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캐나다등

건강·자연성에 '진짜 우유(Real Milk)’ 다시 챙기는 미국 소비자들

곡산 2025. 7. 13. 09:16
건강·자연성에 '진짜 우유(Real Milk)’ 다시 챙기는 미국 소비자들
  •  배경호 기자
  •  승인 2025.07.11 11:13

일반 제품보다 비싸고 맛·식감 기존 제품과 차이 나
소비자 우유·치즈·요구르트 등 전통 유제품에 관심
영양 성분·원재료 중시…코티지 치즈·케피어 등 부상
고단백·장 건강·면역에 좋은 식품 SNS 콘텐츠 인기
시장 85조9000억 원 규모…연 2.9% 성장 8년 후 113조
 

인공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자연 원료를 강조하는 경향이 점차 강해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눈길이 식물성 우유 대체 음료에서 ‘진짜 우유’로 다시 돌아서고 있다. 특히 코티지 치즈와 케피어 등 건강과 기능성을 동시에 갖춘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다.

한때 환경·윤리적 가치에 공감하며 큰 주목을 받았던 식물성 대체식품의 열기가 최근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지목받는다. 먼저 실제 섭취 후 맛과 식감이 기존 제품과 차이가 나 소비자의 재구매율이 낮다. 또 일반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경우가 많아 최근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수요가 감소했다. 또한 식물성 대체식품이 고도로 가공된 식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건강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데다, 비건이나 환경 의식이 높은 일부 층에만 국한돼 대중으로 확산하는데 한계를 나타냈다. 이 외에도 품질과 차별성 없는 브랜드들이 난립하면서 소비자 신뢰를 얻지 못했고, 시류에 편승해 기업들이 너무 빠르게 제품을 쏟아내면서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도 있다.

이처럼 식물성 대체식품은 아직 성장 가능한 분야로 인정받고 있지만 처음 기대보다는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소비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코트라 시카고무역관에 따르면, 미국 유제품 시장이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당 불내증 소비자와 비건 인구 급증으로 한때 식물성 우유 대체 음료가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소비자들은 다시 ‘진짜’ 우유와 치즈, 요구르트 같은 전통 유제품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인공 첨가물과 감미료가 들어간 식물성 제품을 ‘초가공 식품’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자연 그대로의 영양소를 가진 유제품들이 다시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서캐나(Circana)에 따르면, 2024년 미국 내 유제품 판매량은 전년 대비 약 1.9% 증가했다. 이 중 전통 우유 판매량은 비살균 우유(Raw Milk) 판매량이 17.6% 급증하면서 약 3.2% 증가하였다. 비살균 우유는 동물에게서 얻은 신선한 우유를 특별한 살균 과정 없이 그대로 병에 담은 우유를 일컫는 것으로써, 주로 농가 직거래 장터나 특수 허가 농장에서 판매된다. 반면 귀리 음료나 아몬드 음료 등 식물성 음료의 판매량은 4.4% 감소하였다. 이는 대부분의 식물성 우유 대체제가 감미료, 유화제, 안정제 등을 포함하고 있어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오히려 이러한 제품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장도 조금씩 성장할 전망이다. 2023년 기준 한화 약 700조 원 규모였던 글로벌 유제품 시장은 연평균 3.17%씩 성장해 2033년에는 약 956조 70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미국 유제품 시장도 성장을 같이해 2023년 약 85조 9000억 원 규모였던 시장이 연평균 약 2.9% 성장하면서 2033년에는 약 113조 9000억 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 Precedence Research
 

◇건강과 SNS가 이끄는 유제품 소비

이러한 유제품 소비 패턴의 변화는 미국 소비자들의 ‘건강 챙김 소비’와 ‘SNS 식문화 바이럴’이라는 두 가지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팬데믹 이후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맛이나 가격보다 ‘영양 성분’과 ‘원재료’를 우선시하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공 감미료, 보존료 같은 첨가물을 최소화하고 단백질과 칼슘, 프로바이오틱스 등 기능성 성분을 강조한 ‘클린 라벨(Clean Label)’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SNS 기반 레시피 콘텐츠가 인기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틱톡이나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서 고단백 식단과 장 건강에 좋은 발효식품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반영한 레시피 영상이 유행이다.

 

◇고단백·저가공 트렌드의 중심 ‘코티지 치즈’

그동안 그릭 요거트가 고단백 유제품 시장을 이끌어왔다면, 최근에는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치 으깬 두부처럼 생긴 코티지 치즈는 우유를 응고시켜 만든 부드럽고 수분이 많은 치즈로, 고단백이면서도 저지방이라는 점에서 헬스 및 다이어트 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일반적인 슬라이스 치즈나 크림치즈와 달리, 코티지 치즈는 가공을 최소화한 생치즈의 일종으로, 입자가 살아 있고 부서지는 듯한 고슬고슬한 질감 즉 크럼블(crumble)한 질감을 가진 것이 특징이다. 단백질 함량이 높으면서도 탄수화물과 지방 함량이 낮아 운동 후 단백질 보충용 식품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이에 대해 현지 유통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 매장에서 코티지 치즈를 찾는 고객이 부쩍 많아졌다”라며, “담백하고 짭짤한 맛 덕분에 질리지 않고, 크럼블한 식감으로 요리 활용도도 높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릭 요거트의 새콤한 맛을 선호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코티지 치즈는 과일이나 견과류를 곁들인 건강 간식부터 베이킹을 포함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proteinhack, #cottagecheesebowl 등의 해시태그와 함께 코티지 치즈를 활용한 레시피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한 예로, 뉴욕의 요리책 작가 제이크 코헨(Jake Cohen)이 올린 코티지 치즈로 만든 건강한 쿠키 도우 레시피는 틱톡에서 조회수 300만 회를 넘기며 화제가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코티지 치즈의 판매는 2024년 전년 대비 약 17% 이상 증가했다. 특히 코티지 치즈 브랜드 굿 컬쳐(Good Culture)는 2023년 매출이 80% 급증했고, 2024년에도 70%에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 굿 컬쳐는 합성 첨가물과 감미료, 젤라틴, 방부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클린 라벨’을 내세워 젊은 소비층의 신뢰를 얻었다. 이 외에도 데이지(Daisy), 무나(Muuna) 등의 브랜드가 코티지 치즈를 한 컵 분량으로 담은 간편 포장 제품을 앞세워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홀푸드 매장에 진열된 케피어 제품과 품절된 코티지 치즈 제품. (사진=코트라 시카고 무역관)
 

◇소화·면역력 강화한 ‘케피어’

케피어(Kefir)는 전통적으로 동유럽과 코카서스 지역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국을 포함한 서구권에서 ‘장 건강을 위한 슈퍼푸드’, ‘면역력 강화 발효유’로 떠오르며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케피어는 발효유의 일종으로, 주로 우유에 케피어 그레인(kefir grains)이라는 미생물 복합체를 넣어 24시간 이상 자연 발효시켜 만들고 요구르트보다 더 많은 유산균과 효모를 함유한 프로바이오틱 식품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종류의 유산균과 효모, 그리고 효소가 생성되어 장 건강에 좋다고 한다. 특히 유당이 자연 분해되기 때문에 유당 불내증이 있는 소비자들도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큰 경쟁력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영향 탓에 2024년 기준 한화 약 3조 40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케피어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약 5.6%씩 성장해 2029년에는 약 4조 5000억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시장조사기관 더 비즈니스 리서치 컴퍼니는 예상한다.

한편, 무역관은 이러한 건강 관련 소비 추세가 유제품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간편식과 스낵 등 여러 식품군에서도 고기능성, 자연 유래 성분의 가치를 높이 사고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미국 수출을 위해서는 제품 자체만을 강조하기보다는 웰니스 트렌드와 같은 소비자의 생활방식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마케팅을 선보여야 하며, MZ세대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SNS 콘텐츠 마케팅을 통해 현지 시장의 인지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