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서영 기자
- 승인 2024.08.20 07:56
조제 커피 1위 동서식품, 작년 매출 1000억 증가
해외서도 인기…커피만으로 식품 생산 ‘1조 클럽’
‘빽다방’ 등 저가 브랜드도 믹스커피 신메뉴 출시
대학가·사무실 판매 많아…가격 낮아 트렌드 예상
건강을 생각하는 식품 소비 트렌드로 하향세를 보이던 조제커피(믹스커피) 시장이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복고·레트로’ 열풍이 지속되며 저가커피 브랜드들의 이색 신메뉴에 활용되면서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저가커피 브랜드가 조제커피를 활용한 메뉴로 저변을 넓힌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른바 ‘믹스커피’가 레트로 감성을 확산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국제 원두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카페 프랜차이즈의 메뉴 가격을 인상하자 좀 더 ‘가성비’가 좋은 조제커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도 늘었다.
시장조사회사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 국내 믹스커피 시장 규모는 9559억 원으로 1조원대 아래로 내려왔다. 2022년 1조610억 원에서 9.9% 감소한 수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022년 기준 커피류 판매 비중 자료에서도 믹스커피는 24.8%로 액상커피(35.6%)와 원두 볶은 커피(32.6%)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며 설탕이나 착향료가 들어간 조제커피(믹스커피) 소비가 감소한 것을 이유로 본다.
하지만 최근엔 그 판도가 조금 바뀌었다. aT의 ‘2023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커피류 중에서 판매액이 가장 크게 성장한 품목은 조제커피로 10.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어 액상커피 3.8%, 인스턴트커피 1.4% 증가했다. 전체 음료류 시장 규모 증가율인 7.6%도 웃도는 높은 성장세다. 조제커피 호황기였던 시절의 수준으로 회복하지는 못했으나 시장 성장률이 증가하면서 시장 부활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것.
가장 수혜를 입은 업체는 조제커피 시장 1위인 동서식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표한'2023년 국내 식품산업 생산실적'에 따르면 동서식품은 1조115억 원의 생산액을 기록하며 10위에 이름을 올려 식품기업 생산액 1조원 클럽에 들었다.
이번 1조 클럽 가입은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는 타 식품업체와 달리 동서식품은 오직 커피 생산만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동서식품은 2021년부터 매출액이 계속 증가, 작년에는 전년 대비 1000억 원 이상 늘어나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동서식품에 따르면 맥심플랜트에서 자사 조제커피를 활용한 메뉴의 판매 비중은 지속해서 늘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동서식품 브랜드 체험 공간인 ‘맥심플랜트’는 트렌드에 따라 지난 6년간 누적 방문객이 112만명에 이르는 ‘핫 플레이스’로 성장했다.
특히 자사 조제커피 제품을 활용한 ‘슈프림골드 슈크림라떼’ 등 이색 메뉴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작년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6%로 최근 2년새 1.6배 늘었다. 타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에서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의 판매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동서식품의 조제커피는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국 드라마, 영화 등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이에 종종 등장하는 'K-믹스커피'에 대한 해외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맥심 인스턴트 커피 제품은 해외 벤더사들이 수입해 한인마트 등의 채널을 통해 판매하는 형태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조제커피 트렌드는 저가커피 브랜드들의 ‘믹스커피’ 이색 메뉴를 타고 확산되고 있다. 빽다방은 앞서 2007년부터 조제커피 메뉴인 ‘원조커피’를 판매하고 있는데, 전체 판매 가운데 10%를 꾸준히 웃돌 만큼 시장에 안착했다. 메가MGC커피는 작년 9월 조제커피를 활용한 ‘할메가커피’ 등 조제커피 메뉴를 출시했는데, 두 달 만에 270만잔이 팔릴 만큼 인기를 끌었다.
최근 믹스커피 콘셉트의 음료 ‘달달커피’를 출시한 이디야커피는 출시 15일 만에 10만 잔이 팔리는 등 높은 판매율을 보였다. 특히 대학가와 사무실 상권 등에서 판매량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배달의민족 창업자인 김봉진 전 우아한형제들 의장은 작년 9월 그란데클립코리아를 설립한 뒤 첫 프로젝트로 믹스커피를 낙점하고 ‘뉴믹스커피’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뉴믹스커피’는 지난 3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1호 매장을 개점했으며, 지난달 16일부터는 더현대서울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설하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복고 문화에 힘입어 믹스커피 메뉴를 전문으로 하는 브랜드도 등장하는 등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라 생각한다”며 “에스프레소 대비 원가가 저렴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부담이 덜할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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