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경호 기자
- 승인 2024.09.06 10:53
키오스크 도입은 성공적…AI 주문 서비스는오류 인해 중단
월마트 샘스클럽 ‘스캔 앤 고’ 쇼핑 후 퇴점 전 자동 결제
‘케이퍼 카트’ 고객이 제품 담으면 센서가 인식 시간 절약
“일할 사람이 없다.” 인력난에 쩔쩔매는 외식업계의 공통된 호소다. 인건비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외식업계는 꾸준히 상승한 인건비에 큰 부담을 느끼지만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구인난에 더 힘들어하고 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최저 인건비가 최근 인상되긴 했지만 인플레이션 시대에 저임금은 여전하고, 직업적 스트레스와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팬데믹 이후 이직률이 더욱 상승했다. 이는 외식업계뿐만 아니라 인건비 지출이 높은 유통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람에게 서비스받는 것 자체가 고급스러운 서비스에 해당해 별도의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나날이 오르는 인건비가 감당이 안 되고, 인력난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 기업들은 인공지능과 자동화를 서두르며 이를 상쇄하려 하고 있다. 특히 전자동 매장을 통한 무인 서비스가 시작됐으며, 스마트 카트 도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다음은 코트라 뉴욕무역관이 전하는 미국 외식‧유통 업계의 최근 자동화 서비스 현황을 정리했다.
● 로봇이 굽고, 튀기고, 포장하는 완전 자율형 레스토랑
지난 2023년 맥도날드는 텍사스주 포스워스시에 전자동으로 운영되는 픽업 매장을 오픈했다. 로봇이 수행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만 최소한의 인력이 개입해 서비스하고 있다. 해당 매장을 이용해 본 고객들은 맥도날드 원래의 맛과 차이가 없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패스트푸드 레스토랑 캘리익스프레스는 세계 최초의 완전 자율형 레스토랑 캘리익스프레스 바이 플리피(CaliExpress by Flippy) 매장을 캘리포니아주 파사디나시에 오픈했다. 이 매장의 핵심은 AI 기반의 플리피 로봇이다. 이 로봇은 주방에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받은 메뉴를 조리하는데, 패티를 굽고, 적당한 익힘 정도를 판단해 치즈를 얹어서 버거로 조립한다. 또한 감자를 튀겨 상자에 넣어 버거와 함께 쟁반에 내놓는다.
캘리익스프레스는 플리피가 AI를 통해 조리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주변 상황에 방해받지 않고 일정한 조리 기술을 갖고 있어 소비자에게 일관된 품질의 음식을 낼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플리피 도입으로 직원이 고온의 기름이나 팬 앞에서 일하면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어졌으며, 사람과 다르게 휴게시간이 따로 없기 때문에 고강도의 노동을 오랜 시간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캘리익스프레스 바이 플리피는 팝업 형태로 오픈했으며, 해당 매장의 주방은 고객이 관람할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창으로 공개되어 있다.
● AI 주문은 시기상조
최근 맥도날드, 웬디스, 쉐이크쉑 등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점에는 대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계산대보다 키오스크가 더 많이 설치되어 있다. 미국 내 키오스크는 2018년 전국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해 2024년 현재 모바일 주문에 이어 두 번째로 주문이 많이 이뤄지는 채널이다.
맥도날드는 2023년 키오스크, AI 주문, 조리 로봇 등 디지털 및 자동화 기술 개발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키오스크 도입은 성공적이었지만 시범적으로 선보였던 AI 주문 서비스는 종료했다.
맥도날드는 2021년부터 IBM과 협업하여 100개 넘는 매장에서 AI 주문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처음 AI 주문이 도입되었을 당시, AI가 고객의 주문을 분석하고 추가 메뉴를 권하는 등 매출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으며, 사람이 주문받을 때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더 많은 고객을 응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AI 주문이 주로 드라이브 스루 상황에서 이뤄지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주문이 진행되는 장소가 야외인 경우가 많아 주문 시 주변 소음에 방해받거나 고객의 발음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AI가 고객이 주문한 메뉴와 다른 메뉴를 내놓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고객 불만이 빈번했다.
이에 맥도날드는 지난 6월 AI 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에 메일을 보내 “그동안 IBM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기술 개발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여러 분야에서 관계를 유지해 나갈 계획이지만, AI 주문 서비스는 다른 파트너와 진행할 예정으로 서비스를 7월 중으로 종료한다.”라고 밝혔다.
● 줄 설 필요 없는 스마트 카트
퓨처 마켓 인사이트는 2022년 기준 유통업계가 자동화에 투자한 금액은 130억 달러이며, 2025년까지 자동화를 위해 투자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자동화는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셀프 체크 아웃과 스마트 카트다. 셀프 체크 아웃 보급률은 미국이 전 세계 1위로 미국 마트 어디에서라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일반화되었다. 셀프 체크 아웃 외에도 최근 유통업계가 공을 들이고 있는 자동화 시스템은 스마트 카트다.
세계 1위 유통 기업인 월마트는 2018년 자사의 창고형 할인점 샘스클럽에서 스캔 앤 고(Scan and go) 서비스를 도입해 처음으로 자동화 시스템을 선보였다. 스캔 앤 고는 고객이 스마트 폰의 앱을 통해 제품을 스캔하면서 쇼핑을 하고 퇴점 직전에 앱을 통해 계산을 진행해 계산대에 들르지 않고도 바로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런 서비스가 가능했던 것은 창고형 매장인 샘스클럽의 모든 제품은 태그가 붙여진 상태로 포장되어 있어 고객이 무게를 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마트를 포함한 일반적인 마트의 경우, 과일이나 채소의 가격이 고객이 고른 제품의 무게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스캔 앤 고와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들었다. 최근 이러한 점을 보완해 스마트 카트가 개발되었다.
식료품 배달 전문 기업 인스타카트(Instacart)가 개발한 스마트 카트인 캐이퍼 카트(Caper Cart)는 고객이 제품을 담을 때마다 카트에 설치된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제품이 인지된다. 카트에는 무게를 감지하는 센서가 있어 신선 식품을 카트에 담을 경우 무게에 따라 정확한 가격이 책정된다. 또한 카트에 부착된 화면에 지금까지 카트에 담은 내역이 모두 나타나며, 카트에서 제품을 꺼낼 때는 차감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고객이 평소에 멤버십 앱을 통해 작성해 놓은 쇼핑리스트가 있다면 카트 화면에 띄워 제품 위치를 안내받거나 카트에 제품을 담았는지를 체크하면서 쇼핑할 수도 있다. 쇼핑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결제하고 매장을 나갈 수 있어 계산을 위한 대기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캐이퍼 카트 외에도 아마존에서 2020년에 출시한 대시 카트(Dash Cart)도 있다. 대시 카트는 2020년에 처음 시장에 선보여 아마존 프레시와 일부 홀 푸드 마켓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카트 사이즈가 작고 견고함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아마존은 소비자들의 편의를 위해 최근 카트 사이즈를 키우고, 무게를 줄였다. 또한 더 튼튼한 소재를 사용해 더운 날씨와 추운 겨울을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강화했다. 아마존은 지난 4월 대시 카트를 아마존 자회사가 아닌 제3자에게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발표하면서 유통업계에 본격적인 스마트 카트 시대가 시작됐음을 알렸다.
● 물류 자동화를 통한 업그레이드 서비스 제공
유통업의 자동화는 매장 밖에서도 진행 중이다. 최근 월마트는 미국 내 전자동 냉장‧냉동 물류센터 5곳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자사의 유료 멤버십인 월마트 플러스 회원에게 당일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새로운 고객 유입에 성공한 월마트는 냉장‧냉동 상품을 빠르게 배송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 업계 내 신선 식품 판매 점유율을 높이려 한다고 밝혔다.
자동화 냉장‧냉동 물류센터는 AI 기술을 통해 인근 월마트 매장의 재고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재고가 떨어지지 않도록 공급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물류센터에서 직접 고객에게 배달 서비스를 실시하는 경우 물류센터가 거대한 자판기처럼 작동해 인공지능 로봇이 최적화된 동선으로 움직여 고객이 주문한 제품을 직원에게 가져가 준다. 직원은 로봇이 가져온 제품을 포장해 배송 트럭에 싣기만 하면 된다.
월마트는 자동화를 통해 직원이 물류센터 내에서 지게차를 타고 다니면서 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감소하였으며, 자사의 인력을 고객을 대면하는 서비스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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