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열전

[장수브랜드 탄생비화]100년 지켜온 진심…'더 좋은 술' 향하는 지평주조

곡산 2024. 11. 17. 09:43

[장수브랜드 탄생비화]100년 지켜온 진심…'더 좋은 술' 향하는 지평주조

등록 2024.10.13 07:00:00

(왼쪽부터)1925년 설립 당시의 지평양조장, 한국전쟁 당시 UN군 프랑스 지휘소로 사용된 모습,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명판. (사진=지평주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주동일 기자 = 한 세기 동안 역사를 함께하며 '한국인의 맛'을 대표해 온 정통 양조 명가가 있다. 1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술 문화 대표기업 '지평주조'가 그 주인공이다.

지평주조는 1925년 양평군 지평리에 세워진 '지평양조장'로 시작했다.

술을 빚어내던 지평양조장은 6·25 전쟁의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받는 '지평리 전투' 당시 UN군 프랑스 지휘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전쟁을 견뎌낸 지평양조장과 지평주조는 현 김기환 대표의 할아버지인 고 김교십 사장의 손을 거쳐 본격적으로 전통주의 맥을 잇기 시작했다.

이런 역사를 인정받아 지평양조장은 2014년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등록문화재 594호'가 됐다.

9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지평주조는 전통 방식을 구현한 제조 방법을 고수하면서도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성장해왔다.

실제로 2010년 2억원이었던 연매출은 2023년 441억원 규모로 200배 이상 성장했다.

혁신과 품질 관리에 대한 노력은 제품 리뉴얼 과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공정 관리 시스템과 옛 방식을 활용한 발효 공정을 함께 사용하는 모습. (사진=지평주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평주조는 2015년 기존 지평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를 1도 낮추며 국내 막걸리 업계의 저도주 트렌드를 선도했다.

지평주조는 제품 리뉴얼 8년 만인 2023년 자사 대표 제품인 '지평생막걸리'를 다시 리뉴얼하며 원료를 100% 국산 쌀과 지평 누룩으로 바꿔 제품의 질을 한층 높였다.

라벨에는 모던 클래식 콘셉트를 더해 '전통의 맛'에 젊은 감각을 더했다.

지평생막걸리 리뉴얼을 위해 지평주조 연구소에선 본사 및 연구소 직원을 대상으로 몇 달간 매주 수차례 '삼점법(Triangle Test) 관능 평가'를 진행했다.

우리 술 전문가를 비롯한 직원 의견을 반영해 균형 있는 맛의 강도를 설정하고,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는 레시피로 세련된 지평생막걸리를 완성했다.

삼점법 관능 평가는 제조 방법의 변화가 제품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대표적인 관능 검사 기법이다.

평가는 색상(시각), 향(후각), 맛(미각), 질감 순서로 진행하는데 평가자에 제공하는 3가지 시료 중 2개는 동일하고, 1개는 다른 시료로 구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2023년 리뉴얼을 진행해 품질을 한 층 높인 지평생막걸리. (사진=지평주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평생막걸리는 여러 차례 반복한 삼점법 관능 평가 결과 95% 신뢰 수준에서 유의차가 없다는 결과를 바탕으로, 최적의 배합 비율을 가진 더 맛있는 레시피를 도출해냈다.

지평주조는 대표 제품인 지평생막걸리 외에도 ▲지평주조가 시작된 1925년의 제조법을 복원해 만든 '지평일구이오' ▲밀로 만들어 고소한 맛을 품은 '지평 생 옛막걸리' ▲이양주 공법을 재해석한 '평생막걸리' 등을 제주 및 판매 중이다.

이 외에도 ▲국내산 보늬밤을 사용한 '보늬달밤' ▲48시간 발효 숙성을 통해 산뜻한 맛과 향을 낸 '봄이' 등을 더해 여섯 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전통 방식을 구현한 제조 방법과 높은 품질의 원료 사용, 품질에 대한 고집을 인정받아 지평주조의 지평생막걸리는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연속 '대한민국 퍼스트 브랜드 대상' 막걸리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022년 서울 문정동으로 사옥을 이전한 지평주조는 전통주의 가치를 높이고,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하기 위해 프리미엄 한식 맡김차림 레스토랑 '푼주(PUNJU)'를 오픈했다.

지평주조에서 판매중인 제품 6종. (사진=지평주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푼주란 옛 사대부나 왕실에서 식음을 담던 전통 식기를 의미하는 말로, 지평주조는 푼주가 음식과 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이와 같은 이름을 택했다.

'와인' '페어링' 등 기존 다이닝 문화를 전통주에 접목시켜 재해석하는 푼주는 식기에도 공을 들였다.

리움스토어와 협업해 전통공예작가 전상근의 수저, 잔, 그릇 등을 테이블웨어로 활용하고 있다.

제품 개발뿐만 아니라 시설 확충 및 개선에도 자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프리미엄 한식 맡김차림 레스토랑 '푼주(PUNJU)'. (사진=지평주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평주조는 최신 설비를 갖춘 춘천 공장에 이어 2023년 5월 양조의 과학화를 목표로 하이테크 브루어리인 천안 공장을 새롭게 완공해 뛰어난 품질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 5월 대전식약청장 및 임직원들의 실사에서도 해당 시설의 위생 및 품질 관리는 높은 평가를 받아 '식품 안전관리 유공자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통과 혁신 사이 균형감을 유지하며 성장해온 지평주조는 최근 신제품 발표, 막걸리 축제 참여, 지평양조장 활용을 위해 양평군과의 MOU(업무협약) 체결 등 소비자들에게 전통주의 매력을 알리며 또 다른 100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