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형 전문위원
- 승인 2025.04.01 07:48
소비자 구매 기준 변화…제품 개발·판매 전략에 영향
한국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개량·혁신으로 대처를
라면 등 저나트륨에 설탕 대신 꿀 등으로 단맛 내야
발효 등 건강 이점 강조하고 FOP 맞춰 포장 재설계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추진 중인 ‘Front-of-Package(FOP) Nutrition Labeling’ 제도는 식품 포장 앞면에 주요 영양 정보를 간결히 표시하도록 요구한다. 이는 비만, 심혈관 질환 등 식습관 관련 질병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소비자가 건강한 식품을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아직 구체적인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칼로리, 포화지방, 나트륨, 첨가당을 중심으로 아이콘, 색상, 텍스트를 활용해 직관성을 높이는 형태가 유력하다. 이 제도가 확정되어 시행될 경우, 미국 시장에 식품을 수출하는 한국 식품기업은 상당한 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의 영양성분 표시는 포장 뒷면에 Nutrition Facts 라벨을 통해 상세한 영양 정보를 제공한다. 이는 영양에 관심 많은 소비자에게 유용했지만, 대부분은 복잡한 정보를 해석할 시간도, 의지도 부족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영양성분이 판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FOP 제도는 포장 앞면에 핵심 정보를 "한눈에" 보여준다. 이는 소비자가 제품을 집어 드는 찰나의 순간, 마치 신호등처럼 직관적으로 영양 상태를 인지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트륨 함량이 높은 제품에 붉은색 경고 아이콘이 표시된다면, 소비자는 무의식적으로 해당 제품을 다른 제품과 비교하며 나트륨 함량이 낮은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마찬가지로, 건강에 긍정적인 영양 성분이 강조된 제품은 소비자의 눈길을 끌고 긍정적인 구매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비자들이 더 쉽고 빠르게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되면서, FOP 표시에서 불리한 평가를 받는 제품은 자연스럽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제품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유리해져 판매 증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FOP 제도는 단순히 정보 제공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구매 기준을 변화시키고, 이는 곧 식품 기업들의 판매 전략과 제품 개발 방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강력한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FOP 제도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시행 중이다. 칠레는 2016년부터 높은 함량의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 칼로리를 포함한 식품에 검은색 경고 라벨을 부착하는 FOP 제도를 시행하여 소비자들의 건강하지 못한 식품 소비를 줄이는 데 큰 성과를 보였다. 캐나다는 2022년부터 높은 포화지방, 나트륨, 설탕 함량을 가진 식품에 ‘High in’ 문구를 강조하는 FOP 제도를 시행하여 해당 영양소 섭취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
이러한 규제 변화에 맞추어 네슬레는 초콜릿 설탕 함량을 줄였고, 켈로그는 시리얼의 나트륨과 설탕을 낮춰 시장을 지켰다. 이들 기업들은 규제를 기회로 삼아 건강 트렌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였다. 반면, 칠레의 소규모 스낵 업체들은 개량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시장에서 밀려났다. 자본과 전략 부재가 낳은 결과다.
미국 FDA의 FOP 표시제 도입은 한국 식품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다. 나트륨 높은 김치와 라면이 ‘높음’ 라벨로 타격을 입을 수 있지만, 선제적 대응과 혁신으로 이를 뒤집을 수 있다. 몇 가지 구체적 전략을 제안한다.
첫째, 제품 개량이 핵심이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김치와 라면은 미국 시장에서 불리할 가능성이 크다. 라면 한 봉지의 나트륨은 2000mg을 넘고, 전통김치는 1000mg 이상이다. 이를 줄이는 기술은 이미 가능하다. N사가 2010년대 저나트륨 라면을 출시하며 맛을 유지한 바 있다. 김치도 소금 대신 발효 시간을 조정하거나 허브로 풍미를 더해 나트륨을 500mg 이하로 낮출 수 있다. 이는 ‘중간’ 또는 ‘낮음’ 라벨을 받으며 건강 트렌드에 부합하는 경쟁력을 갖출 것이다.
둘째, 신제품으로 ‘낮음’ 라벨을 노려야 한다. 저나트륨 소스나 설탕 없는 디저트는 미국 소비자의 건강 지향적 수요를 충족한다. 예를 들어, 고추장이나 간장을 저나트륨 버전으로 개발하거나, 떡볶이 떡을 설탕 대신 꿀이나 과일 퓨레로 단맛을 낸 제품으로 변형할 수 있다.
2024년 미국에서 한국 스낵 수요가 급증한 점을 감안하면, 건강한 대안은 새로운 시장을 열 잠재력을 갖췄다. 칠레에서 네슬레가 통곡물 제품으로 성공한 것처럼, 한국도 전통을 건강과 접목한 혁신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셋째, 마케팅으로 소비자 인식을 바꿔야 한다. 김치의 나트륨 논란은 피할 수 없지만, 프로바이오틱과 발효의 건강 이점을 강조하면 이를 상쇄할 수 있다. 미국 소비자에게 "김치는 장 건강을 돕는 슈퍼푸드"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나트륨은 맛과 보존의 필수 요소임을 교육하자.
C사가 미국에서 김치를 ‘발효의 예술’로 브랜드화한 사례를 확대하면 된다. 영양 정보를 투명히 공개하고, 저나트륨 옵션을 함께 홍보하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는 FOP 라벨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이다.
넷째, 규제 준수는 기본이다. FOP 요구사항에 맞춘 포장 재설계는 필수 과제다. 예를 들어, ‘낮음’ 라벨을 받은 제품은 초록색 아이콘으로 강조하고, ‘높음’ 제품은 개선 계획을 함께 표기할 수 있다. 초기 비용은 부담스럽지만, 칠레 사례에서 보듯 가격 상승 없이 적응한 기업들이 장기적으로 이득을 봤다. 포장 변경은 단순한 준수가 아니라, 건강 이미지를 구축하는 투자로 돌아올 것이다.
필자는 규제 변화가 산업을 뒤흔드는 순간을 수없이 봤다. 1990년대 미국의 트랜스지방 규제는 식품기업을 압박했지만, 이를 극복한 기업은 더 강해졌다. FDA의 FOP 제안은 한국 식품기업에 비슷한 시험대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제품은 도전의 최일선에 직면하겠지만, 칠레의 네슬레처럼 혁신으로 돌파하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초기 비용과 인식 변화는 부담이지만, 건강 트렌드에 올라타면 수출에 있어 장기 성장의 발판이 될 것이다.
지금은 준비할 때다. 2025년 5월까지 의견 수렴이 끝나면, 이 물결은 현실이 된다. 한국 기업은 변화를 두려워 말고, 앞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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