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한영 대표
- 승인 2025.09.17 07:54
2026년 8월 시행…설계 통해 과대 포장 줄이고 재사용·리필 확대하는 규정
국가별 차이 없어 예측 가능…지속 가능한 포장 구현 순환 경제 가속
포장 최소화·재질 구조·재활용 평가 근거 적합성 선언서·기술 문서 필요
포장재 재활용 가능하게 설계해야…기준 미달 C등급 2030년 판매 금지
식음료 포장 일정 비율 재사용 가능 시스템 요구…기업 비용 부담 가중
ESG 경영과 직결…복합 포장 단일 소재로 바꾸고 컨설팅 통한 준비를

2026년 8월부터 포장재 감량과 재사용, 재활용성을 의무화하고, 유해 물질 사용을 줄이는 등 포장재 폐기물을 줄이고 순환 경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이 본격 시행된다. 이 규정은 EU 내 유통되는 모든 포장재에 적용되는 만큼 유럽으로 수출하는 우리 식품 기업에게는 분명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한 발 앞서 나갈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경쟁사보다 빠르게 유럽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본지는 창간 29주년을 맞이해 업계 전문가인 이한영 올패키징㈜ 대표(전 한국포장기술사회 회장)의 특별 기고를 게재하고, PPWR의 주요 내용과 도입 배경을 짚고 우리 식품기업들이 준비해야 할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PPWR은 무엇인가?
PPWR은 ‘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 즉 EU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을 뜻하며, 1994년에 제정된 포장·포장폐기물 지침(Directive 94/62/EC)을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새로운 법체계이다.
PPWR의 목표는 포장 설계를 통해 과대포장을 줄이며, 재사용·리필 체계를 확대하고 재활용 중심(D4R)으로 전환하여 진정한 의미의 순환 경제를 가속하는 데 있으며, 진정한 의미의 지속 가능한 포장을 구현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지침(Directive)은 각 회원국이 자국법으로 따로 전환해야 효력이 생기지만, 규정(Regulation)은 EU 전역에 곧바로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해석 편차와 집행 격차가 적다. 이에 준해 기존 포장·포장폐기물 지침(Directive)은 각 나라가 이를 자국법으로 바꿔 시행해야 했기 때문에, 국가마다 해석과 기준이 달라졌다. 어떤 국가는 라벨 표시를 엄격히 요구하고, 또 다른 국가는 포장 두께나 재활용 비율을 다르게 규제하는 식이었다.
그렇다 보니 회원국마다 요구가 제각각이었고, 기업은 같은 제품을 EU 여러 나라에 수출하려 해도 국가별로 다른 포장 규칙을 맞추느라 시간과 비용이 중복되는 문제가 생겼다. 결국 단일시장의 원칙이 흔들린 셈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규정(Regulation)으로 바꾼 것이고. 이 규정은 모든 회원국에 곧바로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국가별 차이를 없애고 하나의 기준을 만들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앞으로 어떤 규제가 적용될지” 더 명확하고 예측 가능하게 준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PPWR은 2022년 11월 30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현행 규정의 전면 개편안을 공식 제안하면서 입법이 시작되었다. 이후 의회와 이사회 간 협의와 표결을 거쳐 2024년 12월 19일 최종 채택되었고, 2025년 1월 22일 EU 공식 관보(OJEU)에 Regulation (EU) 2025/40으로 공포되었다.
이 규정은 2025년 2월 11일 발효(enter into force)되었으며, 대부분의 조항은 2026년 8월 12일부터 일반 적용된다. 즉 2026년 8월부터는 EU 시장에 들어가는 모든 제품의 포장재 및 제품 포장은 PPWR 체계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PPWR 시행 관련 국내 현실은?
유럽연합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 PPWR은 2026년 8월부터 시행되는데, 국내 기업들의 대응 현실은 여전히 미흡하다.
많은 식품기업과 포장업체들은 PPWR을 “아직 시간이 남았다”라거나 “세부 기준이 확정되지 않았다” “다른 기업들 하는 것을 보고 준비하겠다” “스터디 하고 있다” 등의 이유로 미루고 있다. 일부 대기업은 전담팀을 운영하며 PPWR 대응을 한다고 하지만 방향성을 못 잡고 있으며, 특히 상당수 중소기업은 PPWR의 개념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규정의 존재를 들어본 적은 있어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 수출 주력 K-푸드 중의 하나인 조미김의 경우, 차단성을 이유로 다층 복합재를 사용하는데, 이는 재활용성이 낮아 PPWR의 D4R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 2030년 이후 사실상 금지될 수 있는 구조임에도 여전히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또한 2026년 8월 이후에는 포장 최소화, 재질 구조, 재활용성 평가를 근거로 한 적합성 선언서와 기술문서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많은 기업은 “양식이 나오면 준비하면 된다”라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실제로는 수출이 불가능해질 위험을 안고 있다.
정부와 업계의 지원도 부족하다. 일부 세미나가 열리고 있으나 실무에 적용 가능한 가이드라인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결국 PPWR은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의 수출 생존을 가르는 새로운 기준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인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이며, 지금부터라도 포장업체·식품기업·전문 기관이 협력해 대응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2026년 이후 유럽 시장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PPWR의 핵심 내용과 식품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PPWR은 기업의 포장 설계부터 생산, 폐기 단계까지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요구한다. 다음은 PPWR의 주요 내용과 이에 따른 식품기업의 구체적인 과제이다.
◇ 재활용성 의무화 (Design for Recycling)
PPWR의 첫 번째 핵심은 모든 포장재가 재활용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2030년부터 재활용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C등급 포장재는 유럽 시장에서 판매가 금지된다. 이는 복합 재질 포장을 사용하는 국내 식품 기업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산소와 수분에 매우 취약한 조미김은 일반적으로 알루미늄 증착 필름이 들어간 다층 복합 재질 필름을 사용하는데, 이러한 재질은 재활용성이 낮아 PPWR 기준에서 2030년 이후 사실상 사용이 어렵다. 이에 따라 조미김 수출 기업들은 차단성을 유지하면서도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 소재나 고기능성 코팅 기술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 강화(Recycled Content)
PPWR은 특정 포장재에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을 의무화한다. 특히 PET 음료병은 2030년까지 최소 30% 이상의 재활용 원료를 포함해야 한다. 이는 기업에 원가 부담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원료 수급과 품질 관리라는 이중 과제를 안겨준다. 또한 음료 포장에는 몸체와 마개가 분리되지 않는 테더드 캡(tethered cap)을 사용해야 한다.
◇ 재사용·리필 체계 구축(Reuse/Refill)
PPWR은 특정 범주의 식품과 음료 포장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의 재사용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새로운 유통 및 물류 구조의 도입과 함께 기업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 과대포장 규제(Prevention)
제품 대비 불필요하게 큰 포장은 금지되며, 공간 효율성과 환경성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포장 크기를 줄이는 것을 넘어, 포장재의 부피와 중량을 최적화하는 전반적인 포장 설계를 바꿔야 함을 의미한다. 포장 최소화에 대한 기준과 증명은 전문가의 판단이 필요한 정성적 영역으로, PPWR에서 중요하면서도 첫 번째 조건이다. 이러한 포장 최소화의 기준은 유럽연합의 EN 13428 규정에 따라 포장재의 부피와 중량을 최적화해야 함을 의미한다.
◇ 적합성 선언서(DoC) 및 기술문서 제출 의무화
2026년 8월 이후부터는 포장재가 PPWR 규정을 충족한다는 증빙서류인 적합성 선언서와 기술문서 제출이 필수화된다. 이는 EU의 CE마킹과 유사하지만 더욱 광범위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 기술문서는 포장재 제조업체와 식품기업, 패키징 전문가가 긴밀히 협력하지 않으면 준비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서류 미비 시에는 수출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국내 식품기업의 구체적인 대응 전략
PPWR은 국내 식품기업에게 새로운 무역장벽이지만, 이를 선제적으로 준비하는 기업에게는 오히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다. 다음은 국내 식품기업이 PPWR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다섯 가지 전략이다.
◇ 재질·구조 점검 및 개선
현재 사용하는 가 재활용성 기준을 충족하는지, 중량 감량이 가능한지, 그리고 EN 13428 규정에 적합한지를 철저히 진단해야 한다. 특히 재활용이 어려운 복합 재질 포장을 단일 소재나 재활용 가능한 대안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협력 강화
적합성 선언서와 기술문서는 개별 기업의 힘만으로는 준비하기 어렵다. 포장재 제조사, 인쇄업체 등과 긴밀히 협력하여 필요한 서류와 정보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
◇ 전담 조직 구축
PPWR은 단기 대응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규제이다. 따라서 기업 에 '지속 가능 포장 전담팀'을 두어 상시 대응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대응 속도를 높이는 현실적인 방법이다.
◇ 가치 제고
친환경 포장은 단순히 규제 준수를 위한 수단을 넘어, ESG 경영과 직결된 가치이다. 유럽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한 기업 이미지를 선제적으로 전달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 컨설팅 및 교육 활용
국내에는 아직 PPWR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다. 기관과 협력하여 기술문서 작성, 재활용성 평가, 적합성 선언서 발급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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