없어 매력
커피 프랜차이즈, 디저트 등 메뉴 다양화로 활로준
과거 '싸고, 빠르고, 잠 깨기 위한' 음료로 취급받던 편의점 커피가 화려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단순히 가격 경쟁력을 넘어, 원두의 질과 맛, 경험의 가치를 앞세워 우리 일상의 카페 지도를 다시 그리고 있다. 이는 고물가 시대의 소비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사회적 현상이다.

편의점 커피 고급화의 배경에는 세 가지 핵심 동력이 있다. 첫째는 소비자의 변화다. 상향 평준화된 입맛을 가진 소비자들은 이제 편의점에도 '맛있는 커피'를 기대한다. 치솟는 외식 물가 속에서 2000원 안팎의 가격으로 전문점 수준의 만족감을 얻으려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감)' 추구 현상은 편의점 커피에 기회가 됐다.
둘째는 편의점 업계의 생존 전략이다. 이미 포화상태인 시장에서 편의점에게 커피는 최고의 '집객(集客) 상품'이다. 매일 아침 커피를 사러 오는 고객은 자연스레 빵이나 디저트, 김밥 등으로 손을 뻗는다. 커피 한 잔이 추가 매출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인 셈이다. CU, GS25, 세븐일레븐 등 각 업체가 자존심을 걸고 커피 전쟁에 뛰어든 이유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발전이 프리미엄 경험을 가능하게 했다.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스위스 유라(JURA)나 써모플랜(Thermoplan) 사의 전자동 머신 도입은 이제 기본 사양이 됐다. 버튼 한 번으로 원두 분쇄부터 추출까지 일관된 맛을 보장하며, '편의점 커피는 맛이 없다'는 편견을 기술력으로 깨부쉈다.
최근 편의점 3사의 커피 전쟁은 '맛'과 '경험' 두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GS25의 '카페25(CAFE25)'는 자체 로스팅 공장을 무기로 품질 관리에 힘쓴다. 전문 Q-Grader(커피 감별사)가 주기적으로 원두 블렌딩을 리뉴얼하고, '콜롬비아', '과테말라' 등 싱글 오리진 원두를 시즌별로 선보이며 마니아층을 공략한다.
최근에는 한 대에 1300만 원에 달하는 스위스 명품 커피 머신 브랜드 '프랑케(Franke)'의 3세대 모델 ‘A400 FLEX’를 도입하며 품질 고도화에 나섰다. 전문가 및 고객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은 '프랑케' 머신을 연말까지 1200대 규모로 확대 도입할 계획이다. 명품 머신을 도입하고도 ‘핫아메리카노’는 1천 원에 판매하는 ‘초가성비’ 전략을 유지하며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가격 인하 후 하루 2잔 이상 구매하는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17.5% 급증하는 등 큰 호응을 얻고 있다.
CU의 '겟(get)커피'는 유명 바리스타와의 협업을 통해 전문성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열대우림동맹(RFA) 인증을 받은 친환경 원두 사용 비중을 높이며 '가치 소비' 트렌드에 발맞추고 있다. 라떼, 디카페인 등 메뉴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다양한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킨다는 전략이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는 종이 필터를 이용한 드립 커피 방식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묵직한 바디감의 에스프레소와 다른 깔끔한 맛을 선호하는 고객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또한, 경기 침체와 생활 물가 상승 속에서 ‘초가성비’ 상품 수요가 증가하자 평균 1400원 수준인 편의점 캔커피 시장에 900원짜리 PB 캔커피 2종(블랙, 라떼)을 출시하며 가격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들은 단순히 커피만 팔지 않는다. 월 2500원 정도에 특정 횟수만큼 30% 할인을 제공하는 '커피 구독 서비스'는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강력한 무기다. 모바일 앱을 통한 선결제와 할인 프로모션은 고객의 발길을 편의점으로 다시 이끈다.
편의점 커피의 성장은 커피 시장 전체를 흔들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을 느끼는 곳은 3,000원대 이하의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다. 이들의 경쟁은 ‘초가성비’ 시장이라는 전장에서 가장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과거 저가 프랜차이즈는 ‘저렴하지만 괜찮은 품질’이라는 독점적 영역을 구축해왔으나 이제 편의점이 1500~2000원이라는 이들보다 더 낮은 가격대로 싱글 오리진 원두와 스위스제 고급머신이라는 무기까지 갖추며 이들의 핵심가치를 정면으로 위협하고 있다.
또한 편의점의 ‘접근성’과 ‘속도’는 압도적인 우위를 지니고 있다. 저가 프랜차이즈 역시 빠른 서비스를 지향하지만, 주문과 제조 과정에서 최소한의 대기 시간은 필연적이다. 반면 편의점의 셀프 서비스 커피는 '대기 시간 0초'에 수렴하며, 1분 1초가 아쉬운 현대인들에게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소비자의 인식 또한 바뀌었다. 편의점은 더 이상 허기를 채우는 '간이 식료품점'이 아니다. 매일 아침 향긋한 커피를 내리고, 택배를 보내며, 은행 업무까지 보는 '일상생활 플랫폼'으로 그 위상이 격상됐다.
이러한 공세에 맞서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생존을 위한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단순히 '싼 아메리카노'만으로는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 메뉴의 다각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편의점에서는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각종 디저트 메뉴를 강화하고, 시즌별 스페셜 음료나 스무디, 에이드 등 비(非)커피 메뉴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것이 그 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커피의 역할은 단순히 매출을 올리는 상품 그 이상이다. 커피는 고객을 매일 아침 매장으로 불러 모으는 가장 강력한 '앵커(Anchor) 상품'으로 편의점 커피의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커피를 사러 온 고객이 자연스럽게 아침 식사나 디저트를 함께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연계 판매 전략이 더욱 정교해지며 커피 구독 서비스와 모바일 앱 결제를 통해 확보한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편의점이 '일상 생활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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